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한국GM, 노조 반대 불구, 법인분리 5개월만에 관철 ..노동계 반발 극복은 과제
[테마]한국GM, 노조 반대 불구, 법인분리 5개월만에 관철 ..노동계 반발 극복은 과제
  • 안민재 기자
  • 승인 2018.12.20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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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노조
한국GM노조

 

한국지엠(GM)이 노동계의 반대를 물리치고 연구개발(R&D) 법인 분리를 5개월 만에 매듭지었다.

그동안 법인 분리를 반대했던 2대 주주 산업은행은 생산법인과 신생법인의 수익성 강화 등 회사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법인 분리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로써 분리 명분으로 내세웠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신설법인을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 연구개발 거점으로 삼고 10년 동안 물량을 배정하기로 산업은행에 약속함으로써 한국 사업 지속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연구개발 법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차량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래야만 한국지엠의 생산과  판매량 증대로 이어져 생산법인이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GM 본사가 신설법인에 연구 물량을 배정하지 않아도 이를 법률로 제재할 수단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은 한계로 남는다. 노동조합의 반대로 인한 노사갈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19일 업계와 산업은행 등의 말을 종합하면 신설법인은 지난 5월 발표된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 계획에 따라 한국지엠에 생산 배정이 확정된 차세대 준중형 SUV와 새로운 CUV의 중점 연구개발 거점으로 지정됐다.

GM 본사가 한국서 생산하겠다고 했던 차종의 개발권까지 얻게 된 것이다. 앞서 차량 개발권이 확보된 SUV 물량 외에 이번 합의를 통해 CUV 차종까지 개발권이 추가되며 한국에서의 사업 규모가 확대된 셈이다.  

신형 스파크와 말리부 출시를 통해 경영악화 위기 이전 판매량 회복에 속도를 내는 한국지엠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한국지엠은 최근 3개월 연속 전월 대비 내수 판매량을 늘리고 있으나 산업은행의 법인 분리 반대에다 GM 본사의 글로벌 구조조정 여파는 차량 마케팅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를 통해 한국에서 사업 역량을 강화하게 되면서 경영정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한국지엠과 산업은행은 연구개발 법인의 역량 강화가 생산법인의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향후 연구개발 법인의 실적에 따라 GM 본사의 글로벌 연구과제를 추가로 가져올 가능성도 남아있다.

실제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올해 상반기 발표한 국내 생산 예정의 2개 차종에 더해 2개의 엔지니어링 프로그램을 한국에 배정한 것은 한국 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번 합의안에 대한 법적 구속력은 없다. 향후 10년간 물량배정을 약속했지만 생산법인의 수익성이 낮아질 경우 GM 본사가 철수 카드를 꺼내 들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럼에도 한국지엠이 재도약하기에 충분한 조건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지엠의 장기 생존 여부가 GM 본사가 아닌 한국지엠 스스로의 손에 달려있다는 평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연구개발 법인 분리는 GM 본사 입장에서는 좋은 안이다. 경쟁력 있는 법인은 강화하고, 그렇지 못한 법인은 철수하는 게 GM 식 구조조정"이라며 "생산법인의 장기 생존 방안은 뚜렷하게 결정된 게 없기 때문에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법인 분리를 '제2의 공장폐쇄'로 간주하며 파업 등 강력대응에 나선 노조와의 갈등 해소는 한국지엠 경영정상화에 있어 마지막 숙제가 될 전망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출입기자단 송년세미나에서 "연구개발 법인의 분리가 생산법인의 폐쇄나 철수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연구개발 역량 강화뿐 아니라 생산효율 극대화를 위해 노사 모두가 지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지엠은 노조가 불법 파업에 나설 경우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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