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글로벌 전략 수정..미국출장 올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글로벌 전략 수정..미국출장 올라
  • 김정현 기자
  • 승인 2019.02.0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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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차기 주력 해외 시장으로 낙점한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연초부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고배를 마신 후 '선진국 시장'으로 눈길을 돌린 정 부회장의 글로벌 전략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등 서부 지역 출장길에 올라 현장 경영에 나섰다. 설 연휴에 귀국해 이날은 정상 출근했다. 

이번 미국 출장으로 정 부회장은 지난 30일 별세한 고(故)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장례식에도 불참했다. 이 고문은 정 부회장의 큰이모다. 

정 부회장이 연초부터 미국 출장에 나선 것은 지난해 3월 공식 발표한 미국 진출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먼저 올 하반기 LA에 오픈 예정인 'PK마켓(가칭)' 공사 현장을 찾았다. 다른 재계 3세와 달리 평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적극 소통해온 정 부회장은 이번 PK마켓 현장 답사도 본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렸다. 

PK마켓은 LA 다운타운 지역 번화가인 사우스 올리브 스트리트 712번지(주얼리 디스트릭트)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마트가 미국 시장에 자체 매장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PK마켓은 식재료(grocery)와 음식점(restaurant)이 결합된 그로서란트(grocerant) 매장으로 정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신개념 업태다. 소비자가 신선한 식재료를 고르면 바로 현장에서 조리까지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이미 스타필드 등에 PK마켓을 열어 호응을 얻었다.

정 부회장은 LA PK마켓 현장 답사 이외에도 LA의 최신 트렌드가 돋보이는 현지 맛집 투어 등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하며 라이프스타일, 식품, 유통이 접목된 신사업 구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 현지 월마트 매장에서 신선식품 코너도 점검하면서 고객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한 매장운영 전략도 살폈다.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있는 인스타그램 본사도 찾아 이커머스 분야 협력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간 부동산 입지 위주로 접근해온 국내 유통업계에서 정 부회장은 교외형 명품 아울렛을 시작으로 트레이더스, 스타필드, 노브랜드, 삐에로쑈핑 등 신개념 유통 업태를 국내에 발빠르게 도입해 '트렌드 세터'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전세계 트렌드의 심장부인 미국 시장 공략이라는 정면 승부수를 꺼낸 것도 선진시장 트렌드를 몸소 익혀온 덕분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해 3월 미국 시장 진출 계획을 깜짝 발표하면서 "PK마켓에 미국 사람이 좋아할 만한 아시안 식품을 중점적으로 선보일 것"이라며 "베트남 등 동남 아시아 지역에도 이마트가 진출했지만 규제없이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역점을 두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해외 시장 진출은 녹록치 않다. 이마트는 1999년 중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막대한 누적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사업을 접었다. 중국 시장에서의 뼈아픈 실패를 교훈 삼아 선진국 시장으로 해외 진출국을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PK마켓 출점과 별도로 지난해 말에는 미국 현지 유통기업도 인수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LA, 시애틀, 샌디에이고 등 미 서부지역이 거점인 식품전문 유통기업 '굿푸드 홀딩스' 인수 소식을 알렸다. 인수금액은 약 3075억원. 

중국 사업이 '현지화' 문제가 주된 실패 요인으로 꼽히는 만큼, 미국 시장은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 또 현지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제품소싱, 물류, 운영노하우 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식품과 유통이 결합된 PK마켓과의 시너지 창출도 기대된다. 

'포스트 차이나'로 유통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베트남 시장 공략도 속도를 낸다. 2015년 12월 호치민에 고밥점을 연 이마트는 올해 2호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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