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지배구조 개선하겠다"..KCGI 내민 경영투명성 강화 요구 수용
한진칼, "지배구조 개선하겠다"..KCGI 내민 경영투명성 강화 요구 수용
  • 안민재 기자
  • 승인 2019.02.13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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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한진그룹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이사회 독립성 강화 차원에서 사외이사를 늘려 7인 이사회 체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회사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 강화를 위해 감사위원회도 만든다.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3만6642㎡)의 연내 매각도 추진한다.

한진칼과 한진의 2대 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지난달 21일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제안한 것과 관련한 움직임으로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투명성 강화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칼은 13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한진그룹 비전 2023'을 발표했다. 한진칼은 오는 2023년까지 그룹 매출 22조원을 달성하고, 영업이익률은 10.0%로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소개했다.

우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그룹의 사업구조를 선진화 한다. 한진그룹은 송현동 부지를 상세한 일정과 방안을 마련, 연내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제주도 파라다이스 호텔의 경우 우선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서귀포칼호텔과 연계한 고급 휴양 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단, 연내 사업성 검토를 재실시, 개발 가치가 매각 가치보다 낮을 경우 매각을 추진한다. 이밖에도 유사한 사업 내용을 갖고 있는 그룹 계열사 간 합병도 검토해 추진한다.

한진그룹은 또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외이사를 늘리고 사외이사의 독립성도 강화하기로 했다. 한진칼의 경우 사외이사를 현재 3인에서 4인으로 늘려 7인 이사회 체제로 운영한다. 상법 규정에 따라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도 설치하고, 추천위원회 구성원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채운다. 

한진그룹은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회사와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강화한 경영시스템도 추가 마련한다. 이를 위해 한진칼 및 한진에 대해서는 관련 법에 따라 감사위원회를 둔다. 특히 한진칼의 경우 감사위원회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3명의 감사위원회 위원을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할 예정이다.

한진칼은 아울러 회계 조직과 별개로 내부회계관리를 운영하는 조직과 이를 감독하는 조직을 각각 설치하고, 이사회 내에 내부거래위원회도 마련한다.
과반수 이상이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내부거래위원회는 계열사 및 특수관계인 거래 시 법률 위반 행위를 사전에 예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날 전격적으로 한진그룹의 경영 쇄신안 발표를 이끌어 낸 KCGI(일명 강성부 펀드)는 작년 11월15일 한진칼의 2대 주주(9%)에 오르며 한진그룹의 경영 견제 신호탄을 쐈다. 이날 한진그룹이 KCGI의 제안을 수용하기까지 약 4개월이 걸렸다.

KCGI는 국내 행동주의 펀드 1세대로 평가받는 강성부씨가 작년 7월 설립했다. 이 때문에 2대 주주에 오르자마자 증권업계와 재계는 '한진칼의 경영권 장악을 시도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진그룹은 오너 일가의 갑질·비리 의혹 탓에 여론도 불리했다. 

하지만 KCGI는 한진칼 2대 주주에 오른 후 나흘 만인 11월19일 "한진칼의 주요 주주로서 경영활동에 관한 감시·견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계획"이라며 "경영권 장악 의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 KCGI의 활동은 잠잠하다가 올해 1월3일 한진까지 2대 주주(8.03%)에 오르면서 다시 행보에 관심이 집중됐다.  

KCGI의 경영 견제 '청사진'은 같은 달 21일 공개됐다. 당시 발표한 '한진그룹의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은 한진그룹의 경영 취약점을 지적하면서 저평가 자산을 매각하고 경영 효율화를 요구했다. 이런 움직임은 국민연금의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검토하던 시기와 겹쳤다. 

KCGI는 1월13일 한진그룹이 주주총회에 상정할 수 있는 주주제안을 공개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한진칼에 대한 주주제안을 통해 △감사 1인 선임 △사외이사 2인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2인 선임(감사위원회 설치 시) △사내이사 1인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감사 보수한도 승인 등 6개 안건 상정을 요청했다. 한진에 대해서는 감사 1인 선임만 제안했다. 이후 소액주주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전자투표제 도입까지 요청했다. 증권가에서는 3월 주총에서 벌어질 '표싸움'을 대비한 수순으로 여겼다. 

국민연금은 2월1일 한진칼에 대해 정관 변경을 통한 제한적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에 나서기로 했다.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이사는 '결원'으로 본다'는 문구를 정관에 넣기로 했다. 정관은 270억원대 횡령·배임과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양호 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연이은 KCGI의 요구에 이렇다할 대응이 없었던 한진그룹은 12일 "(KCGI의 주주제안을) 앞으로 이사회에 (안건을 상정해) 절차에 따라 논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하루 뒤인 이날 한진그룹은 '비전 2023'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7인 체제), 감사위원회 설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 등 KCGI가 제안한 내용 상당수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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