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권 칼럼]07. 변화를 만드는 힘은 무엇인가?
[김용권 칼럼]07. 변화를 만드는 힘은 무엇인가?
  • 김용권 교육전문위원
  • 승인 2018.07.0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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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달은 가치를 변화시킨다

지금은 6,620원이면 450g의 후추 한 통을 살 수 있다. 하지만 로마시대나 중세시대에 후추는 부를 상징하는 매우 귀한 재료였다. 영주의 직영지에 있는 농노 1명의 가치가 양 5마리와 같았는데, 말린 후추 1파운드(약 453g)면 농노의 신분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후추가격이 한창 오를 때는 후추와 금의 가격이 같을 때도 있었다. 중국에서는 후추 한 알과 진주 한 알과 같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1966년 우리나라가 처음 생산한 TV가격은 8만7683원이었다. 당시 19인치 TV가격이면 3,556원(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참조)이었던 80kg 쌀 한가마니를 24.65가마니나 살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금성사(현재 LG전자)가 생산한 19인치 진공관식 TV인데, 기술력이 부족하여 일본 히타치(Hitachi)회사로부터 기술 도움을 받아 생산한 것이었다. 50년이 지난 2016년에 19인치 TV는 20만 원 정도면 살 수 있었다. 패널은 LED을 사용하며 화면은 HD칼라로 TV를 생산하는 기술은 세계 제일이 되었다. 2017년에는 199,000원으로 32인치 LED TV를 살 수 있게 되었다. 2016년 80kg 쌀 한가마니 가격이 137,817원이었는데, 19인치 TV가격으로는 쌀 두 가마니도 살 수 없는 금액이 되었다.

도구나 재료의 가치는 시대에 따라 달랐다. 또한 상품의 생산량이나 생산기술, 소비자의 욕구에 따라 달라지기도 했다. 원하는 사람은 많은데 상품이 적으면 가격이 올라갔고, 상품은 많은데 원하는 사람이 적으면 가격은 내려갔다. 같은 시간에 상품을 생산하는 량이 많으면 가격은 낮아졌고, 하나의 상품을 생산하는데 인력이나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할 경우에는 가격이 올랐다. 다이아몬드나 금처럼 생산한 상품은 일정량이 있지만 상품을 적게 제공하나 유통이 활발하지 않은 경우에는 가격이 비싸지기도 한다. 일할 사람은 많은데 일자리가 없으면 실업자가 증가하고, 인력은 필요한데 일할 사람이 부족하면 인건비가 올라가는 것과 같다. 희소성의 법칙이고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다.

도구가 시대를 바꾼다

인류역사 속에서 시대가 바꾸는 중요한 요인이 있었다. 시대를 바꾸는 대표적인 요인이 도구의 변화다.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300만 년 전이었는데, 오랜 시간동안 날카롭고 거칠어진 자갈석기를 사용하거나 돌끼리 부딪쳐 떼어낸 뗀석기를 사용하는 구석기시대를 보냈다. 1만 년 전에서야 돌을 원하는 모양으로 갈아서 다양한 모양의 석기를 사용하는 신석기시대를 맞이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뗀석기를 갈아서 간석기를 사용한다는 것이 별 것도 아니게 보이지만, 뗀석기를 갈아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신석기시대가 되어서야 농사를 짓고 목축을 하면서 정착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인류가 정착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문명을 건설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석기시대가 인류 역사 속에서 2대 혁명 중 하나로 일컬어진다. 다른 하나의 혁명은 15세기부터 시작된 과학혁명이다.

인류가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시점에 대해서는 79만 년 전부터 30만 년 전까지 다양한 견해가 있다. 아무튼 불을 다루어 청동기라는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사용한 것은 신석기시대가 시작된 지 약 5,000년이 지나서야 가능했다. 청동기시대(B.C 3,200년 경)가 되면서 큰 강 유역을 중심으로 4대 문명이 발생하였다. 청동기보다 강한 물질인 철기를 사용하면서 국가 또한 보다 강력해지는 철기시대(B.C 1,200년)를 맞이한다.

재료나 도구 사용의 변화는 일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생활의 방식을 변화시켰다. 나아가 사회·경제의 구조나 국가의 형태를 바꾸고 시대를 바꾸었다. 돌이란 같은 재료를 원하는 모양으로 갈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시대가 바뀌었다. 또한 돌보다 강한 청동기 사용이나 청동기보다 강한 철을 사용하는 것은 강한 국가와 문명을 만들 수 있게 하였다.

1776년 제임스 와트가 발명한 증기기관 첫 제품이 생산되면서 도구의 사용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지금까지 사람이나 가축의 힘을 이용하거나 물이나 바람을 이용해 한정된 도구를 사용했다면, 증기를 에너지로 이용하는 증기기관은 기계 자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이나 가축의 힘이 아닌 기계의 힘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노예나 병사의 규모에 따라 힘이나 권력, 영토의 크기가 결정되었던 신분제사회의 기본 틀을 변화시키는 일이었다. 어떤 기계를 가지고 있고 가지고 있는 기계의 성능이 얼마나 좋은가에 따라 생산하는 힘, 군대의 힘, 나라를 다스리는 힘이 결정되었다. 증기기관의 발명을 통해 9,700년 넘게 내려왔던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바뀌게 되었고, 신분제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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