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8 ] "와인과 여성"
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8 ] "와인과 여성"
  • 정미숙 기자
  • 승인 2019.03.07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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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여성들이 와인을 점차 많이 마시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로 보인다.
미국의 Wine Market Council과 여론조사 업체인 Nielson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미국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와인을 더 자주 구입하거나 더 자주 마시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80년에서 2000년에 걸쳐 태어난 19세에서 39세에 이르는 밀레니얼 세대 여성들에게서 그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프랑스에서도 여성의 와인 구입량과 소비량이 크게 늘어나는 등 이미 상당히 오래 전부터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에서 와인을 구입하는 사람 5명 중 4명은 여성이다.
또 예전엔 파리에 있는 와인바의 손님 대부분이 40대 남성이었으나, 요즈음엔 손님의 대부분이 20대에서 30대에 이르는 젊은 여성이다.
여성의 와인업계 진출도 활발해 프랑스 언론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진작에 ‘와인의 권력이동’ 혹은 ‘와인에 있어 여성의 반란’ 등으로 표현하고 있을 정도이다.

와인전문지 ‘요리와 와인’은 “수백 년간 와인의 세계에서 터부시되던 여성이 해방됐다”고 썼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추이가 보인다.

한 백화점의 2017년 조사를 보면 20대 여성의 와인 구매액이 115%나 증가 했다.
이를 잘 살펴보면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여성의 와인 소비가 단순한 일회성 현상이 아님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를 간접적으로 말해주는 재미난 영상이 몇 년 전 유튜브에 올라 순식간에 몇 천만 뷰를 기록 했다.
April Storey라는 20대 중반의 평범한 미국 주부가‘Wine Workout’이라는 이름으로 올린 30초 남짓한 동영상이다.
와인병을 보조 운동기구로 이용하거나 혹은 와인을 담은 잔을 들고 실제로 마시기도 하면서 피트니스 운동을 하는 내용이다.
와인과 운동을 모두 좋아하는 April이 시간이 충분치 않자 처음에는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볼까 하는 다소 장난기 섞인 생각으로 시작하였는데, 이제는 Wine Workout이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어엿한 운동방법의 하나가 되었다.
이미 3년이 지났지만 인터넷이나 유튜브엔 Wine Workout에 대한 수많은 매뉴얼과 패러디 영상이 올라와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레드 와인이 운동효과를 높이거나 혹은 실제로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되어 더욱 관심을 끈다.
캐나다 앨버트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하루 한잔 정도의 레드 와인을 마시면 레드 와인에 함유되어 있는 폴리페놀의 일종인 ‘레스베라트롤’이 신체의 운동능력과 근육의 강도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면 여성의 와인 소비가 이렇게 늘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와인업계 종사자들이나 관련 전문가들은 그 배경을

첫째, 미국의 경우는 10대의 소녀 때부터 와인 쿨러와 같이 달콤하고 과일 향 나는 주류광고에 자주 노출된다(미시건 주립대 연구).

둘째, 예전에는 와인이 고급 요리와 함께하는 술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이제는 어느 때나 쉽게 마실 수 있는 술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여성이 마시기에 적당하고 건강에도 좋다는 인식이 있다.

넷째, 예전에는 와인을 남성들이 사업 상 마시는 술이라고 생각했으나 이제는 여성들도 동등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상황에서 그러한 구분이 무의미 해졌다.

다섯째, 와인을 마시면 여성들이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하거나 좀더 자신감이 높아지고, 또 로맨틱하고 차분해지는 효과가 있다.

여섯째, 와인은 음식의 일부로 여겨지거나 다른 주류에 비해 여성이 마시기에 사회적인 수용도가 높다.

일곱째, 와인은 여성의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준다.

여덟째, 다른 술에 비해 교양 있고 우아하게 보인다.

아홉째, 와인은 종류가 다양하여 축하를 하거나 이별을 할 때도, 또 야간에 외출하거나 집에 있을 때도, 어떤 경우에도 잘 어울린다.

열째, 이러다 보니 여성이 참여하는 대부분의 파티에는 와인이 나온다.


부정적인 측면도 나타나는데, 세계적으로 여성의 알코올의존증이 전반적으로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들어 25세~44세 연령대에서 처음으로 남녀 간의 알코올중독 비율이 비슷해 졌다.

뭐든지나치면 좋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와인에 관해 오랫동안 여성에게 가해져 왔던 역사적인 금기를 돌아보면 가히 혁명적인 변화이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여성들이 와인을 마시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이에 따라 연회에는 시중을 드는 여성을 제외하고는 대개 남자들만 참석하는 것이 관례였다.
특히 남자들은 자신의 부인이 다른 남자들과 섞여 함께 와인을 마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심지어 고대 그리스에서는 와인을 마시다 발각된 여성이 이혼을 당하거나 사형을 당했다는 기록도 있다.

한동안 와인은 남자들의 술이었고 여성에게는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다.

