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연의 Talk! talk! Talk!] 이주만 대표, “음악이 필요한 곳에서 즐거움 선사하고 싶어”
[김보연의 Talk! talk! Talk!] 이주만 대표, “음악이 필요한 곳에서 즐거움 선사하고 싶어”
  • 김보연 기자
  • 승인 2018.07.11 13:2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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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오는 공허함… 음악이란 매개로 봉사활동, 새로운 행복감 느껴

누구나 수많은 시련을 겪으며 살아간다. 거듭된 시련으로 삶의 의욕마저 잃어 극복의 길이 암담할 때도 있다. 좌절감에 빠져 방황을 일삼거나 돌파구를 찾으려 애쓰는 등 그 시련의 크기가 개인마다 달라 극복하는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반면, 예기치 못한 시련이 뜻밖의 길로 이끌기도 한다.
낙척(落拓)한 가정사로 시련이 끊임없던 이주만 대표는 자신만의 극복을 통해 봉사(奉仕)하는 삶을 선택했다.

색소폰 연주 중인 이주만 대표
색소폰 연주 중인 이주만 대표

남다른 손재주, 다른 길로 이끌어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이주만 대표를 만난 날엔 뙤약볕이 강한 반면 부는 바람만은 상쾌하게 느껴졌다. 그 날씨처럼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를 풍기는 이 대표는 군 제대 전 진로를 고민하다 악기사의 길을 걷게 됐다.

고등학교 입학식 때 밴드부의 웅장한 연주에 매료된 그는 밴드부에 가입, 클라리넷을 전공한다. 그러나 이주만 대표가 음악가가 되기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이 대표는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형이 뇌출혈로 쓰러졌다. 집안은 연일 초상집 분위기일 수밖에 없었다”고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클라리넷을 전공하며 입술이 찢어질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다”는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입시를 앞두고 시련이 찾아왔다. 불우한 가정형편에 레슨을 비롯한 등록금은 꿈도 꿀 수 없어 대학 입학을 포기하고 말았다”며 “졸업 후 숱한 날을 술로 탕진하기에 이르렀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학교 선배가 공군 군악대 시험을 권유해 입대하게 됐다”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손재주가 남달랐던 이주만 대표는 군 제대를 앞두고 악기를 수리하러 부대에 온 악기사를 보고 악기사가 될 것을 결심하게 된다. 제대 후 바로 악기수리로 유명했던 상가로 가 밑바닥부터 열심히 배우기 시작한 이 대표는 “당시에도, 현재에도 악기수리사 국가자격증은 없는 실정이다. 악기 관련 자격증은 피아노 조율사 자격증이 유일하다”며 “자격증이 필요하단 생각에 그 자격증을 취득해 악기수리사로서 선점하는 효과를 얻게 됐다. 클라리넷 전공자라는 것도 한몫하긴 했다”고 환하게 웃는다.

피아노 조율 중인 이주만 대표
피아노 조율 중인 이주만 대표

‘베푸는 삶’, 살고 싶어져 

일의 성취감에 빠져들고 결혼의 행복을 느낄 때쯤 그에게 청천벽력같은 일이 일어나고 만다. 이주만 대표의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목숨은 구했으나,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이에 이 대표는 “목수를 하던 아버지가 큰 사고를 당하자 가세는 더 기울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가지고 있던 원망이 점점 커져갔다”며 “아버지는 몇 년을 근근이 연명하다 2008년에 돌아가셨다. 그 이후 아버지가 원망스러운 게 아니라 알 수 없는 측은함으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질 때가 많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밀려오는 공허함을 채울 길 없는 나날이 흐르던 중 그는 자신만의 돌파구를 찾아 나선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많은 것을 느끼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는 이주만 대표는 “불현 듯 내가 가진 재능을 남에게 베풀며 살고 싶어졌다”며 “요양병원, 군부대 등 음악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서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그 전까진 알지 못했던 행복감을 느끼게 됐다”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도 봉사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이 대표는 이미 5년 후 계획을 정해뒀다. “작은 어촌 마을로 가려고 한다”는 그는 “우리 아이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힘들 때 내 품에 와서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살고 싶다. 굳이 도시가 아니라도 아이들이 힘들 때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만들 생각”이라며 “더불어 음악을 접할 기회가 없는 시골마을에 음악을 선물하고 싶다. 내가 가진 재능으로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려한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한평생 함께 한 반려자와 지난날의 일들을 오순도순 나누며 서로 격려해주는 노년을 바란다는 이주만 대표, 소박하지만 결코 소박하지 않은 그 꿈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주길 바라본다.

악기 수리 중인 이주만 대표
악기 수리 중인 이주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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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18-07-11 19:19:20
음악 봉사활동이라니... 멋지십니다!

미루 2018-07-11 20:13:46
자신의 능력을 다른이들을 위해 쓰신다는게 말처럼 쉬운일이 아닌데 정말 대단하셔요~!! 원하고 뜻하시는 일 모두 이루시길 바라요^^

이연규 2018-07-12 00:25:01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사입니다. 나 하나도 돌보기 힘든 세상에 남을 위한 삶을 산다는것은 곧은 신념과 아름다운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대표님의 소중한 꿈을 꼭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