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정제마진 한달넘게 손익분기점 밑..영업손실 커져
정유업계, 정제마진 한달넘게 손익분기점 밑..영업손실 커져
  • 이원섭 기자
  • 승인 2019.01.17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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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업계의 수익성을 판가름 하는 정제마진이 한달 넘게 손익분기점 아래를 맴돌고 있다. 유가 급락에 따른 일시적인 상황으로 여겼던 정유업계는 상황이 장기화 되자 당황하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첫주 3달러대로 떨어진 이후 월간 평균으로 2.9달러를 기록하는 등 쉽사리 반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월 평균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6.1달러였다.

통상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로 알려져 있어 팔수록 손해 볼 수 없는 적자구간으로 접어든 셈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권 정유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정제마진이 급락한 가장 큰 이유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두바이유 가격보다 저렴해지면서 값싼 원료를 활용한 북미 정유업체들의 휘발유 생산량이 급증한 영향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둔화 움직임으로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면서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동시에 재고가 쌓이고 있다. 여기에 예상보다 겨울철에 기온이 낮지 않아 난방용 등·경유 수요도 줄었다.

정제마진 악화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였던 정유업계는 올해도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근심이 커졌다. 2015년 이후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이 2개월 연속 3달러대 이하를 기록한 적은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계속 불황을 대비해 왔지만 예상보다도 더 정제마진이 큰 폭으로 감소해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국제유가 급락으로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을 떠안은 정유업계는 이미 '어닝쇼크'를 예약한 상태다. 정유업계 맏형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시장 컨센서스(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80% 감소한 1706억원이다. 그러나 최근 증권사들은 5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점치며 컨센서스를 끌어내리고 있다. 에쓰오일 역시 2000억원 이상의 영영업손실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시황이 바닥이라는데는 대다수 동의하지만 반등 시점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을 위시로 한 OECD 등경유 재고는 여전히 4년래 저점 수준"이라며 등경유 마진의 빠른 반등 가능성을 예상했다.

다만 휘발유 마진율이 나빠 시황 개선이 더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휘발유 마진 개선 없이는 의미있는 정제마진 개선이 어렵다"며 "드라이빙 시즌(여름 휴가철)을 대비한 휘발유 재고 비축 시작 시점인 3월까지 시황반등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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