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경제창간 17주년 특집기획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과 희망을 향한 메시지"]손욱 전 농심회장 "이건희, 창의경영 선구자..93년 메가트랜드 읽어내"
[데일리경제창간 17주년 특집기획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과 희망을 향한 메시지"]손욱 전 농심회장 "이건희, 창의경영 선구자..93년 메가트랜드 읽어내"
  • 정미숙 기자 /사진 오재인 기자
  • 승인 2019.03.0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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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경제 창간 17주년 특집]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과 희망을 향한 메시지'

"손욱 전 농심회장의 '십이지 경영학' '행복경영' 시대 "

손욱 전 농심회장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창의경영을 높게 평가했다.

손욱 회장은  삼성SDI 사장, 삼성종합기술원장, 삼성인력개발원장 등을 역임한 정통 ‘삼성맨’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 재직시절부터 농심회장까지 기술경영을 접목한 최고경영자로서 "한국의 잭웰치, 리더들의 리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 전 회장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큰 몫을 했다.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을 보좌하며 삼성의 기술 혁신 과정을 경험하고,  CEO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손 전 회장은 기술경영의 메신저로서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몇 안 되는 선구자이자 1세대로 평가받고 있다.

손욱 회장은 1975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30년 넘게 삼성의 혁신과 성장을 주도했다. 삼성전기-삼성전자의 프로세스 혁신과 전사적 정보시스템 구축을 주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고, 삼성SDI에 국내 최초로 6시그마를 도입해 디스플레이 사업의 일류화 기반을 다졌다.

이후 1999년부터 5년간 삼성종합기술원 최장수 원장으로서 국내 최초로 시장 창출형 4세대 연구혁신과 R&D 부문의 6시그마를 도입, 기술경영혁신 성공모델을 만들었다. 2004년에는 삼성인력개발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삼성의 미래인재육성을 담당했다.

최근에는 성공하는 CEO를 만드는 지침서이자 경영의 기본기를 다룬 '십이지 경영학'이라는 책을 냈다.

손욱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019년의 경제전망을 묻는 질문에 "날개없이 추락하는 해이자 성공의 재도약기"라고 정의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제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 올해는 경제상황이 날개없이 추락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봅니다. 이유는 패러다임의 변화에 정책적으로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는 2008년 최고의 수출실적을 기록한 이래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 울산공단에서 위기가 터지고, 조선 석유 자동차등 부문에서 하향 곡선을 이어가게 되지요. 2015년에는 구미공단 역시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같은 현상은 1960년대부터 밀어붙이던 중화학공업이 성장동력을 잃게되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된 이유가 되지요 . 현재에 이르러 산업부문에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민족은 위기를 극복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경제가 어렵더라도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어려울때일수록 경영의 원점으로 돌아가 기본기를 단단히 익혀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같은 의지가 있
다면 충분히 경제위기를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 한국경제의 위기를 지적하는 이유는?

 

-20세기에는 산업화-정보화가 고도화되는 시기입니다. 크리에이티브 경제로 변화해야 하는데 이를 따라가지 못했지요. 기술은 전세계 어디에서나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엮는게 중요한데, 이를 융합이라 하죠, 기술을 한데 묶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융합정책이 필요합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신성장정책이 필요하겠지요. 고 노무현 대통령이 신성장동력을 이끌어내려는데 노력을 많이 했지요.  결국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후 녹색정책이다, 창조경제다 구호는 이어졌으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융합창조 트랜드를 통해 경제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융합의 트랜드는 세계적으로 1990년대 시작됐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30년정도 늦었지요. 기술과 제품을 만드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융합과 창조를 통해 경제 트랜드를 변화해야 하는데 아직 이 부분이 부족한 듯 싶습니다.

 

하나의 예로,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등이 융합창조의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나아가는데 일조한 기업들이지요. 세계적인 트랜드를 읽어내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여서 성공한 모델입니다.

 

우리는 이같은 메가트랜드로 이어지는 톱니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샤오미도 성공모델이지요. 인도에서 휴대폰 1위를 수성하고 있습니다. 샤오미는 실리콘밸리보다 더 실리콘밸리같은 회사를 지향하면서 수평적 조직문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성을 갖춘 고객의 니즈를 다 받아들이지 않고 획일적으로 다량 제품 생산에 몰두한 것에 비해, 샤오미는 고객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생산해 내는데 성공,  세계 유수의 휴대폰 제조업체로 발돋움했습니다.

