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좋든 싫든 생활 깊숙히 자리잡아..스마트폰, 챗봇등 일상사
AI, 좋든 싫든 생활 깊숙히 자리잡아..스마트폰, 챗봇등 일상사
  • 배원숙 기자
  • 승인 2019.03.06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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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1955년 미국의 한 과학자가 새로운 컴퓨터 과학 분야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낸 용어였던 인공지능은 이제 성공적으로 우리의 일상 속에 침투했다.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시리에게 말을 하면 인공지능이 작동한다. 아마존 고객 서비스 챗봇과 문자 대화를 나누는 것도 AI 기술로 제공되는 서비스이다.

AI 기술이 가져온 편리를 만끽하는 사람도 결과적으로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모두 빼앗아 갈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인공지능의 발전을 외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인공지능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말이다.

홍콩중문대(CUHK) 경영대학원 의사결정학 및 관리경제학과 부학장(혁신 및 영향 분야)인 마이클 장(Michael Zhang, 張曉泉) 교수는 AI를 컴퓨터 과학에 적용하는 것과 경제학에 적용하는 것은 다르다고 지적한다.

장 교수는 “컴퓨터 과학자와 경제학자가 기술 혁신을 지켜보는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현재 인공지능은 예측과 분류에 더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경제학자는 연구를 수행할 때 인과관계를 찾고 어떤 상황의 기저에 깔린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것에 집중한다”며 “인공 지능과 경제학자가 만든 데이터 분석 모델을 결합한다면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측 불가한 금융 사건

금융 시장에서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복잡한 금융 모델을 사용해도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 여전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고 장 교수가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 교수는 “금융 분야에는 다층적인 위험이 존재한다. 일단 변동성이 기록되면 우리는 이미 특정한 확률 분포를 가정하게 된다. 하지만 많은 경우 주식 시장과 같은 금융계 사건의 확률 분포에 대해 알기란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장 교수는 1990년대 말 롱텀캐피털 매니지먼트(Long-Term Capital Management LP: LTCM) 헤지펀드의 붕괴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감독하에 16개 금융 기관이 36억달러의 구제 금융을 제공한다는 합의로 이어진 사례를 인용한다. 이와 더불어 2008년 금융위기 등 금융 시장에서 벌어진 여러 예상치 못한 사건은 “블랙스완(black swan)”이라 불리는데, 임의적이고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전통적인 위험성 분석 접근 방식에서는 확률을 독립 동일 분포로 가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 접근 방식은 과거의 블랙스완 사건을 설명하기에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장 교수의 생각이다. 따라서 접근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AI를 사용해도 사건 예측 성공률은 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사회적 행동을 지배하는 물리 법칙은 존재하지 않으며 실생활 속의 많은 상황에서 사건이 발생할 확률은 유효하지 않다. 그러므로 사회과학 분야에서 의사 결정 업무는 종종 결과적 불확실성(위험성)과 더불어 분포적 불확실성(모호성)의 지배를 받게 된다”고 밝혔다.

장 교수의 관점에서 블랙스완 사건이 놀랍게 느껴지는 것은 오로지 연구진이 금융 시장에서 모호성의 영향력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모호성을 고려한 통계적 추론(Statistical Inference with Ambiguity)’이란 조사 보고서에서 이와 같은 개념을 설명한다. 이 보고서에서 장 교수는 불확실한 사건을 연구하기 위해 통계적 추론에 모호성을 포함한 모델을 제시했다.

“모호성을 고려했을 때 도출된 불확실성은 위험성이 존재하는 경우만 고려한 경우보다 명백히 더 크다. 도출된 불확실성은 위험보다는 모호성이 존재할 때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 따라서 모호성이 두드러질 때는 이전에 배척된 가설이 더 이상 배척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장 교수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에서 장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수학 공식을 사용해 모호성을 중간 정도로 높이기만 해도 신뢰 수준이 95%에서 50%로 급락하는 것을 입증했다. 이는 발생할 확률이 극히 낮을 때조차 블랙스완 사건이 발생하는 이유를 뒷받침한다. 이 이론을 바탕으로 할 때 다음 단계는 모호성을 측정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된다. 바로 여기에서 AI가 등장한다.

장 교수는 “AI 기술을 사용해 기저 분포가 변화할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변화를 파악할 수 있으면 기저 모델이 바뀌어야 할 필요성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측정 방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미래 AI 리더가 될 것인가

미국과 중국이 세계적인 인공 지능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7년 중국은 인공지능 분야의 세계 리더가 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현재 중국 인공지능 산업의 가치는 미화로 약 1500억달러에 달한다. 더불어 중국은 전 세계적으로 AI 스타트업을 위한 주식형 펀딩 전체의 48%를 제공했다.

◇중국의 AI 기술은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미국과 경쟁하게 될까

장 교수는 “가까운 미래에 중국의 AI 발전 속도가 아주 빨라지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의 발전과 미국, 유럽의 발전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에서는 알고리즘이 우선이지만 중국에서는 애플리케이션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에 의하면 구글, 아마존 같은 테크 자이언트의 엔지니어들은 오리지널 알고리즘을 내놓기 위해 계속해서 과학의 지평을 넓혀간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경쟁이 극심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과학적 연구에 막대한 시간을 투자할 여유가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

장 교수는 AI 경쟁의 승리자가 누가 될 것인지 말하기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본다. 그러나 기술 발전에 양국이 막대한 노력을 기울임에도 불구하고 일상 생활에 적용되는 AI의 역량이 완전히 구현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장 교수는 AI가 우리 일상에 완전히 스며들기까지는 최소 5~10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장 교수는 “우리는 단기적으로 성취할 수 있는 것은 과대 평가하고 장기적으로 성취할 수 있는 것은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장기적으로 AI는 오늘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멋진 일을 많이 이루어내리라고 믿는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말이다. 아무도 인터넷이 우리 삶에 지금처럼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대체 불가능한 인간의 역할

좋든 싫든 AI는 이미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으며 미래에도 계속해서 우리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AI와 함께 일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기계와 함께 일할 때 어떻게 해야 우리 인간이 통제 권한이 있는 책임자로 남을 수 있는가”라고 장 교수는 지적한다.

AI는 일상적인 반복 업무에 사용되는 시간을 해방해 더 중요한 임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라는 것이 장 교수의 견해이다. “예를 들어 내가 날마다 받는 수많은 이메일에 기계가 대신 답장을 보낼 수 있다면 더 의미 있고 창의적인 일에 쓸 시간이 더 많이 생길 것”이라는 얘기다.

같은 방식으로 다른 직업 분야에서도 AI 기술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절약해 사회에 혜택을 가져올지 상상해볼 수 있다. 장 교수는 “의사들이 AI의 도움으로 평범한 환자를 치료하는 데 쓰는 시간을 절약해 복잡한 질병의 치료법을 찾는 데 집중할 수 있다면 우리 공동체에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비즈니스 세계에도 기계가 사람을 대신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리더십이다.

장 교수는 “요즘은 많은 리더들이 데이터에 기반해 의사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그들이 전략을 만들도록 기계가 도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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