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2008년 이후 첫 마이너스?
국민연금, 2008년 이후 첫 마이너스?
  • 김정현 기자
  • 승인 2018.12.3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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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노후자금 650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올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손실을 낼 전망이다.
 
31일 국민연금공단,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수익률이 12월 말 기준으로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최근 지난 10월 말까지 기금운용 수익률이 -0.5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금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지난 2008년(-0.18%) 이후 처음이다. 1988년 기금 설립 이후 현재까지 누적 연평균 수익률은 5.30%다.
 
글로벌 증시 부진 여파로 10월 한 달에만 16조원 넘게 기금이 줄어들었다. 10월 말 기준 국내 주식 누적 손실이 -16.57%다. 채권(국내 3.47%·해외 4.53%)이나 대체투자(7.57%)가 선방했지만 주식 부문 손실을 상쇄하지 못했다. 기금운용수익률은 연말 기준으로 -1%대를 기록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 이전 후 첫 성과 '마이너스'…접근성 저하·인력 유출 타격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수익률이 전북 전주로 기금운용본부를 이전한 후 사실상 첫 포트폴리오 성과라는 점에 주목한다.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2017년 2월 전주로 터를 옮겼다. 전문성과 시장 접근성이 생명인 기금운용이 제대로 되겠냐는 목소리가 컸다. 2017년 수익률이 7.28%로 5년(2013~2017년) 이내 최고를 기록하면서 우려가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2017년 운용은 전년(2016년)에 수립한 포트폴리오를 기초로 이뤄진 것이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2018년 기금 수익률을 전주 이전 후 첫 성과로 봐야 한다"며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고 분석했다.
 
지방 이전 후 우수한 투자 인력이 연이어 이탈한 타격도 컸다. 국민연금은 최근 새 기금운용본부장(CIO)과 실장급 인사를 마무리했지만, 올해는 선장과 조타수 없던 시간이 훨씬 더 길었다. 중요한 투자 결정이 연이어 늦어지면서 시장에서는 '뒷북연금'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기금운용본부에서 지난해 30여명이 퇴사했다. 올해도 실장급부터 팀장급, 저연차 운용역까지 연달아 이탈자가 속출했다.
 
 ◇조직개편 '책임투자 강화'에 방점…서울사무소 설치 목소리 커질 듯
 
앞으로가 더 문제다. 최근 국민연금이 내놓은 조직 개편안은 '책임투자'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전담하는 부서를 책임투자팀에서 수탁자책임실로 확대하고, 운용역도 기존의 3배인 30명 수준까지 늘리는 게 골자다.
 
책임투자실은 기업의 윤리 경영이나 사회책임(ESG)을 따져 주식 비중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역할을 한다. 수탁자책임위원회 결정에 따라 기업의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반대 안건을 던질 수도 있다. 책임투자가 무조건 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해외 주요 연기금과 비교해보면, 국민연금만 유독 수익률이 낮은 건 아니다"라며 "되레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나타낼 것"이라고 했다. 국민연금의 9월 말 기준 수익률은 2.37%로 CPPIB(캐나다·7.11%)보다 낮지만 GPIF(일본·1.49%), GPFG(노르웨이·2.33%), ABP(네덜란드·2.4%)보다는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CPPIB는 운용역 연봉이 국민연금의 2~3배 수준이고, 접근성이나 독립성이 훨씬 뛰어나다"며 "국민연금과 CPPIB는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힘들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이 직원 처우와 시장 접근성 개선이 해법이라고 입을 모으는 배경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재이전, 최소한 서울사무소 설치가 필요한 건 분명해 보인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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