 

한국이 기술을 중국에 전수해주면서 지금은 중국기업이 패러다임에서 우리보다 앞서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에서 30여년 재직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신경영’을 이끈 분입니다. 장장 68일에 걸쳐 유럽과 일본을 다니면서 선진 기업을 벤치마킹한 여정은 세계 기업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로 임원 200명을 데리고 68일 동안 오직 벤치마킹만 하러 다녔습니다.

 

1993년 신경영 기행이 독일에서 시작될 때는 이건희 회장의 수행팀장을 맡았지요. 당시 비서실 소속으로 전자부문 전략기획팀장을 맡았기에 가능한 일로 신경영을 함께한 것은 굉장히 값진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20세기 들어 그런 변화의 리더십을 보여준 사람이 없었는데, 그 과정을 함께한 건 행운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어요.

 

이건희 회장은 당시 세계 경제흐름을 읽어냈습니다. 시대를 앞서갔다고 보여집니다. 이 회장은 '창의삼성'을 외치며 "관리경영에서 벗어나라"는 말을 임직원들에게 누누히 강조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삼성이 망한다는 얘기였죠.

 

그때 나온말이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였습니다.

이 한마디가 현재의 삼성을 일궈낸 밀알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회장이 거대한 메가트랜드를 읽어낸 것입니다.

이 회장은 10년후의 세상을 내다보았습니다. 글로벌 삼성의 대표 제품인 반도체, 휴대폰 산업의 토대를 이때 다진 것으로 봅니다.

 

1993년 이건희 회장이 느낀 '위기'는 무엇이고, 이를 토대로 한  신경영의 내용은?

 

-삼성의 신경영의 원점은 이회장이 인식한 세기말적 위기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사회전반에서 두루 인식되는 당대의 지배적 사고방식을 우리는 패러다임이라고 부르는데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식하면 전율과 공포를 느끼는 수준에까지 도달하게 되죠.

 

위기는 위협인 동시에 기회가 됩니다. 1993년 삼성의 신경영 당시 이회장은 크나큰 위기의식으로 "등에 땀이 날 정도"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당시 삼성은 표면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보였으나, 이회장은 앞으로 닥칠 상황변화를 내다본 것입니다.

 

이회장은 글로벌 인재육성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는 것과, "양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고, 질로 승부해야 하는 시대"라는 것, 기술력이 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성이 미래에도 살아남으려면 버릴 것은 버리고, 일류를 추구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죠. 이회장의 위기를 바라보는 인식수준은 삼성내 다른 CEO수준과 다른 것으로, 회사가 앞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는지 그 지속가능성을 인식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스타일을 비교 한다면?

 

-이건희 회장은 정신적인 지도자형입니다. 큰 비전과 조직문화, 그리고, 창의적인 리더쉽을 갖춘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리의 삼성'을 '신경영'으로 바꾼 분이지요. 출근은 왠만하면 안하였으나, 대신 흐름을 꿰뚫는 혜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회장은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연수원을 건설하도록 했지요.연수원을 통해 삼성의 창조적인 인재육성을 지금껏 이어오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기틀을 다진 것이지요.

 

사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다만, TV화면이나 언론매체등을 통해 보면 부드러운 면모와 젠틀한 이미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창조적인 조직문화와 아이디어등 리더십을 갖출 것으로 기대되므로 삼성을 잘 경영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고 있는 SK 최태원 회장의 리더십은 어떤가요?

 

-최회장은 수직문화의 틀을 깨고 딱딱하지 않은 리더십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업문화를 바꾸려는 시도이지요. 융합창조의 시대를 읽고 메가트랜드를 받아들이려 애쓰는 것 같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르지 않으면 무너지게 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어 상생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평소 지론이 행복경영과 나눔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일본항공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성공신화 얘기입니다. 이나모리 회장은 도산한 일본항공을 인수해 회생불가라는 세간의 관측에도 불구 1년만에 흑자로 전환해 화제가 된 인물입니다. 이나모리 회장의 경영목표가 이같은 기적을 이루어낸 원동력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대개 기업인수시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감축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나모리 회장은 이를 거부하고 경영목표를 '모든 직원의 행복'으로 삼아 리더십을 발휘, 도덕교육등을 토대로 일년만에 흑자를 이루어냈습니다.

