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위기 본격 도래?…삼성전자 4분기 어닝쇼크, 반도체 수출 급감
반도체 위기 본격 도래?…삼성전자 4분기 어닝쇼크, 반도체 수출 급감
  • 안민재 기자
  • 승인 2019.01.08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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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시장 예상을 한참 밑도는 '어닝쇼크' 수준의 잠정 실적을 내놓았다. 국내 수출의 20%를 책임지는 반도체 수출 급감이 기업 실적으로 재확인된 셈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새해 벽두부터 5G 통신장비 생산공장 가동식과 반도체 사업장을 잇따라 찾아 기술혁신을 독려한 배경도 어닝쇼크에 따른 위기감으로 읽힌다. 

삼성전자의 실적 쇼크는 민간기업을 넘어 한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포스트 반도체'가 될 미래 새 먹거리 사업찾기도 당장의 과제로 떠올랐다. 

8일 삼성전자가 공개한 지난해 잠정 연간 매출액은 243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58조9000억원 가량이다. 영업이익률이 24.2%에 달하는 역대 최고 실적이다. '반도체 수퍼사이클'(초호황)이 시작된 2016년 매출 239조6000억원, 영업이익 53조6000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1년 만에 재작성한 것이다. 

1등 공신은 삼성전자에 세계 1위 반도체회사 자리를 찾아 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의 비중은 최대 80%에 이른다.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IT공룡들이 데이터센터 구축과 서버 확대에 나서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고 가격이 뛰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분기 기준 역대 최고인 17조5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기도 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지난해 4분기 들어 역성장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등 거시경제의 불확실성 탓에 글로벌 IT업계가 투자를 줄이고 재고 조정에 나선 탓이다. 글로벌 시장의 '큰 손'인 애플의 판매 부진과 중국의 성장 저하, 소비 감소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잠정 집계한 10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은 2017년 1분기(9조9000억원) 이후 7개 분기만에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13조원대의 증권업계 컨센서스(실적 추정치 평균)에도 함참 못 미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주 발표한 12월 반도체 수출액은 88억달러로 2017년 12월(96억달러) 보다 8.3% 줄었다. 27개월만의 마이너스 성장이었다. 반도체 수출이 줄고 기업 실적은 고점에서 밑으로 꺾인 셈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올 상반기를 저점으로 하반기부터 메모리 업황이 개선돼 실적 상승 흐름이 재개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성수기 진입과 새 CPU 수요 확산,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영향 등 긍정 요인이 적지 않다"(삼성전자 관계자)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초격차 전략에 따른 기술우위로 공급 측면에서도 안정적인 수급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선 글로벌 거시 환경의 불확실성과 중국 반도체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IT업계의 투자 보류 등이 이어질 경우 반도체 업황 침체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부터 사실상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새 반도체 수요 창출과 미래 먹거리 사업 육성 가속화에 나선 것도 이런 위기감의 방증이다. 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도 새해 벽두부터 위기 돌파를 위한 현장 경영에 나선 상태다. 

이 부회장은 지난 4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을 찾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정체를 극복할 기술 혁신과 함께 전장용 반도체 및 센서,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반도체 시장을 창조해 나가자"고 했다. 

이 부회장은 하루 전인 지난 3일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5세대(5G) 이동통신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을 찾기도 했다. 반도체를 넘어 미래 성장동력이 될 신사업에 힘을 싣기 위한 전략적 행보란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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