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5 ]술은 어떻게 사람을 취하게 하는가?
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5 ]술은 어떻게 사람을 취하게 하는가?
  • 정미숙 기자
  • 승인 2019.01.24 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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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라 불린 이백은 생애 천 수백편의 시를 지어 현재 전해져 오는 것 만도 1,100수에 이른다. 이백의 시는 대부분 도가의 사상을 바탕으로 자연을 노래하거나 아니면 자연과 더불어 마시는 술을 주제로 한 것, 혹은 술에 취해 쓴 것이 대부분이다.

11살 어리지만 같은 시대를 살고 서로 교유 하였던 시성 두보는 술을 신선의 경지에까지 마신 주도(酒徒) 8명을 평가한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에서 이백이 술 한 말을 마시고 시 100편을 지었다고 했다.

이백이 술에 취에 뱃놀이를 하다 장강에 비친 달을 건지려고 하다 익사했다는 전설은 유명하다.

아리스토탈레스는 그의 저서 난제들(problemata)에서 “술 취한 사람은 왜 우는가?” 라는 것을 풀기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로 꼽았다.

사람은 오랫동안 술에 취해 왔다.

술의 어원은 백제 혹은 신라의 ‘술(述)’, 조선시대 들어 옛 한글의 ‘수을’로 알려져 있다.

주류로 통칭되는 술의 정의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주세법상으로 ‘섭씨 15도에서 1도이상의 에틸알코올(에탄올)을 함유하고 있는 음료 및 분말’ 로서 의료용을 제외한 식품을 말한다.

에탄올은 화학적으로 에틸렌을 가수분해하면 쉽게 대량으로 얻을 수 있지만, 이렇게 얻은 에탄올은 공업용 용매로 많이 사용되며 식품으로는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우리가 마시는 술의 기본이 되는 에탄올은 글루코스라 불리는 포도당, 과당, 설탕 등의 당류를 발효라는 과정을 통하여 효모가 에탄올과 이산화탄소 및 물로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효모가 에탄올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효모에게 영양분을 제공하는 글루코스, 섭씨 5도에서 25도사이의 적정한 온도, 그리고 산소공급이 차단된 숙성환경이 필요하다.

산소의 차단에 실패하면 술이 쉰다.

모든 조건이 맞아도 발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에탄올 도수는 보통 12도~13도 정도가 최고이다.

와인의 도수가 대개 이 정도이지만 5도~ 9도 정도의 와인도 있다.

글루코스가 계속 공급될 경우 예외적으로 15도 정도에 달하기도 하나 도수가 높으면 효모가 활동을 정지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도수를 넘기는 힘들다.

위스키나 포트와인과 같이 그 이상의 도수를 가진 술은 별도로 증류하거나 높은 도수의 주정을 섞은 것이다.

그리고 같은 발효이지만 나무를 발효시켜 얻은 알코올은 메탄올(메틸알코올)인데 마시면 영구적인 실명을 가져올 정도의 독극물이다.


재미있게도 인체세포가 당을 태우는 메커니즘이 효모와 거의 똑 같다. 예를 들어 격렬한 달리기를 할 때 인체의 일부 근육은 산소를 다 써버리고 무산소 상태가 되면서 효모가 에탄올을 생산하는 것과 동일한 환경에 놓인다.

그러나 운동할 때 마다 인간이 술이 취한다면 곤란 할 것이다.

그래서 인체는 글루코스를 분해하는 10단계 중 마지막 단계를 스스로 변화시켜 에탄올 대신 젖산을 생산하게 진화하였다.

운동 후 근육통이 생기는 것은 이 때 생성된 젖산 때문이다.

그래서 맹수를 피해 달리던 원시인들이 적어도 술에 취해 잡아 먹히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 대신 젖산 때문에 생긴 근육통을 얻었다.


그렇다면 술은 사람을 어떻게 취하게 하는가?

