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한진그룹에 대한 주주권 행사 무위 그치나..위원 다수 '반대'
국민연금, 한진그룹에 대한 주주권 행사 무위 그치나..위원 다수 '반대'
  • 배원숙 기자
  • 승인 2019.01.23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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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를 통해 대한항공 ·한진칼등 한진그룹에 관여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다.

23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의 위원 다수가 반대 의견을 낸 것.

자료사진=한진칼 제공
자료사진=한진칼 제공

 


대한항공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여부에 대해선 수탁자책임 전문위 위원 9명 중 7명이 반대했고, 2명이 찬성했다. 한진칼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에 대해서도 반대가 5명으로 찬성 4명을 앞질렀다. 당초 위원들의 성향을 봤을 때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의견이 다수일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수탁자책임 전문위의 주주권 행사 분과 위원 9명은 23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한진그룹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와 그 범위 등을 논의하기 위해 4시간여에 걸쳐 비공개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해임, 사외이사 신규 선임, 정관 변경 요구 등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방안이 도마에 올라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보다 많기는 했지만 합의는 보지 못했다. 수탁자책임 전문위는 위원들의 의견을 그대로 기금운용위에 보고하기로 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찬성 의견으로, 단기매매차익 반환 등 기금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반대 의견으로 나왔다. 경영참여 주주권행사 찬성 위원들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해임, 사외이사 선임, 정관변경,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제안했다.

참석자는 △정부 추천 박상수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위원장),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연구기관 추천 김우진 서울대 교수 △지역가입자 대표 추천 조승호 대주회계법인 본부장,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근로자 대표 추천 이상훈 서울시복지재단 센터장, 김우창 카이스트 교수 △사용자 대표 추천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수탁자책임 전문위는 지난해 10월 구성이 완료될 때부터 위원 상당수가 정부 산하 연구기관, 노동계, 진보 성향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진보색이 짙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계 추천이라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위원은 2명 뿐이다.

그런데도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던 배경에는 현행법상 제한이 많다는 현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은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풀에 관한 규정을 만들기로 했기 때문에 이번에 사외이사에 대한 주주제안을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 "현행 상법 상 임기 중 사내이사에 대한 해임은 이사회에서 거절할 수 있도록 돼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관에 이사에 대한 규정을 두는 것도 할 수 있지만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필요하다"며 "현행법상 제약이 있으면 방법이 없지 않나. 실효성의 문제가 생각될 수 있는 것이다. 진보, 보수의 개념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 때문에 경영참여에 대해서는 신중한 쪽이었다. 언젠가는 주주가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해야 하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다가 많았다"고 전했다. 다른 위원은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는) 서서히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기금운용위는 이르면 이달 30일 또는 다음달 1일 등 회의를 열어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운용위가 수탁자책임 전문위의 검토 보고를 뒤집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또 한편에서는 다른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기금운용위원 20명의 성향은 8대 2 또는 7대 3으로 진보적인 색채가 강하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본관 2층 집현실에서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라며 "틀린 것은 바로 잡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기금운용위원은 "의견이 갈리더라도 다수 의견이 나올 때까지 합의를 거쳐 안건을 처리하는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가 적극적인 경영권 참여 결론을 내리면 총수일가 갑질 논란을 겪었던 한진그룹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지침) 제도를 적용받는 첫 사례가 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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