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암호화폐등 디지털화폐에 부정적..'금융안정 저해' 이유
한은, 암호화폐등 디지털화폐에 부정적..'금융안정 저해' 이유
  • 이영근 기자
  • 승인 2019.02.0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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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면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기됐다. 실물화폐의 사용이 급격하게 줄고는 있지만 중앙은행은 여전히 현금과 같은 안전자산을 확보하고 있어야 된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CBDC)를 발행할 경우 금융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CBDC는 지폐나 주화같은 명목화폐를 대체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전자화폐를 의미한다. 한은은 지난달 29일에도 가까운 시일 내에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필요성이 작다는 연구결과를 냈다.

김영식 서울대 교수와 권오익 한은 연구위원은 7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CBDC가 상업은행의 요구불예금을 대체하면서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금용 소비자들은 CBDC와 요구불예금 중 CBDC를 더 안정적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요구불예금과 CBDC의 수익률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CBDC가 기존 요구불예금을 대체할 가능성이 커지고 CBDC를 보유하려는 수요가 더 많아지면 요구불예금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업은행 요구불예금 유출로 신용공급이 축소되면서 대출금리가 상승한다. 이 경우 지급준비금 보유 기회비용이 늘어난다. 따라서 상업은행의 지급준비율은 중앙은행이 설정한 최저 지급준비율(예금 대비 의무 지급준비금 비율)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

따라서 한은은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면 상업은행의 유동성 부족 가능성이 커진다고 봤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최저 지급준비율을 도입하는 등 인출 요구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도 유동성은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업은행의 예금수취 경쟁으로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서 금융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CBDC로 대체되는 요구불예금 만큼 중앙은행이 상업은행에 대출하는 경우 상업은행의 신용공급이 축소되지 않으며 금융안정도 개선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앙은행의 경우 만기 전에 대출금에 대한 상환 요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상업은행의 유동성 부족 현상 발생 가능성이 CBDC 도입 전에 비해서도 감소한다고 판단했다.

연구진은 "중앙은행은 개인계좌 개설 허용 방식의 CBDC 발행에 신중해야 한다"며 "발행하는 경우에는 CBDC가 상업은행의 요구불예금을 대체하면서 금융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한은은 최근 각국 중앙은행 및 학계를 중심으로 전자적 형태의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이번 연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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