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1위 한국 제낀 中디스플레이, ''생산성 보고 인재빼가기 나서"
세계1위 한국 제낀 中디스플레이, ''생산성 보고 인재빼가기 나서"
  • 안민재 기자
  • 승인 2018.12.16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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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기술을 가진 사람을 원했다면, 이제는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사람을 데려간다."
 
중국 기업의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 인력 유출과 관련해 최근 업계에서 나오는 얘기다. 중국 IT기업의 '인력 빼가기'가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근의 양상은 다르다. 어제의 중국이 기술을 원했다면 오늘의 중국은 수율을 높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인재까지 넘본다.   
 
지난해까지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에서 일했던 A씨는 재직 당시 수율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기술과 전혀 관련 없는 업무는 아니지만, A씨는 자신에게까지 연락이 올 줄 몰랐다고 했다. A씨는 "중국으로 기술은 이미 많이 빠져나갔다. 중국 기업들이 지금은 수율을 높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단계"라고 했다.
 
최근 중국 업체들의 목표는 수율 확보다. 시장조사기관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 1위 제조사인 BOE가 지난 상반기부터 가동한 10.5세대 65인치 LCD 패널 라인의 수율은 지난 6월 기준으로 7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한국 인력이 수율을 20% 이상 올릴 능력이 있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中업체 새 공장 지을때마다 무더기 인력유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새 공장을 지을 때마다 무더기로 국내 인력들을 빼가고 있다. 공장 최고 책임자 바로 밑 '총감'이라는 직책에 한국인을 뽑고, 총감이 국내 인재들을 팀장으로 여러명 뽑는다고 한다. 팀장들은 다시 같이 일했던 한국 동료들을 팀원으로 영입하는 방식이다.
 
A씨의 경우도 국내 기업의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동료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A씨는 "지인을 통해 인력을 수소문하다 보니 대부분 같이 일했던 직장 동료 위주로 팀을 꾸린다"고 했다. 
 
문제는 최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설비 투자가 잇따르면서 한국 인력 수요가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BOE의 경우 중국 우한에 2번째 10.5세대 팹을 건설하고 있다. 또 다른 중국업체인 CSOT는 내년 3월을 목표로 월 14만장 규모의 11세대 라인을 건설 중이다.
 
LCD 공장뿐 아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의 경우 아직 한국을 따라잡지 못 했지만 투자가 활발하다. BOE의 경우 최근 충칭에서 세 번째 플렉서블 OLED 공장 기공식도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OLED 등의 최신 기술 공장 셋업에 참여하는 경우 LCD 공장보다 훨씬 보수가 높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대응 어려워…만나면 중국 얘기"
 
국내 업체들은 계약서에 퇴직 후 향후 몇 년간 동종 업계에 취직할 수 없는 조항을 넣거나 내부 교육으로 인력 유출을 막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직을 막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기업들이 직고용이 아닌 자회사에 고용하는 등의 편법을 쓰기 때문이다. 급여는 고용한 회사에서 나가지만 계약 당시 약속한 연봉 차액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고용 전까지 위챗을 통해서만 연락하는 등 보안에도 철저하다보니 단속도 어렵다.
 
몸담고 있는 기업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불만도 이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거액의 연봉을 미끼로 던질 경우 외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직 제안을 받았던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회사 생활의 불만족이 중국 업체로의 이직을 결정하는데 50% 이상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이 제시하는 연봉은 반도체 업계나 디스플레이 업계 핵심 기술직 등을 제외하고도 평균적으로 한국의 2배 수준으로 알려진다. 체제 비용과 주거비, 자녀 교육비 등도 따로 지급하고, 한국행 항공기 티켓까지 정기적으로 제공한다. 계약 기간은 통상 3~5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으로 넘어간 동료만 해도 한 손가락으로 세기 어려울 정도"라며 "요즘엔 만나면 중국 이야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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