 

또 한 사례로는 삼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93년경 미국 LA 매장에는 일본제품이 전면에 배치되어 있고 삼성제품은 후미진 곳에 놓여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10년후 기술력을 바탕으로 매장 핵심 전면부를 삼성제품이 장악하는 성공신화를 이루어냈습니다.

인재경영과 교육이 뒷받침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십이지 경영학' 이라는 경영 지첨서를 펴냈는데

 

- '자축인묘 진사오미 신유술해' 십이지 중에 처음 등장하는 동물인 쥐에 대해 살펴볼까요.
쥐는 천재지변이나 자연재해시 제일 먼저 도망갑니다. 이런 현상을 보고 선조들은 재해에 대비를 했습니다. 쥐는 뛰어난 예지력과 생존력의 표상입니다.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주변 상황을 주시하죠.

 

기업경영에서 쥐가 가르쳐 주는 것은 '자기의 현 위치, 현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라는 것입니다. 생존차원의 위기의식으로 삼아 발빠르게 대처하는 지혜를 통해 위기 돌파를 이루어내야 한다는 교훈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또한, 올해의 해 '돼지'에 대해서도 알아보죠. 돼지의 특성중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돼지는 '多産'의 상징입니다. 한 돼지농장에서 어미돼지가 10마리를 낳았는데, 1번과 2번 젖은 제일 약한 새끼 돼지 차지가 됩니다. 다른 건강하고 덩치가 큰 새끼돼지보다 양이 제일 넉넉한 1번과 2번에 약한 돼지를 배치하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 2~3개월이 지나면, 약하던 새끼 돼지의 덩치가 커져서 다른 건강한 새끼 돼지들과 크기가 비슷하게 됩니다.

 

이같은 사실은 갑질논란에 대해 교훈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금수저다 은수저다' 하면서 갑질이 나오는 것은 '제일 큰 것을 내가 먹어야 한다는' 욕심과 다름이 없지요. 돼지처럼 나눔과 배려가 필요한데 말이지요.


올해는 돼지해입니다. 황금돼지해라고도 하는데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나눔과 배려를 뜻하는 돼지처럼 홍익인간 정신이 퍼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요즘 기업이든 개인이든 행복하지가 않죠. 행복시대를 맞이해야 합니다. 긍정적이면서도 창의적이고 또 배려와 나눔의 마음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 바람직한 CEO 상이 있다면? 

 

과거 20세기에는 관리형 CEO가 각광을 받았지요. 그러나 현재는 올바른 리더십을 갖춘 CEO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CEO는 스토리텔러이자 현장감독이죠. 사내강사로서 변화의 필요성과 혁신의 철학, 방침등을 끊임없이 전파하는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삼성 신경영 초기에 이건희 회장은 사장단 뿐만 아니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엄청난 직강을 통해 신경영에 불을 당겼습니다. 구호를 넘어서는 지속적 실천을 요구했으며 이를 수행했습니다.

 

또한 최고의 덕목은 인내와 느긋함인지도 모릅니다. 조직 전체가 한마음 한뜻이 되기위해서는 기다림속에서 오랜 정성을 쏟아야 하겠지요. 달걀을 스스로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되고, 남이 깨주면 프라이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일할때는 영원히 살 것 처럼 하고 인생을 살때는 오늘 죽을것 처럼 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인사대천명이 필요합니다.

 
끝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성공의 저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성공해왔으니 앞으로도 성공할거야"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옛날 방식입니다. 위기극복을 위해 수직적 조직문화가 수평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유교문화가 여전히 팽배해져 있어서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어려웠습니다. 조선이 망한 이유 중 하나가 이 고리타분한 유교적 문화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사회 곳곳에 퍼져있는 유교문화가 여전히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생각이죠. 다만, 1919년 3월 1일 만세운동은 21세기로 나아가는 패러다임을 깨우려는 시도였습니다. 이때부터 우리나라는 역동적으로 변화하게 되죠. 독립운동하듯이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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