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틸렌 가격하락, 화학산업 호황 끝? 미중 무역분쟁 직격탄
에틸렌 가격하락, 화학산업 호황 끝? 미중 무역분쟁 직격탄
  • 이경석 기자
  • 승인 2018.10.29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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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초호황을 누리던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갑자기 찾아온 불황에 신음하고 있다. 최근 거의 모든 화학제품 가격이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호황 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특히 화학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에틸렌은 손익분기점을 위협받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화학산업의 기초원료인 에틸렌의 10월 셋째주 평균 가격은 톤(t)당 1071달러로 전주(1101달러) 대비 2.7% 떨어졌다. 지난 8월 평균(1357달러)은 물론 지난해 4분기(1267달러)보다도 대폭 낮아진 가격이다.

특히 에틸렌 스프레드(원료가격과 제품가격의 차이)는 톤당 323달러까지 떨어져 손익분기점인 300달러를 위협받고 있다. 3분기 평균이 589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한달새 수익성이 약 45.1% 감소한 것이다. 

대표적 기초유분 중 하나인 벤젠 스프레드 역시 130달러로 3분기 평균(206달러)에 비해 36.9% 하락했다. 기초유분으로부터 시작된 화학제품 하락흐름은 연쇄작용을 일으켜 전제품군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LG화학과 롯제첨단소재 등 국내 화학사 실적 호조에 일등공신이었던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ABS)의 지난주 평균 스프레드는 1083달러로 지난 분기(1249달러) 대비 13.3% 하락했다. 지난해 평균 ABS 스프레드는 1369달러다.

이같은 화학제품 가격 하락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영향이 결정적이다.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화학제품 원료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히면서 국제 무역상(트레이더)들은 미리 재고를 확보해놓는 가수요를 크게 줄였다. 여기에 중국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경기침체 가능성마저 대두되면서 화학제품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에서 대규모 신규화학설비 신규 가동에 따른 물량압박까지 겹치면서 불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틸렌을 생산하는 미국 에탄크래킹(ECC) 업체인 엑손모빌과 듀폰은 지난해 4분기 150만톤, 셰브런 필립스는 올해 1월 150만톤의 생산설비 가동에 들어갔다.

이미 국내 주요화학업체들의 지난 3분기 실적 악화가 시작됐다. 화학업계 맏형 LG화학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6024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7897억원)보다 23.7% 감소했다. 다음달 1일 실적을 발표하는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업계 추정치)는 6321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7662억원)에 비해 17.5% 줄어든 것으로 점쳐진다.

벌써부터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화학 스프레드는 추가적으로 둔화됐는데 현재 시황이 지속될 경우 화학 업체들의 4분기 실적은 컨센서스보다 상당 폭 둔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면서 "특히 순수 화학 업체 위주로 영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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