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7 ] 영화 대부(The Godfather)와 와인
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7 ] 영화 대부(The Godfather)와 와인
  • 정미숙 기자
  • 승인 2019.02.21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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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빛이 비스듬히 떨어지는 늦은 오후, 시실리아 섬 팔레르모의 오래된 농가 앞마당.
간신히 의자에 의지해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는 노쇠한 노인이 의자에서 굴러 떨어진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곁에는 검은색 개 한 마리만 무심히 주변을 맴돌고 있다.
마이클 꼴레오네.
영화 대부 3부작의 중심 인물로 그의 쓸쓸한 죽음과 함께 1901년 마이클의 아버지인 비토 꼴레오네가 열 살 되던 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시작된 파란만장했던 극중 100년 간의 긴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마이클 꼴레오네역은 프랜차이즈가 끝나는 3부까지 쭉 알 파치노가 연기했다.

    영화 대부는 세계 영화사에 여러가지 기념비적인 족적을 남긴 영화이다.
마리오 푸조의 원작을 작가가 직접 각색한 영화는 “I believe in America”라는 첫번째 대사로 시작된다.
이 영화는 단순한 갱영화를 넘어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광기와 좌절, 영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이는 초기 미국 이민자들의 고단한 삶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겉은 마피아의 이야기이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시종일관 ‘가족(family)’이다.
마피아의 압력으로 어쩔 수없이 ‘마피아’ 대신 대체한 용어이지만 심지어 마피아조직도 가족이라 부른다.
요새는 갱의 계파를 일컫는 보편적 단어가 된 family라는 단어도 이 영화로부터 시작되었다.
실제로 영화를 만든 스탭들이 상당 부분 실제로 가족관계라는 점도 흥미롭다.
1부의 음악을 맡은 카마인 코폴라는 프란시스 감독의 아버지이며, 코니역을 맡은 배우 탈리아 샤이어(후에 록키의 연인역을 맡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는 감독의 여동생, 마이클의 딸 메리 역할을 맡은 소피아 코폴라는 감독의 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영화로 인해 이탈리아 문화가 확고하게 미국문화의 일부분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1972년 1편이 개봉된 후 2편은 2년 후인 1974년에 개봉되었으나 마지막 3편은 18년 후인 1990년에 개봉되었다.
3부작을 통틀어 29개 부문에서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73년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1부가 3개, 75년 시상식에서 역시 작품상 등 6개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3부는 7개부문에 걸쳐 노미네이트 되었지만 실제 수상부문은 없었다.
아카데미상만 보더라도 한 프랜차이즈 최다 노미네이트(29개 부문), 1부와 2부가 모두 작품상을 수상한 유일한 영화, 또 동일한 인물을 연기한 다른 2명의 배우(1부의 말론 브란드 남우주연상, 2부의 로버트 드니로 남우조연상)가 모두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기록을 세웠다.
또한 3부작 모두가 각각 작품상, 감독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진기록도 세웠다.

    그리고 그 당시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알 파치노, 로버트 드니로, 다이언 키튼 등의 출연배우들은 이 영화 이후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1955년 워터프런트에 이어 2번째 남우주연상이 결정되었으나 정치적 이유로 수상을 거부한 말론 브란도는 애초 올리비에 로런스를 주연배우로 점 찍은 제작사 파라마운트사로부터 한물간 말썽꾸러기 배우로 여겨져 스크린테스트, 무보수 출연, 말썽을 부릴 경우에 대비한 손해보상보험 담보 등의 모욕적인 요구를 받았다.
이에 곤란한 상황에 놓인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이 메이크업 테스트란 명목으로 말론 브랜도를 달래어 스크린 테스트를 받게 하였고 결국 그의 연기에 만족한 파라마운트사가 나머지 두가지 조건은 면제해 주었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외에도 골든 글로브, 그래미, BAFTA, 전미영화편집인상, 전미영화감독조합상, 독일의 골든 스크린상 등 세계적인 영화 관련 상을 휩쓸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 자신도 처음에는 제작사로부터 신뢰를 얻지못하여 대체감독이 촬영현장에 대기하고 있는 수모를 겪기도 하였다.
나중에 극의 중반부에 그 유명한 마이클 콜레오네의 루이스식당 복수씬을 연출하고서야 비로소 감독으로서 단단한 입지를 확보하게 된다. 
5분정도 계속되는 루이스식당 장면은 원래 175분인 전체 런닝타임이 너무 길어 제작사가 이 부분이 끝나고 인터미션 시간을 갖는 것을 검토하였으나 관객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채택되지는 않았다.
이 장면은 와인과 관련해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에 뒤에서 좀더 기술하겠다.

이태리문화에 있어 음식과 와인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이태리 사람들은 심지어 와인이 없는 식사는 아예 식사를 하지 않는것과 같다고도 한다.
대부에서도 빈번히 식사나 파티자리가 나오는데 와인을 비롯해 술이 없는 경우는 단 한 장면도 없다.
또 등장인물이 술을 마시는 장면이 총 61번 나오는데, 주종을 살펴보면 대부분 스카치 위스키, 레드 와인, 그리고 화이트 와인의 3종류이다.
그리고 이러한 술의 종류는 극중인물의 성격이나 등장하는 장소의 성격을 표현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스카치 위스키는 남자의 술, 레드 와인은 가족의 술, 화이트 와인은 파티의 술로 상징된다.
스카치 위스키는 남자들끼리 있는 곳에는 등장하지만 여자가 함께 있는 장면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특히 스카치 위스키를 따라주는 것과 받아 마시는 것을 통해 권력의 역학관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코니의 결혼식에서 등장하는 술은 레드 와인이다.
그것도 병에 담겨 한잔한잔 따르지 않고 피처에 넣어 돌려가며 마신다.
가족의 유대감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극중 결혼식 장면에서 클레멘자가 춤을 춘 후 피처에 든 자주색 음료를 벌컥벌컥 마시는데, 이것은 상그리아(Sangria)라는 일종의 레드 와인 칵테일이다.

