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슈트' 꿈의 신소재가 현실로..국내 연구진 '순수 타이타늄 기술' 개발
'아이언맨 슈트' 꿈의 신소재가 현실로..국내 연구진 '순수 타이타늄 기술' 개발
  • 이원섭 기자
  • 승인 2019.02.27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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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아이언맨’이 입은 슈트 소재 타이타늄(Titanium)은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하지만 무한한 활용 가능성에도 제조 방법이 매우 까다롭고 비싼 것이 걸림돌이다. 

이에 따라 타이타늄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난제로 남아있는 가공 기술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국내 연구진이 강하고 유연한 성질을 갖는 순수 타이타늄 제조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원장 박상열)은 홍성구 책임연구원이 재료연구소(KIMS·소장 이정환) 원종우 선임연구원팀과 상충하는 특성인 강도와 성형성을 함께 향상시킬 수 있는 순수 타이타늄의 압연기술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기술을 통해 제작하는 순수 타이타늄 판재는 발전소, 조선 등 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열교환기(heat exchanger)에 적용할 수 있다.

합금이 아닌 순수 타이타늄은 부식에 강하고, 생체 친화성이 높아 화학, 환경, 발전설비 및 생체응용 분야 등에서 대체 불가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순수 타이타늄을 산업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압연을 통해 판재로 만든 후 성형을 거쳐 원하는 형태로 제작해야 한다.

그러나 파괴되지 않으면서 형태 변형이 자유로운 타이타늄 판재를 얻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강도와 성형성은 순수 타이타늄의 순도에 따라 좌우되는데 일반적으로 한 성질을 향상시키면 다른 하나는 저하되기 때문이다.

고순도로 제련할수록 성형성은 향상되지만 소재의 강도가 낮아져 소재를 많이 소모해 판재를 두껍게 만들어야 한다. 반면 불순물이 포함된 저순도 제련의 경우 강도가 향상되고 소재 소모량이 줄어 비용은 절감되나 성형성이 급격히 저하된다.

순수 타이타늄은 압연을 거치면 소재를 구성하는 결정들의 방향이 수직으로 서게 되는데 ‘집합조직’이라고 하는 이러한 상태가 성형을 방해한다. 해결책으로는 압연장비 위아래 롤의 속도를 달리 하는 방법이 유일하지만 설비 자체를 새로 구축해야 하는 등의 큰 부담이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금속 소재에서 흔히 발생하는 현상인 쌍정(twin)에 주목, 이를 통해 소재 결정의 방향을 제어하는 압연기술을 최초 개발했다.

집합조직을 분산시켜 소재의 성형성을 올리는 이 기술은 기존 압연장비에 추가적인 설치 없이 구현할 수 있다.

쌍정은 금속소재에서 변형 시 잘 나타나는 조직 중 하나로, 특정 결정면을 기준으로 대칭 위치에 원자가 재배열되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만든 순수 타이타늄 판재가 강도와 성형성 면에서 크게 향상됨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순도가 낮고 저렴한 ‘grade 2’ 순수 타이타늄은 기존보다 강도가 16%, 성형성이 20% 향상됐다. 이는 고순도의 ‘grade 1’을 대체할 수 있는 결과다.

홍성구 박사는 “쌍정의 파괴를 막을 수 있는 이번 연구 성과는 기본적인 현상을 활용해 현장에서 쉽게 소재의 향상을 이뤄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원종우 박사는 “순수 타이타늄 압연기술은 경량성, 고강도, 고성형성 및 소재 절약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와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며 “날로 엄격해지는 환경규제에 맞춰 판형 열교환기는 물론 수많은 응용기술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방위사업청 국방부-민군겸용사업 및 국가과학기술연구회 FEP융합연구단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지난 14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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