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000억원 손실 본 車배터리 업계…올해 마지막 '버티기'
작년 6000억원 손실 본 車배터리 업계…올해 마지막 '버티기'
  • 최은경 기자
  • 승인 2019.02.05 14: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에서 지난해 거둔 영업손실이 6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올인'하고 있지만 올해 역시 적자를 피하긴 힘들다. 지난해 대규모 투자 발표를 쏟아내면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해서다. 이들 3사는 조바심을 내기보다 수주물량이 본격 공급되는 2020년 이후를 기다리며 '버티기'를 이어간다.

5일 각 사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3사가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거둔 영업손실은 62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회사별 적자 수준은 LG화학이 600억원, 삼성SDI 2500억원, SK이노베이션은 3175억원가량이다.

이들의 적자 규모가 적지 않은 이유는 시설투자와 이에 따른 인력충원, 연구개발(R&D)비용에 대규모 지출이 잇따라서다. 지난해 3사가 신규 수주한 전기차 배터리 물량만 110조원, 수주잔고는 175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다만 대부분의 물량이 2020년 이후에 공급되는 것이어서 지난해 실적에는 잡히지 않았다. 대신 이들은 지난해에만 6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발표했거나 예정하고 있다.

올해는 발표한 투자들을 본격 이행해야 하는 시점이어서 수익성 확보까진 난관이 많다. 가장 먼저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한 LG화학조차도 지난달 30일 콘퍼런스콜에서 "올 상반기 중에는 캐파(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선행투자와 계절적 요인으로 BEP에서 소폭 등락이 있을 것"이라며 흑자행진을 자신하지 못 했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이보다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삼성SDI는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전기차전지사업 흑자 전환은 아직은 어려워보인다"면서 "다만 작년보다는 수익성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올해는 준비하는 기간"이라며 "아직 수익성확보는 제한적이지만, 전기차 시장이 본격화되는 2020년에는 이익실현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업계에 있어 올해는 마지막 '버티기 기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3사는 든든한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완성차업체에 공급이 본격화되는 2020년부터는 자연스럽게 수익성 확보가 가능해진다. 이미 글로벌 4각 생산체계를 갖춘 LG화학이 올 하반기 대규모 공급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치고 나간다. LG화학은 올 하반기 1~3%, 내년부터는 5%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000억원을 거쳐 내년부터는 영업이익이 5000억원 이상으로 훌쩍 커지게 되는 셈이다.

국내업체엔 2020년부터 폐지되는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도 기회 요인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업체들에만 보조금을 주면서 노골적으로 국내업체들을 견제했지만 2020년부터는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진다. 국내3사는 나란히 글로벌 완성차업계 1위 폭스바겐의 배터리 고객사로 낙점되는 등 배터리시장 과점화를 위한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해 가고 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선전과 유럽의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 계획이 상향 조정되고 있다"며 "배터리 업체들은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4~5개에 불과한 상황이어서 배터리 업체들의 협상력이 높아지면서 본격적인 마진 개선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