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의 은행 점포 인허가 규제 폐지,, 20년 만에 부활?
금감원의 은행 점포 인허가 규제 폐지,, 20년 만에 부활?
  • 이영근 기자
  • 승인 2018.11.13 16: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감독원의 시계가 20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입니다.
 
지난 1998년 은행 내부 경영 자율화의 일환으로 은행법상 은행 점포 신설 및 폐쇄, 인허가 관련 규제가 폐지됐습니다. 2000년 들어서는 운영 및 절차, 관련 규정까지 사라져 지점 통폐합은 은행 고유의 권한이 됐습니다. 지점 신설 및 폐쇄에 대한 사후 신고 의무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18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금감원은 국내에서 영업 중인 은행들의 지점 폐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브레이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약 20년 만의 일입니다. 지점 폐쇄로 불편을 겪을 고객을 보호한다는 명문으로 폐쇄 전 영향평가 시행, 고객에게 통보, 대체 수단 강구 등을 제시하는 등의 대안을 만들겠다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거래하는 은행의 지점이 줄면 소비자는 분명히 불편해집니다. 온라인에 접근 능력이 떨어지는 노년층은 더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런 불편은 해당 은행의 인근 점포를 이용해도 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은행 점포 현황을 보면 점포 간 거리는 다른 나라보다 꽤 촘촘한 편입니다. 정히 불편하다면 가까운 다른 은행으로 주거래를 바꾸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렇다 보니 은행에서는 과도한 경영권 침해가 아니냐는 불만이 곳곳에서 나옵니다. 사실 오프라인 점포를 이용하는 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는 만큼 수익을 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 지점 통폐합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은행 창구 이용 비중은 분기 기준 9.5%였습니다. 처음으로 10%를 밑돈 겁니다. 그러나 인터넷뱅킹 이용 비중은 46.2%에 달합니다. 1년 전에도 창구 이용 비중은 11.3%, 인터넷뱅킹은 40.7%였습니다. 이 수치는 은행들이 지점을 줄이는 동시에 디지털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은행들이 반발하자 금감원은 무조건 은행 지점의 통폐합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입니다. 절차를 규율해서 은행과 고객이 공존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고객이 불편하지 않을 수 있는 대안을 가져오라고 합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절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달리 해석하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가져오라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점 통폐합을 최대한 하지 말라는 의미로도 들립니다. 이를 보면 씨티은행 사태가 떠오릅니다. 지난해 씨티은행은 지점 감축을 선언한 뒤 약 3개월 만에 기존 오프라인 점포의 약 70%인 90곳을 없앴습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이 회유하고 막아섰다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거래 비중이 전체 5%에 불과한 영업점 창구에 전체 직원의 40%를 배정하는 것이 올바른 경영 판단인지 되묻고 싶다"고 항변하기도 했습니다.
 
조금 과장했지만, 방식만 부드러울 뿐 1961년 군사정부가 은행을 국유화했던 당시와 비슷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표면적으로만 '강제'가 아니라는 이야깁니다. 은행들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3개월째 머리만 싸매고 고민하는 중이지만 마땅한 답이 나오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네요.
 
금융 소비자 '사각지대'를 없애고 싶은 금감원의 고민이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숲이 아닌 나무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정책은 아닌지 다시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