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 디스플레이 세계1위 그늘엔 "한국덕"
'BOE 디스플레이 세계1위 그늘엔 "한국덕"
  • 정미숙 기자
  • 승인 2018.12.1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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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업체인 BOE가 국내 기업들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선 데엔 역설적으로 한국의 도움이 컸다. 2003년 구조조정으로 시장에 나온 하이디스(현대전자의 LCD 사업부) 인수가 '터닝포인트'였다는 점에서다. 
 
BOE는 하이디스 임직원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했다. 하지만 LCD 사업이 본격 성장궤도에 오른 2006년 하이디스를 부도 처리하고 직원들을 모조리 내쫓았다. BOE는 2010년 이후 '하이디스 효과' 재연을 위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에 진출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 인재 빼가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 경제를 끌고 가고 있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우수한 R&D(연구개발) 인력은 중국, 대만 등 경쟁사에서 호시탐탐 노리는 'S급 인재'로 꼽힌다.
 
비단 반도체, 디스플레이뿐만이 아니다. 조선,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등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 대부분이 중국발(發) 인력 및 기술 유출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기술 해외유출 사건은 6년간 166건에 달한다. 이 중에서 조선·반도체 등 12개 분야 64개 국가핵심기술 대상은 22건이다.
 
국내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도 임계점에 달해 있는 상태다. 퇴직 임직원이 '전직금지약정'을 어기고 경쟁사로 '즉시 전직'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국내 기업들은 소송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개별기업 차원에선 대책이 사실상 없다고 입을 모은다. 범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중요 기술이나 인력은 영업비밀을 부정한 방법으로 유출하지 못하게 막는 '부정경쟁방지법'이나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는 '산업기술유출방지법' 등으로 보호할 수 있다. 부정한 방법으로 국내 핵심기술을 빼돌리는 '산업 스파이'를 적발하기 위한 산업기술보호위원회도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먼저 산업보안과 기술유출 예방을 위해 정부와 민간을 아우르는 안정적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강압적이고 예방 중심의 통제가 아닌 임직원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책임과 권한을 할당해야 한다"면서 "교육을 통해 보안 인식과 역량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이상징후를 신속히 탐지하고 대응하는 접근방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도 정비도 시급하다. 정부도 최근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반도체 7개, 디스플레이 2개로 구성된 국가핵심기술을 새롭게 지정 혹은 변경·해제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중국으로의 산업기술 유출이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기술유출 방지를 위해 환경 변화를 반영한 국가핵심기술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물리적 보안'도 중요하지만 새로워지는 비즈니스 환경에 맞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장 교수는 "제한과 차단의 방식으로 조직 경계를 보안하는 것에서 이젠 책임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간 중심 보안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해외기업에 취업하거나 기술을 유출한 자들 모두 급여나 보상에 불만을 갖고 있다"며 "이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회사에 대한 소속감과 유대감을 키우고 배려와 신뢰의 기업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기술을 개발하고 습득한 사람에 대한 정책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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