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 '상표강자' 아모레퍼시픽 추월..1만건 넘어
LG생건 '상표강자' 아모레퍼시픽 추월..1만건 넘어
  • 정미숙 기자
  • 승인 2018.12.1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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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자회사 포함)이 최근 6년간 '상표'를 1만318건이나 출원해 6650건을 출원한 아모레퍼시픽을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생활용품 업계에서 지식재산권 확보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표주자들이 특허와 상표 출원(등록)을 수천 건 단위로 늘려온 결과로 풀이된다.
 
 ◇◇LG생건, 아모레보다 상표 출원 3778건·등록 2310건 더 많아
 
16일 특허청이 분석한 '국내 주요 화장품·생활용품 기업별(23개) 상표 출원·등록 현황(2013년~2018년10월30일)'에 따르면 LG생건과 아모레퍼시픽의 상표 출원(등록) 건수는 각각 8295건(8047건)과 6165건(7077건)으로 집계됐다.
 
LG생건이 아모레퍼시픽에 비해 상표 출원은 2130건, 등록은 970건 많았다. 여기에 LG생건의 대표 자회사인 더페이스샵(출원 2023건·등록 1862건)과 이니스프리(출원485건·등록 522건)를 더하면 차이가 더 벌어졌다. LG생건의 자회사 포함 상표 출원과 등록은 각각 3668건, 2310건 더 많았다.
 
특허청에 따르면 과거 2014년에는 아모레퍼시픽이 국내 상표권 최다 보유 기업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업계에서 '상표 강자'라 불릴 만큼 오랜 기간 상표권 최다 보유 기업 자리를 지켜왔다. 당시 아모레퍼시픽 보유 상표권은 9354건으로 롯데제과(7911건)와 삼성전자(6517건), LG생건(5823건)보다 더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LG생건의 행보가 매섭다. LG생건(더페이스샵 포함)의 6년간 상표 출원·등록이 각각 1만318건과 9909건에 달했다. 매일 4.56개씩 상표를 출원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3년엔 2256건, 2014년엔 2319건의 상표를 출원했는데 당시엔 매일 6개 이상씩 낸 셈이다.
 
상표권은 등록일로부터 3년 안에 쓰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된다. 그러나 LG생건과 아모레퍼시픽은 '언젠가는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온갖 이름을 선점해 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양사가 등록을 마친 상표를 살펴보면 '간지' 'CRYSTAL CUBIC' '연금술' '내 발에 솜사탕' '필살템' '이상한 나라의 오렌지' 등 어디에 쓸지 궁금해지는 특이한 이름도 많았다.
 
이같은 경쟁 결과 양사는 화장품·생활용품 업계(21개 기업 분석) 상표의 80% 이상을 보유했다. 에이블씨엔씨, 스킨푸드, 애경산업, 잇츠한불, 한국피앤지P&G(피앤지),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상표 출원(등록)은 수백 건 수준이다.
 
그나마 스킨푸드와 에이블씨엔씨 상표 출원(등록) 건수가 각각 1010건(952건), 860건(698)으로 타사 대비 높았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의 상표 출원(등록)은 각각 339건(239건)과 153건(121건)으로 집계됐다. 주요 15개 기업 6년 간 총합 건 수는 2만1130건(2만1069건)으로 집계됐다.
 
 
 ◇양보 없는 '상표권' 확보 경쟁, 전담부서 꾸려 소송도 불사
 
양사가 상표 보유 경쟁을 펼치면서 소송 건수도 대폭 늘었다. '펌핑 치약' 소송이 발생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건은 지난해 총 22건(피소 13건·제소 9건) 소송이 계류돼 전년 11건 대비 2배 늘었다. 아모레퍼시픽도 총 32건(피소 13건·제소 19건)으로 전년 18건(피소 10건·제소 8건)에서 78% 늘었다.
 
최근 LG생건은 애경산업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금지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LG생건은 2013년 '페리오 펌핑치약'을 출시한 뒤 5년 동안 1500만개 이상을 판매할 정도로 성장한 만큼 제품명 보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LG생건은 특허청 제출 서류에서 "출원상표 'PUMPING'은 눌러 쓰는 치약 제품의 성질을 암시하고 강조하기 위해 독창적으로 고안해낸 조어 내지 암시 상표"라며 "PUMPING은 지정상품 치약과 관련해 국내에서 이른바 식별력을 취득한 상표"라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에서 '펌핑' 표현을 포함하고 있는 상표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특허정보넷 키프리스'에 따르면 '페리오 펌핑'과 '페리오 펌핑치약', '페리오 스무디 펌핑' '페리오 펌프치약' 등 상표 등록을 마쳤다.
 
애경산업은 지난 7월 '2080 펌핑치약'을 출시했다가 피소됐다. 애경 측은 "'펌핑'은 기능을 나타내는 것으로 독점권이 인정되지 않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면서 "페리오 펌핑 치약 상표 등으로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이는데 2080 펌핑 치약과는 다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LG생건도 확실한 보호를 받고자 올해 들어 줄바꿈을 가미한 '펌핑(PUMPING)'으로도 특허청에 상표 출원 재심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특허청은 거절했다. 주식회사엘지도 비슷한 형태의 PUMPING 상표를 1988년 요청했다 거절당 한 바 있다.
 
특허청은 거절 사유로 "치약제품에 적용되는 'PUMPING'은 우리나라 일반 소비자들이 어렵지 않게 '펌프형의 치약제품'으로 직감할 수 있어 지정상품의 성질표시(용기·사용방법 등)에 해당할 것"이라며 "이를 어느 특정인에게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표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LG생건이 다소 무리한 소송을 제기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경쟁 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이의제기' 등 다툼은 흔하게 벌여왔지만 시장이 크지 않은 '펌핑 치약'으로 소송전을 불사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의 해외 진출도 확대되면서 상표권 관리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며 "과거엔 국내서만 등록했다면 최근엔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수십여개국까지 동시 출원하는 게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고안한 상표를 쓸 계획이 없는데 남도 못쓰게 만들기 위해 일단 등록하고 보자는 식이 되어버린 점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펌핑치약이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이번 소송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거두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며 "상표가 브랜드 자산으로 인식되기도 해 이같은 소송전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상표 출원은 상표 등록을 해달라고 등록신청 서류를 낸 상태를 상표 등록은 심사를 통과해 권리가 발생한 상태다. 아모레퍼시픽(이니스프리)과 한국콜마의 등록 건수가 출원 건수보다 더 많은 이유는 2011년~2012년 많은 출원 서류를 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허청 관계자는 "브랜드 관리에 적극적인 기업일수록 다수의 상표권 관리에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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