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대한상의등 재계..정부정책 잇단 쓴소리 왜?
경총, 대한상의등 재계..정부정책 잇단 쓴소리 왜?
  • 배원숙 기자
  • 승인 2018.11.0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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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경영위협우려'이어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 "규제개혁 지지부진, 강도높은 비판'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지부진한 규제개혁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수년간 규제개혁을 외치고, 직접 아이디어를 내 만든 자료를 정부에 전달해도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경제계가 규제개혁을 읍소하면 국회나 경제부총리, 경제부처 장관,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전력을 다해 규제를 개혁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화답하는 풍경은 매 정권마다 찍어내듯 반복되고 있다.  

박 회장은 5일 광주 라마다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2018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규제개혁에 대한 진전이 별로 없다"며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지 모르겠다. 힘들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칠 줄 모르고 아이디어를 제안하던 박 회장의 이례적인 쓴소리다. 

박 회장은 "규제개혁에 대해 하도 많이 이야기하니까 이제는 식상해서 다른 거 없느냐는 얘기마저 듣는 것이 현실"이라며 "생명과 안전에 대한 규제를 제외하면, 현행 규제들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정도까지 갔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경제주체들이 창업 등 일을 벌릴 수 있어야 하는데 허락된 것만 하라는 규제방식은 문제가 있다"며 "국민의 기본권 차원에서 파격적으로 기회를 열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규제개혁 논의가 '말'에 만 그치는 것에 대한 무력감도 토로했다. 박 회장은 "(규제개혁을) 수도 없이 이야기 했다"며 "지금쯤이면 마음을 모아서 분위기를 바꾸고 더 잘사는 나라가 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6월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다시 찾은 박 회장은 '규제개혁 프로세스 개선 방안' 자료를 준비해 전달한 바 있다. 각종 장애물에 막혀 규제개혁이 좌초되지 않도록 한 번에 입법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규제개혁 튜브'를 제시했다. 박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을 맡은 지 4년 동안 40번에 가깝게 규제개혁 과제를 건의했지만, 상당수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박 회장은 "우리 경제가 중장기적인 '다운 트렌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컨센서스"라며 "내리막을 빨리 돌려세워야 하는데 4차산업혁명 등 급속한 트렌드 변화를 담을 그릇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돼 있다"고 꼬집었다.

전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내년에 나타날 것"이라며 "근거없는 경제위기론"이라 발언한 데 대한 질문도 나왔다. 박 회장은 직접적 평가보다는 "더 큰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그러면서도 "예산안 집행으로 단기간 좋아진다고 해도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며 "내년도 숫자가 조금 좋아질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거기에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예산안 집행에 따른 단기적 경기부양 논의가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근본적 전략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큰 길의 물꼬를 터야 하고 그런 장기적인 얘기를 해야 하는데 마음이 꽉 막힌 기분"이라며 "논의의 틀 자체를 큰 차원으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책 찬반에 대한) 극단적 논의가 아니라, 노력이 결실을 맺는 성공의 스토리를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박회장은 또 한국 경제의 구조적 침체에 대한 우려와 답답함을 호소했다. '반도체 착시현상'이 심각한 데다 투자와 내수부진, 주축기업의 실적악화, 경제정책 혼란 등이 겹치면서 2%대 성장률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엄혹한 현실 인식이 바탕이다. 불확실성으로 얼어붙은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수년간 경제계가 요구해 온 규제개혁과 함께 예측가능성을 화두로 제시했다.

박용만 회장은 "경제의 예측가능성을 키워 미래를 위한 올바른 선택에 국가역량을 집중해야할 때"라고 강조하며 "(경제) 문제들의 하소연을 어디에 해야할지 몰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남북 관계 진전이라는 반가운 뉴스도 있었지만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져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경제지표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 글루미(우울한) 픽처가 떠올라서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박 회장은 "우리가 할 일은 중장기 미래를 예견해보고, 그 미래에 비춰 지금 올바른 선택에 나설 수 있게 국가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10~20년 중장기 시계의 경제 밑그림을 그리고, 그에 걸맞는 어젠다를 세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수년간 외쳐온 규제개혁의 절박함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박 회장은 '혁신기반의 재구축'에 방점을 찍었다. 더는 유효하지 않은 성장의 방정식을 바꾸려면 과감한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높은 제조역량을 내세워 노동과 자본 투입을 늘리는 양적 성장방식은 이젠 맞지 않은 옷"이라며 "기술진보와 산업간 융복합을 통한 질적 성장이 시대적 과제"라고 했다.

이를 위한 선결과제가 규제개혁이라는데 상의 회장단은 의견을 같이 했다. 박 회장은 "누구나 자유롭게 혁신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생명, 안전 등의 필수 규제를 제외한 모든 규제들을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과감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래를 위해 꼭 해야하는 일이라면 이해관계를 떠나 외면하거나 반대하지 않고, 모든 역량을 한데 모아주길 바란다"고 회장단에 당부했다.

민간부담을 줄이는 방향의 분배정책 전환 필요성도 제기했다. 박 회장은 "우리가 분배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론에 있어 민간의 비용 부담을 높이기보다는 직접적인 분배 정책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사회 안전망 확충과 재원 조달에 대한 고민과 공론화를 거쳐, 큰 그림을 갖고 분배 정책을 추진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경총도 마찬가지로 현 정부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재계가 11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사실상 반대하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경총은 지난 2일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을 국회 법사위원회에 전달했다고 4일 밝혔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소액 주주의 권한을 강화해 총수 일가와 대주주들을 견제하고 경영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강화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경총은 개정안이 기업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재검토와 함께 경영권 방어 수단의 법제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자본시장이 급속도로 개방돼 우리 기업이 활용 가능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 매우 취약하다"며 "이미 수차례 외국계 투기자본의 공격으로 막대한 국부 유출과 경영간섭 등의 부작용을 경험한 바 있다"고 했다.

개정안 중 감사위원 분리 선임 제도는 대주주가 뽑은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하지 않고 독립적인 지위를 가진 감사를 별도로 선임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경총은 이에 대해 대주주의 의사결정권이 과도하게 제약되고 펀드나 기관 투자자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국내 기업 경영권을 위협하는 외국계 투기자본이 영향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의 수만큼 주주에게 의결권을 부여한다. 현행법에서는 자산 2조 이상의 상장회사의 경우에 1%이상 지분보유 주주가 2인 이상 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회사의 정관으로 이를 배제할 수도 있다. 

경총은 소수 주주들이 표를 모아 특정 세력이 지지하는 선임하면 회사 전체가 아닌 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총 관계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경영권 분쟁 등을 유발할 수 있어 과거 이를 의무화했던 미국과 인도도 다시 임의적 선택방식으로 전환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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