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 위해 디폴트옵션 고려"
금감원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 위해 디폴트옵션 고려"
  • 이원섭 기자
  • 승인 2019.01.0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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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퇴직연금 상품 수익률 제고를 위해 디폴트옵션(자동투자제)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의 별도 운용 지시가 없더라도 연금사업자가 고객 성향에 맞춰 자금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최근 '퇴직연금 가입자 운용행태 개선 연구'에서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고 7일 밝혔다. 금감원은 외부 기관을 통해 총 630명(남성 333명·여성 297명)의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실제 가입자를 선정하고 △퇴직연금 교육 △수익률 표준편차 △실질 수익률 △디폴트옵션 등 변수가 상품 포트폴리오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연구했다.

금감원이 이런 연구에 나선 건 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172조원을 넘어섰지만, 운용 수익률은 연 1.88%에 불과해 적금보다도 낮다는 비판을 받았다.

가입자의 무관심도 낮은 수익률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금감원에 따르면 상품 운용을 지시할 수 있는 DC형 가입자 대부분(91.4%)이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았고, 적립금의 80% 이상이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운용됐다.

가입자들은 상품의 실질 수익률을 보여주거나 중위험·중수익 디폴트 옵션을 제시할 경우, 이전보다 고수익 상품을 중심으로 연금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나머지 변수인 '관련 교육' '수익률 표준편차 제시'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금감원은 그동안 금융투자업계가 도입을 꾸준히 건의했던 디폴트옵션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입자 무관심이 불합리한 선택을 만들기도 한다. 이를 개선하려면 디폴트 옵션 도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퇴직연금 상품제안서 표준서식'을 제정하면서도 이런 연구 결과를 반영했다. 가입자가 상품별 실질 수익률을 파악할 수 있도록 물가 상승률을 명목 수익률 참고 지표로 제시하기로 했다. 실질 수익률을 직접 기재하는 건 변동 가능성이 있어 채택하지 않았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상품을 고금리 순으로 배치하고 총 수수료 액수도 제안서에 적도록 명시했다. 애초 상품 제안서에 표준편차를 기재하기로 했지만,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적지 않는 것으로 바꿨다.

금감원은 "행태경제학적 접근법을 통해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실제 감독에 반영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앞으로 관련 연구를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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