입국장면세점, 중기 형식 갖춘 글로벌1위 해외기업에 넘어가나
입국장면세점, 중기 형식 갖춘 글로벌1위 해외기업에 넘어가나
  • 이원섭 기자
  • 승인 2019.03.12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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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국장 면세점'이 외국계 기업의 편법진입으로 도입취지가 무색해질 전망이다

신규 사업인 입국장 면세점에 중소·중견만 참여할 수 있도록 입찰을 제한했는데 '무늬만 중기'인 글로벌 1위 업체가 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오는 14일까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면세사업권 입찰 제안서를 접수한다.

연 매출 9조원대의 세계 1위 면세점인 스위스 듀프리는 국내에 만든 '무늬만 중기'인 합작법인(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을 앞세워 입찰 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올해 처음 도입되는 입국장 면세점은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관련 사항을 지시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문 대통령은 당시 "입국장 면세점이 없어 국민들이 시내나 공항 면세점에서 산 상품을 여행 기간 내내 휴대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외 소비 일부를 국내 소비로 전환하고 외국인들의 국내 신규소비를 창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그러면서 신규 사업권자의 혜택은 중견-중소기업들에게 돌아가도록 해달라고 했다. 

이에 관세청은 즉각 제도개선에 착수, "올해부터 중소, 중견기업으로 운영 주체를 한정한 입국장 면세점을 인천국제공항에서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고 지난 1월 발표했다. 

문제는 듀프리가 입국장 면세점을 넘보고 있다는 점이다. 듀프리는 지난 2013년 토마스쥴리앤컴퍼니와 합작법인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를 설립했다. 설립 당시 지분 구조는 듀프리 70%, 토마스쥴리앤컴퍼니 30%. 이후 2017 년 3월 듀프리 45%, 토마스쥴리앤컴퍼니 55%로 변경됐다. 최대주주가 듀프리에서 국내 업체인 토마스쥴리앤컴퍼니로 바뀌면서 현행법상 중소·중견 자격을 교묘하게 갖추게 된 셈이다. 현행법상 외국법인이 30% 이상 주식 등을 직간접으로 소유한 최다 출자자이거나 50% 이상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소유했을 때는 중소·중견기업에 해당되지 않는다. 

자본금도 설립 당시 1000만원이었지만 현재 20억원으로 늘었다. '보세판매장 특허에 관한 고시'에 따른 자본금 10억원 이상 법인 조건도 갖췄다. 

업계 관계자는 "토마스쥴리앤컴퍼니는 처음부터 면세사업을 하던 곳이 아니라 듀프리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만든 페이퍼 컴퍼니"라며 "중소·중견기업 자격을 갖기 위한 전형적인 '꼼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글로벌 면세점 기업인 DFS도 듀프리와 유사한 우회진출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듀프리가 국내 면세점 사업권을 놓고 자격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고된 문제를 정부가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듀프리는 2013년 김해공항 입점 때도 '무늬만 중기'로 자격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입국장 면세점을 중소·중견기업 대상으로 제한하면서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은 것은 국내 면세점 시장이 사실상 '외국인 놀이터'가 되도록 방치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면세점 업계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에 대해 정부가 애초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대기업의 역차별 논란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소비의 국내전환을 위해서는 면세한도를 높여야 하고 면세품을 해외에서 들고다녀야 하는 불편은 입국장 인도장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엉뚱하게 입국장 면세점으로 둔갑했다"며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도입한 제도가 글로벌 1위가 가져가는 것은 코미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면세 한도는 600달러(68만원)다. 1996년 1인당 400달러로 정해진 후 계속 유지되다 2014년에 50% 인상됐다. 이웃 일본과 중국의 면세 한도는 각각 20만엔(200만원)과 5000위안(84만원)으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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