다만, 로마제국 초기에는 여성들도 어느 정도의 권력을 가졌고 이에 따라 권력을 가졌거나 부유한 여성들은 스스로 만찬을 주최하고 와인을 마실 수도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리스나 로마와는 달리 고대 이집트에서는 여성이 와인을 마시는 것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고대 이집트의 벽화에 묘사된 연회장면을 보면 남녀가 함께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연회풍경을 보면 와인단지에 직접 빨대를 꽂고 마시거나, 술에 취해 구역질을 하거나, 정신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여성들도 자연스럽게 묘사되어 있다.
고대 이집트의 여성들은 와인을 떳떳하게 마실 수가 있었고 또 당당하게 취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면을 살펴보면 그 시대 다른 대부분의 사회와는 달리 고대 이집트 여성은 스스로 법률상의 주체가 되어 남자 보호자 없이 계약을 체결할 수가 있었고, 자신의 재산을 직접 소유하고 관리하였다.

그러하니 와인도 자신의 의지대로 구입하고 마실 수 있었다.
고대 로마제국 초기의 권력 있는 여성들이나 고대 이집트 여성들의 경우를 보더라도 와인을 마시는 것이 여성의 지위 향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근래 들어 와인업계에는 유명 와이너리의 오너나 CEO 중에 여성이 많다.


몇 년 전 와인 시음회에 초대받아 필자가 직접 만나본 토스카나 안티노리 와이너리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도 여성이었다.


거침없고 자신감 가득 찬 모습이 인상에 남는다.


그리고 와인의 역사와 여성의 사회적인 활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여성이 있다.

샴페인의 ‘Grande Dame’ 이라고 불리는 프랑스의‘마담 클리코(Clicquot: 1777~1866))’이다.

결혼 전 이름이 BarbeNiclolePonsardin인 그녀는 남편과 사별한 후부터 미망인 클리코라는 뜻의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로 불렸는데,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사용되는 샴페인의 찌꺼기 제거 기술, Riddling이라 불리는 샴페인의 2차 발효기술,빈티지 샴페인, 최초의 로제 샴페인 등 와인 양조에 있어 혁신적인 기술들을 최초로 발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근대 최초의 여성 사업가로도 불리는 그녀는 27세 되던 해에 남편의 사업을 물려 받았다.
나중에 회사의 이름을 ‘Veuve ClicquotPonsardin’이라고 명명하고 경영에도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현재는 루이비통으로 유명한 LVMH사에 인수되었지만 그녀의 이름을 딴 회사의 상호와 상표는 아직 까지도 쓰이고 있다.
뵈브 클리코사는 이러한 마담 클리코의기업활동과 사회적인 업적을 기리고자 기업가 정신, 창의성, 용기, 결단력, 그리고 성공을 보여주는 여성 기업인을 선정하여 ‘비즈니스 우먼 어워드’라는 상을 수여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한국 여성 기업인만을 대상으로‘비즈니스 우먼 어워드 코리아’ 상을 만들어 작년에 처음 시상하였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하여 노란색 라벨의 샴페인 뵈브 클리코는 종종 여성의 사회적인 진출과 성공을상징하는 축하주로 사용된다.


PPL이었지만 미국 드라마 ‘Sex and the city’에서 자주 등장해 더욱 유명해지기도 했다.


몇 년 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우리나라 여성을 ‘가장 저평가된 천연자원’ 이라 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수준을 가지고 있지만 OECD 국가 중 뒤에서 세 번째로 저조한 우리나라 여성의경제활동 참가율을 풍자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함께 16세에서 64세 까지의 소위 생산 가능인구가 감소하는 나라로 돌아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질 높은 여성인력의 활용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가 되었다.


3월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여성의 와인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 여성의 지위향상과 사회활동의 참가 증진을 의미하기도 한다면, 우리나라 여성은 아직 와인을 더 마셔도좋을 것 같다.

와인을 마시는 여성의 모습은 이제 전혀 낯설지가 않다.


세상에는 레드 와인을 마시는 여성과 화이트 와인을 마시는 두 종류의 여성이 있다.


레드 와인을 마시는 여성은 저녁 식사 시 촛불을 켜고, 화이트 와인을 마시는 여성은 석양을 바라보며 식사하기를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와인을 마시는 테이블에서도 여성을 먼저 서빙 하는게 매너이다.

와인을 마시는 여성은 아름답다.

 


■ 와인칼럼니스트 변연배

▣ 경력
 ㆍ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임원/경영학박사(현)
 ㆍCoupang 부사장
 ㆍDHL 부사장
 ㆍMotorola 아시아태평양지역 인사담당 임원
 ㆍHI Solutions, Inc. 대표이사
 ㆍ두산 Seagram㈜ 부사장
 ㆍ주한 외국기업 인사관리협회 (KOFEN) 회장
 ㆍ연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ㆍ중앙공무원 연수원 외래교수
 ㆍ칼럼니스트
 ㆍ와인 바/ 와인 관련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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