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요금 개편 저울질..심야시간대 원가 할인 폐지 축소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 저울질..심야시간대 원가 할인 폐지 축소
  • 배원숙 기자
  • 승인 2018.11.03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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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최근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나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전기요금 개편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올해 안에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개편 논의의 최대 쟁점은 기업들에게 심야 시간대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하는 이른바 '경부하 요금제' 축소·폐지다. 제조업 경기가 바닥인 상황에서 시기적으로 적절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이 전향적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원가 이하로 사용하는 산업용 심야 전기의 할인 혜택을 줄이거나 없애고, 전기 사용량이 많을수록 요금이 높아지는 가정용 누진제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전력구입비 연동제 도입 방안도 포함된다. 연료비가 오를 때는 한전이 적자를 보고, 반대로 연료비가 낮을 때는 한전이 대규모 흑자를 보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한전 측은 이런 개편 논의를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종갑 사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빅스포(BIXPO) 행사 당시 기자들과 만나 "국회가 전기 용도별로 어떻게 하면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는 요금체계가 될지 협의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사장은 "지나치게 싼 산업용 심야요금이 기업의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기고 전력 소비 시장을 왜곡시킨다"면서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가 생겼으니 국회가 논의를 주도해달라"고 했다. 

심야 산업용 경부하 요금제는 40년 전 도입 당시 '밤에 남는 전기를 버리느니 원가 이하로라도 쓰자'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대기업들이 일부러 설비 가동을 심야에 하는 상황으로 변질됐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역시 지난 1974년 석유파동 후 전기절약을 강제하기 위해 도입했지만 전체 전력사용량의 13%에 불과한 가정용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기사용량이 200kw를 넘으면 누진제가 적용되는 방식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에어컨, 세탁기 등 기본적인 가전제품만으로도 일반가정 전기사용량이 월 300~400kw에 달하는 상황에서 누진제 적용선이 적절한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전기요금제는 국회 심의 대상은 아니다. 한전의 약관이나 정부 고시 형태로 돼 있어서 한전 이사회가 전기요금 조정안을 의결하면 산업부장관의 최종 인가를 거쳐 결정하면 된다. 

만약 국회가 개편 논의 주도권을 갖게 된다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처럼 독립적인 기관을 꾸리는 방안을 비롯해 법안 제정 또는 개정을 통한 국회 권한으로 바꾸는 방안이 유력시 된다. 

정부 한 관계자는 "지난 폭염 때처럼 정치권 주도로 누진제 요금을 조정할 바엔 국회에 공간 만들어서 스테이크홀더(이해관계자)들을 모이게 하고 여기에서 논의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밝혔다. 

국회 역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속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차원에서 경부하 요금제 개편 등으로 중소기업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요금제 개편 논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정부나 국회 모두 이러한 개편논의 방안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여서 TF 구성 등에는 큰 이견은 없다. 

다만 국회가 예산·법안에 대한 심사를 본격화하는 국면에서 이를 연내에 챙길 겨를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기요금 개편 요구가 빗발치던 여름 폭염도 지난데다가 조선·자동차 등 제조업 경기가 부진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견해도 나온다. 

국회 산업위 야당 의원실 한 보좌관은 "전력구입비 연동 요금제 도입 등을 비롯한 요금 개편 논의 움직임이 감지되긴 하지만 정부와 한전 측이 강력 요청하는 것과 달리 국회는 아직 본격화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치권에 이러한 개편 논의를 맡기게 되면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탈(脫)원전을 골자로 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놓고 여야 간 공방을 반복하며 소모적 정쟁으로 시간을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일부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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