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절규'…"기준 충족했는데 정규직 전환 대신 면직"
'비정규직의 절규'…"기준 충족했는데 정규직 전환 대신 면직"
  • 정미숙 기자
  • 승인 2018.12.2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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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상징'이었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채용 기준을 충족했음에도 부당하게 면직 처분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한 대상자가 아닌 직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가 하면 성과급 역시 부적절하게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중견 기업과 협업해 지역 창업 기업에 보육·컨설팅을 지원하는 곳으로 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였다. 감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창업 생태계 '허브'라 불리는 센터의 방만 운영 수준이 이루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했다"고 털어놨다. 
 
 ◇ '정규직 심사 지침' 따르지 않아… 고용노동청에 '신고'
 
25일 중소벤처기업부의 경남·서울·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세종센터)는 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세종센터는 2016년 8월 31일·2018년 2월26일·2018년 5월11일 등 세 차례에 걸쳐 계약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다.
 
이 기간 계약직 직원 8명 중 6명이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나머지 2명은 근무성적 미흡 등의 이유로 면직 처리됐다. 문제는 센터가 정규직 전환 심사 과정에서 내부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종센터는 근무성적 하위 직원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부 지침을 두고 있다. 근무성적 75점 미만 계약직 직원은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고용지원 관련 업무를 했던 계약직 직원 A씨(책임급)는 올해 2월 정규직 전환 심사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그의 상·하반기 근무평점 평균은 78점이었다. 정규직 전환 기준인 75점보다 3점 높은 셈이다.
 
기준을 만족하고도 A씨는 정규직 전환을 하지 못한 셈이다. 세종센터는 '근무성적 상호평가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A씨는 이같은 '면직 처리'가 부당하다며 근무지역 담당 고용노동청에 신고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A씨 근무 성적이 내부지침에 따른 정규직 전환 기준을 만족했기 때문에 그의 면직은 부당한 면이 있다"며 "고용노동청도 A씨 면직을 '부당 해고'라고 판정했고 센터는 A씨에 대한 복직을 결정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 "대상자 아닌 직원들에 퇴직금 1000만원 이상… 단가 높은 선물도"
 
세종센터는 대상자가 아닌 직원에게 퇴직금 1000만원 이상을 지급하기도 했다. 센터는 근속기간 1년 미만인 직원에게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 그런데도 근로시간 1년 미만 직원 3명에게 총 1088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기부는 감사 자료에서 "서울센터가 매년 임직원들에게 복리후생비 등의 차원에서 단가가 높은 선물을 지급하고 있지만 수령자 명단에 누가 어떤 선물을 수령했는지 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센터 소속 임직원이 아닌 청사방호실 직원에도 선물을 7~9개 정도를 지급했는데도 수령 서명을 받지도 않아 실제로 (청사방호실 직원이) 직접 수령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센터들은 '워크숍 행사비 예산 집행 부적정'(세종센터), '해외 출장비 과다 산정 지급'(세종센터), '인테리어 공사관리 총체적 부실'(서울센터), '부적절한 성과급 지급'(서울센터), '소액 수의계약 업무 부적정'(경남센터) 등의 지적을 받았다.
 
 ◇ 창조경제혁신센터,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이어 운영도 부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9월 출범했다. 박근혜 정부는 센터에 대해 정부 '핵심 사업'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센터가 지난 2016년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정부가 대기업 참여를 강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센터는 '적폐'의 상징이 됐다.
 
현 정부 출범 후 센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옛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중기부 산하로 이관됐다. 현재 전국에 19곳의 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부실 운영'에 대한 문제가 계속 지적되고 있다. 올해 10월 국정감사에선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돼 정부가 센터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기부 감사실 관계자는 "서울센터와 세종센터의 경우 방만 운영을 넘어 공공기관 직원의 책임·윤리 의식 자체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예상 범위를 넘어설 정도로 부실 운영 실태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감사에 여러 문제점이 대거 적발된 세종센터 관계자는 "감사 내용이 예민한 사안이라 이렇다 저렇다 언급하기 힘들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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