술을 마시면 술 속의 에탄올은 미량이 혓바닥을 통해 흡수되면서 위장으로 내려가 10~20%가 위장에서 흡수되고, 나머지 80~90%는 테니스코트장 만한 넓이의 융모형태로 접혀 있는 소장에서 흡수된다. 융모에 흡수된 에탄올 분자는 작고 안정적이기 때문에 쉽게 혈액에 섞여 신체의 해독센터인 간으로 모인다.

우리 몸은 투입된 에탄올에 대항하기 위하여 2중의 방어막을 형성하고 있다.

첫째가 ADH로 불리는 알코올 탈수소효소(분해효소)인데 에탄올을 파괴하여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히드란 물질로 바꾼다.

우리 몸의 간이 부지런하게 일하면 체중 70Kg 표준인의 경우 시간 당 순수한 에탄올 약 18ml(위스키35ml/소주60ml/와인100ml 정도)를 분해한다.

올해 새로 바뀐 음주운전 기준선인 0.03%는 이렇게 간이 한시간 동안 분해할 수 있는 알코올의 양이 혈중에 포함되어 있는 상태와 거의 같다. 참고로 간이 24시간 동안 분해할 수 있는 알코올의 한계량은 160그램 정도로 대략 양주 350ml 1병, 두 홉들이 소주3병, 맥주 16병 정도에 해당한다.

알코올 분해능력은 인종과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고 남녀 간에도 차이가 있는데, 여성의 경우는 보통 남성의 반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런데 흥미롭게도 50대 이후엔 남녀 간 역전현상이 일어난다).

그리고 아스피린 계통의 약물을 복용할 때도 알코올 분해기능이 약 30%가량 저하된다.

그런데 아세트알데히드는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될 정도의 독성물질이기 때문에 우리 몸은 다시 두번째 방어막인 ALDH(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를 사용하여 아세트알데히드를 초산으로 분해한 후 최종적으로 물과 이산화 탄소로 바꾼다.

술을 마신 후 메스껍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아세트알데히드가 덜 분해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몸이 진화를 해오면서도 인류가 이렇게 대량의 알코올을 스스로에게 퍼붓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처리용량을 넘어서는 알코올은 세포막을 빠져나가 뇌로 들어간다.

뇌로 들어간 알코올은 억제제로서 중추신경계의 작동을 떨어뜨려 언어장애, 운동 실조 및 인식능력 저하를 가져오고 과하면 신체 통제기능을 담당하는 뇌간을 정지시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하지만 알코올은 흥분제로서의 역할도 동시에 한다.

신경세포 등 뇌체계의 전기적 활동을 증가시켜 기쁨과 행복감을 불러일으키고, 감정조절능력을 저하시켜 사람을 무절제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 마음을 가라 앉히고 걱정을 누그러뜨리는 기능은 신경안정제의 기능과도 흡사하고 또 쾌락중추를 자극하여 아편과 비슷한 효과를 주기로 한다.

이러한 술의 기능은 혼자 하느냐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하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확연히 달라진다.

더불어 하면 그 사이로 공간이 생기고 공간 사이로는 우정과 사랑과 문학과 예술과 낭만이 끼어든다.

하지만 가끔은 싸움도 끼어 들고 스스로도 이해 못하는 난해한 행동도 끼어든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숙취가 끼어들기도 한다.

문제는 항상 정도가 과한데 있다.


■ 와인칼럼니스트 변연배

▣ 경력
 ㆍ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임원/경영학박사(현)
  ㆍCoupang 부사장
 ㆍDHL 부사장
 ㆍMotorola 아시아태평양지역 인사담당 임원
 ㆍHI Solutions, Inc. 대표이사
 ㆍ두산 Seagram㈜ 부사장
 ㆍ주한 외국기업 인사관리협회 (KOFEN) 회장
 ㆍ연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ㆍ중앙공무원 연수원 외래교수
 ㆍ칼럼니스트
 ㆍ와인 바/ 와인 관련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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