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상 최대 실적 '행진' 멈춰..4분기 '어닝쇼크'
삼성전자, 사상 최대 실적 '행진' 멈춰..4분기 '어닝쇼크'
  • 최은경 기자
  • 승인 2019.01.0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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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호황'에 기댄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이 멈춰섰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대로 후퇴하며 '어닝쇼크'를 냈다. 연간 영업이익은 58조89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의 대기록을 썼다. 

삼성전자는 8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58조8900억원, 매출이 243조51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6%, 영업이익은 같은기간 9.8% 증가했다. 

이날 공개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시장에 충격을 던져줬다. 반도체 가격 하락폭이 시장 예상보다 컸고, 실적 하락폭은 시장과 투자자를 당혹하게 했다. 국내외 증권사 상당수의 추정치보다 낮아 '어닝쇼크'란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0조 8000억원, 매출은 59조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직전분기인 지난해 3분기(17조5700억원)보다 38.5% 급감했다. 3개월만에 6조7700억원의 이익이 빠졌다. 9조원대 영업이익에 그친 2017년 1분기 이후 분기 기준 최저 실적이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9.9% 줄었다.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28.7%, 매출은 10.6% 감소했다. 금융정보기관 와이즈에프엔이 집계한 시장의 컨센서스(평균 추정치)인 13조4393억원을 한참 밑도는 '어닝쇼크' 수준이다. 영업이익률도 전분기 26.8%에서 18.3%으로 빠지며 20%를 밑돌았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크게 빠진 것은 전사 영업이익의 79%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사업의 실적 감소 영향이다. 특히 고점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D램과 낸드플래시 등에서 메모리 반도체 값이 하락해 가격이 더 떨어지길 기다리는 고객사들의 재고 감축을 촉발했다. 이에따라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은 직전분기 13조6500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 7조원대 후반에서 8조원대 초반까지 거의 반토막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이날 실적 설명자료를 냈다. 공시에 설명자료를 첨부해 투자자들에게 실적 하락 요인과 향후 전망을 설명했다. 시장과 투자자 혼선을 막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어닝쇼크' 수준인 4분기 실적에 대해 "대외환경이 불확실한 가운데 메모리사업이 수요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하락하고 스마트폰 사업도 경쟁심화로 실적이 둔화됐다"고 했다.

특히 "메모리 사업은 계절적 비수기와 매크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일부 데이터센터 고객사들의 재고조정 영향으로 4분기 수요가 당초 예상 대비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출하량이 3분기와 견줘 역성장하고 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 확대돼 실적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반도체 초호황 2년 만에 가격하락이 시작되자 고객사인 글로벌 IT기업들이 가격이 더 떨어질 시점을 엿보며 메모리반도체 재고 축소 움직임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큰 손인 고객사들의 구매 연기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도 가격 낙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갤럭시' 시리즈 등 스마트폰이 예전처럼 큰 흥행을 하지 못하는 등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도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무선 사업의 경우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시장 성장이 둔화된 가운데 경쟁 심화로 스마트폰 판매량 정체, 성수기 프로모션 등 마케팅비 증가로 이익 감소가 있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임직원 및 협력사에 대한 특별보너스 지급 등 1회성 비용도 실적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1분기 전망도 어둡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는 메모리 업황 약세가 지속되면서 실적 약세가 전망된다"며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메모리 업황이 개선되는 가운데 긍정적 실적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메모리 사업은 하반기에 성수기 영향 속에 신규 CPU 확산 및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영향 등으로 수요가 증가하며 수급이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무선사업도 폴더블과 5G 스마트폰 등으로 기술 혁신을 주도하면서 중저가 하드웨어 스펙 강화 등으로 리더십 제고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 증설 속도조절 등 '비상경영' 모드에 들어갔다. 증설투자를 최소화해 공급과잉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선 신규 생산능력 축소가 2분기부터 공급 감소 효과를 가져와 1분기 저점을 찍고 시황이 다시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4일 기흥사업장에서 경영진과 전략회의를 갖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정체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함께 전장용 반도체, 센서,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반도체 시장을 창조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요둔화로 인한 이익조정이 생각보다 빨리 오고 있다"며 "선제적으로 투자를 줄여 공급이 과열경쟁 없이 더욱 안정되는 것은 과거 사이클 대비 확실한 변화이지만, 고객이 메모리 가격을 예상해 구매를 지연하는 심리 등이 반도체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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