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영업손실 1962억원..적자폭도 확대
현대로템, 영업손실 1962억원..적자폭도 확대
  • 정미숙 기자
  • 승인 2019.02.0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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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이 지난해 영업손실만 1962억을 기록하는 등 최악의 실적 부진을 겪었다. 매출 감소의 영향과 해마다 줄고 있는 신규 수주 실적 등의 여파로 보인다. 

최근 수년간 현대로템은 최저가낙찰제로 사업이 발주되고 있는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수주 다변화에 주력해왔다. 수익성을 끌어올리기에는 최고가치낙찰제가 적용되는 해외시장이 낫다는 판단이지만 당장 실적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5일 현대로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2조4119억원, 영업손실 196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1.5%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은 3080억원으로 2017년(순손실 2618억원) 대비 적자폭이 확대됐다. 

사업별로 철도부문 지난해 매출액은 1조17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47억으로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플랜트부문 매출액은 전년 대비 27% 감소한 534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64억원 적자를 이어갔다. 그나마 방산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4% 증가한 5270억원을 기록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실적악화는 주력사업인 철도와 플랜트부문에서의 매출 감소 및 고정비 부담 영향이 컸다. 특히 플랜트부문에서만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640억원 감소했다. 2017년부터 문제가 장기화된 카타르 알다키라 하수처리설비 프로젝트에서 설계변경으로 인해 추가 원가가 반영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신규수주 실적 또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규수주 규모는 △철도부문 2조3070억원 △플랜트부문 3340억원 △방산부문 3420억원 등 2조983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수주총액 3조8350억원(철도 2조5770억원, 플랜트 6550억원, 방산 6030억원)과 비교하면 22.2% 줄었다.

현대로템 실적 악화는 철도‧플랜트 등 부문의 해외 매출 감소와 함께 최저가낙찰제로 사업이 발주되는 국내에서 마진을 남기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분석은 지난해 국내 주요 관급공사 수주 사업의 예정가격 대비 낙찰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정가격은 발주처가 "이정도 가격이면 사업이 가능하다"고 정한 일종의 가격 제한선이지만, 최저가입찰제가 적용되는 국내의 경우 낙찰가가 예정가격보다 낮게 책정되는 현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대곡~소사선 40량(572억원) 공급 사업의 경우 예가 대비 낙찰률은 75.8%였다. 또 지난해 8월 서울메트로가 발주한 2·3호선 전동차 196칸(1549억원) 공급 사업의 경우 예가 대비 낙찰률은 72.9%에 그쳤다. 현대로템이 지난 2017년 수주한 코레일 전기동차 128량(1116억원)은 예가 대비 낙찰률이 69%에 불과했다.

최저가입찰제 아래서는 가격을 최대한 낮춰야만 사업 수주가 가능하다. 업체 입장에서는 일감이라도 확보해야 매출규모를 유지할 있어 치킨게임 양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최저가낙찰제로 저가 입찰을 유도했던 발주처들이 이전 낙찰가를 토대로 신규 사업 예가를 정하다보니 마진율은 더 떨어지는 기형적 구조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이런 구조의 악순환이 반복되면 저품질 제품 공급 등 안전문제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현대로템은 덤핑 입찰 방지와 품질 관리를 위해 최고가치낙찰제를 적용하고 있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실제 현대로템은 지난 2014년까지 철도 차량공급 사업에서 40% 포션을 차지하던 국내 비중을 20% 수준까지 줄이고 해외수주에 집중했다. 현재까지 수주에 성공한 국가는 미국, 캐나다, 인도 등 36개국으로 최근 3년간 해외수주 비중은 80%선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로템의 지난해 철도부문 매출을 보면, 대만 TRA 통근형 전동차, 대만 도원 녹선 경전철 E&M 등 두 사업의 비중이 철도매출의 60% 가까이 차지했다. 두 사업 모두 예정가격 대비 낙찰률은 각각 99.5%, 98.5%로 70%대 수준에 불과한 국내와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다만 수주산업 특성상 현재 따낸 해외사업들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발주처의 주문변경 등 설계단계에서 변수가 생길 여지도 있다. 현대로템도 지난해 해외에서 추진 중인 일부 철도 사업에서 초도 물량에 대한 품질검증 강화 등으로 생산이 지연돼 매출 감소에 직접적 영향을 받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값을 받기 힘든 국내 관급사업의 입찰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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