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근로이사제, 노사협력관계 양호한 일부 유럽 국가만 의무적 시행, 갈등심한 우리나라 부적절"
한경연 "근로이사제, 노사협력관계 양호한 일부 유럽 국가만 의무적 시행, 갈등심한 우리나라 부적절"
  • 최은경 기자
  • 승인 2018.12.0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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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경연 제공
사진=한경연 제공

 

근로이사제에 대한 우려섞인 전망이 제기됐다.

노사관계 협력 수준이 전세계적으로 최하위 수준인 우리나라에 근로이사제가 도입될 경우, 내부 감독기능 강화 등 긍정적인 영향 보다는 경영효율성 저하, 노사갈등 심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4일 '근로이사제 도입 현황과 문제점' 보고서에서 "근로이사제는 노사협력 관계가 대체로 좋은 유럽 일부 국가에서만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독일에선 효과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노사갈등이 심한 우리나라 현실과 맞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근로이사제란 근로자 대표를 이사로 선임해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유럽노동조합연구소(European Trade Union Institute)에 따르면, 유럽경제지역(European Economic Area)에 속한 31개 국가 중 독일,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등 14개 국가가 공기업과 일반기업에 근로이사제를 의무화하고 있다. 스페인, 그리스, 아일랜드 등 5개 국가는 주로 공기업에 도입했다. 나머지 12개 국가는 적용하지 않거나 매우 제한된 방식으로 운영한다.

반면 주주자본주의가 정착된 미국의 경우 주주 지상주의(Shareholder Primacy)가 기업의 기초 개념이고, 미국 증권법에는 근로이사제를 의무화하는 조항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은 2014년 회사법 개정 작업을 추진하면서 정부가 노사공동결정제도 도입을 검토했지만, 노동법학자들과 경제계의 반대로 도입 방침을 철회했다.

한경연은 "근로이사제가 우리나라와 경제시스템이 다른 일부 유럽국가에 시행되고 있고, 우리나라와 같은 기업별 노조체제인 일본이 근로이사제 도입 방침을 철회한 사례를 감안해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경연은 특히 근로이사제가 시행되고 있는 유럽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국가에선 주식시장보다는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국가는 기업이 금융기관, 근로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중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독일의 경우 2017년 기준 GDP(국내총생산) 규모는 3조6774억 달러로 세계 4위 수준이지만, 주식시장 시가총액 규모는 2조2622억 달러로 세계 12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형태도 전체 기업의 90% 이상이 유한회사로 운영되고 있고, 주식회사는 1%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GDP 규모가 1조5308억 달러로 독일의 절반 수준이지만, 주식시장 시가총액 규모는 1조 7718억으로 세계 13위다. 회사형태는 90% 이상이 주식회사로 운영되고 있다. 한경연은 "금융시스템, 자본조달 형태, 회사형태 등이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작동하는 유럽의 근로이사제를 우리나라에 도입할 경우 사업구조조정, 해외사업 진출 등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의 이익이 지금 현재보다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미국의 유나이티드 항공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이 근로이사제와 유사하게 종업원 대표 3명을 이사회에 참석시켰는데, 이사회가 수익 창출 보다는 임금인상 등에 중점을 두는 의사결정을 하고, 경영위기 상황에서도 구조조정이나 인력감축을 회피해 결국은 파산했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이사회 내에서의 근로이사와 일반이사의 의견 대립으로 인해 인수합병, 임금결정, 해외사업 진출 등 전략적 의사결정이 지연되면 해당 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노사관계가 대립적인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하면 노사 및 사회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근로이사제를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는 없다"며 "노사협의회 등 기존의 제도를 활성화해서 노사간 현안을 토의하면서 신뢰를 쌓는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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