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소액주주 늘어,, 주총 장소 변경 검토 및 전자투표제 도입 '고심'
삼성전자 소액주주 늘어,, 주총 장소 변경 검토 및 전자투표제 도입 '고심'
  • 이형석 기자
  • 승인 2019.01.1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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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가 정기주주총회를 준비하며 고민에 빠졌다. 액면분할 이후 소액주주들이 늘어난데다,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 등으로 삼성전자 주가는 3만원대까지 떨어지며 '주주 달래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3월 정기주총의 장소와 형식을 두고 변화를 고심 중이다. 그간 삼성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정기주총을 열어왔지만, 지난해 3월 주총에는 참석 주주가 2배로 늘며 주총 수용인원에 문제가 생겼다. 평소 400여명 정도가 참석하는 주총에 지난해 이례적으로 800여명이 참석했다. 자리가 꽉 차 주총장 뒤편으로 서 있는 주주들도 다수였다. 올해 주총은 액면분할 효과로 참석 주주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는 주총 장소 변경도 검토 중이다.
 
250만원 안팎에 거래되던 삼성전자 주식 1주가 50주로 쪼개지면서 소액주주의 투자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이에 따라 주주들의 연령대도 낮아지고 주주들의 참석과 주총 현장 발언도 늘어날 것으로 삼성전자는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주총 장소 변경 뿐 아니라, 주총 진행 방식의 참신한 변화도 고심 중이다. 삼성전자의 비전과 사업, 투자계획, 주주친화정책 등을 대표이사가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도 구체화한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최근 주가가 3만원대까지 내려가면서 주주들의 질문과 비난이 급증해 '성토장'이 될 가능성을 두고 우려가 깊다. 주주수가 늘어나는 만큼, 돌발상황 발생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간 주총 현장에 가보면 발언권을 받은 주주들이 신변잡기적인 질문을 던지거나, 스마트폰 배터리를 2개를 달라, 프린터 리필 잉크가 너무 비싸다는 등의 발언으로 시간이 지체되는 일도 허다했다. 지난해 주총에선 예상보다 많이 몰린 인원으로 인해 삼성전자 측이 주주 선물로 준비한 빵 등 간식이 동나 현장 직원들이 당황하는 일도 벌어졌다.
 
삼성전자 주총은 13시간이 넘게 진행된 웃지못할 기록도 갖고 있다. 지금도 기록으로 남아있는 1998년 삼성전자 주총은 장하성 당시 고려대 교수가 참여연대 대표로 참석해 경영진과 설전을 벌이는 등 13시간17분이 지나서야 끝이났다. 지난 2016년 주총에서는 송광수 전 검찰총장과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외이사 선임건에 대한 이례적인 표결이 벌어지며 주총이 3시간을 넘겼다.
 
삼성전자는 주주 참석이 늘어도 효율적인 진행이 가능하고, 주주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현실적으로 선택지가 많지 않아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해 SK와 한화, GS그룹 등이 선제적으로 도입하며 주총혁신을 추진한 '전자투표제'도 고민거리다. 주총현장에 가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 도입은 당국에서도 권고하는 사항이고, 재계 다른 기업들도 도입에 적극적인 분위기라 재계 1위 삼성전자가 전자투표제 도입을 계속 미루기는 힘든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자투표제 도입 여부를 고민 중이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자투표제는 회사가 전자투표시스템에 주주명부, 주주총회 의안 등을 등록하면 주주가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소액 주주도 주총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정부는 물론 시장에서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대기업 중 최초로 SK이노베이션은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전자투표제를 처음 시행한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 수는 총 발행 주식의 약 80.7%인 7468만3693주로, 전년도에 비해 169만주가량이 증가했다. 이 중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수도 77만주를 넘어 개인 투자자 등 소액 주주 참여가 두드러졌다. 
 
한편, 삼성전자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올해도 주주친화정책을 확대한다. 반도체 초호황이 막을 내리며 실적이 하락세지만 삼성전자는 올해도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추가 확대를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19년 중반쯤 앞서 발표한 2018~2020년 3개년 주주환원 규모를 점검할 것"이라며 "3년간 배당하기로 한 29조원 외에 추가적인 주주환원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삼성전자가 보유한 차입금을 제외한 순현금은 76조1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8조5800억원 급증했다. 부채비율은 39%로 같은 기간 2%포인트 줄었다.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은 파격적인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잉여현금흐름의 최소 5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유지하면서 배당을 집행하고 잔여 재원은 추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환원하는 식이다. 대규모 M&A(인수합병)로 인한 주주환원 재원 감소를 방지하고 배당 규모 등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잉여현금흐름에서 M&A 금액은 차감하지 않는다. 주주환원 기준(잉여현금흐름의 50%)은 기존 정책과 동일하지만, 잉여현금흐름 산출 방식의 변경으로 주주환원 규모가 확대되므로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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