스페인어로 피를 뜻하는 ‘Sangre’에서 유래한 것으로 원래는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에서 자주 마시는 와인이었으나 이제는 서유럽에서는 보편적인 음료이다.
레드 와인에 오렌지 같은 과일 조각이나 오렌지 쥬스, 브랜디 같은 음료를 칵테일해서 마시는데 여름에는 얼음을 넣어 차게 마시거나 겨울에는 프랑스의 뱅쇼 처럼 데워 마시기도 한다.

레드 와인은 마이클이 연인인 케이를 만나는 장면에서도 등장한다.
그리고 1부가 끝날 즈음 아버지 비토 콜레오네가 마이클과 함께 과거를 회상하며 레드 와인을 마신다.
나이든 아버지가 요즘 와서 레드 와인을 예전 보다 많이 마신다고 하자 아들은 와인이 건강에 좋다고 말한다.

그동안의 세월과 부자간의 정이 어떠한 말 보다도 진하고 깊게 전해져 온다.

비토 콜레오네가 정원의 토마토 밭에서 손자와 장난을 치다 숨을 거두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정원 탁자위로 마시다 만 레드 와인이 보인다.
병에 라벨이 없는 것으로 보아 집에서 직접 담근 와인이라고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많은 이탈리아 가정은 여건이 되는대로 와인을 직접 담근다.
1920년대 금주법 시대에도 이탈리아 가정에는 정부가 와인을 직접 담그는 것을 일정량 허용해주었다.

화이트 와인은 마이클과 장남 프레도가 갈등을 겪는 라스베가스의 파티장면에 등장한다.

가볍고, 걱정 없고 즐거운 분위를 상징한다.
웃고 있는 여인과 음악도 상징적으로 함께 등장한다.

그러나 이 자리를 비즈니스로 생각하는 마이클은 화이트 와인과 음악을 치우게 한다.
비즈니스자리에 화이트 와인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루이스식당 장면으로 다시 돌아가면, 마이클이 총격을 가하기 전 타탈리아 패밀리의 두목 소롯소와 뉴욕의 부패한 경찰서장 맥클러스키와 함께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도 레드 와인이 등장하는데 이는 가족적인 분위기라서 보다는 단지 주 메뉴인 이탈리아식 송아지 요리(veal)에 레드 와인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소롯소가 마이클에게 처음 이야기를 시작하는 장면에서 소믈리에가 레드와인을 가져와 오픈한다.

필자는 이 와인의 정체가 궁금하여 구글 서핑 등 여러가지로 자료를 찾아보았으나 독일 와인이라는 등 정확한 답이 없었다.

도대체 이렇게 유명한 장면에 등장하는 와인의 정체가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아무튼 필자는 우연하고도 간단한 단서로 와인의 정체를 알아냈다.

와인을 가져온 소믈리에게 소롯소가 ‘카빗’이라고 짧게 말하는 대목을 듣고 와인병을 정지화면으로 확대하여 몇 번을 돌려본 후에야 브랜드명은 아니지만 로고는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와인은 현재 우리나라에도 수입되고 있는 이탈리아의 북동부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 지역의 와이너리인 Cavit 와인이다.

Cavit Collection은 현재 미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이탈리아 와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 당시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45년전에 이 와인을 영화의 소품으로 사용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리고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영화 대부와 관련이 깊은 와인도 있다.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이 소유한 캘리포니아 소노마지역의 코폴라(잉글룩) 와이너리로부터 생산되는 ‘프란시스 코폴라’ 와인이다.

코폴라 감독은 이 와이너리를 통해 영화보다도 훨씬 많은 돈을 번다고 한다.

나파 밸리에 있는 Blue Ridge 와이너리는 브랜드명이 The Godfather인 와인을 생산한다.

그리고 대부에는 명대사가 많다.

그 중에서도 “그 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할 것이다(I am gonna make an offer he can’t refuse)”라는 대사는 여러 장르에서 차용된다.

필자도 당신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오늘 저녁 분위기 있는 바에 앉아 대부의 OST음악을 들으면서 절인 올리브 열매를 안주로 토스카나 와인 한잔 하는 것은 어떠 한가?

 


■ 와인칼럼니스트 변연배

▣ 경력
 ㆍ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임원/경영학박사(현)
  ㆍCoupang 부사장
 ㆍDHL 부사장
 ㆍMotorola 아시아태평양지역 인사담당 임원
 ㆍHI Solutions, Inc. 대표이사
 ㆍ두산 Seagram㈜ 부사장
 ㆍ주한 외국기업 인사관리협회 (KOFEN) 회장
 ㆍ연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ㆍ중앙공무원 연수원 외래교수
 ㆍ칼럼니스트
 ㆍ와인 바/ 와인 관련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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