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권 칼럼]01. 눈을 감고 있는 사람들 "변화를 인식하기 어려운 이유"
[김용권 칼럼]01. 눈을 감고 있는 사람들 "변화를 인식하기 어려운 이유"
  • 김용권 교육전문위원
  • 승인 2018.06.2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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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6 전투기의 경우 음속[마하 2.02(2,472.4/h), 최대 속도, 이하 ‘마하’로 표기]의 두 배의 속도로 비행한다. 전투기 조종사가 전투기를 조종할 때 느끼는 신체의 변화는 크게 5가지다. 대표적인 변화는 중력, 압력, 소음이 상승, 산소 저하, 시야와 평형감각을 잃는 현상이다. 전투기 조종사가 느끼는 중력은 지상에 있는 일반인이 느끼는 중력(G1, Gravity Force:중력가속도)의 9배다. 이는 몸무게 70kg의 성인이라면 630kg의 무게에 눌리는 느낌과 같다.

압력의 상승은 몸속의 혈액을 다리로 몰리게 하고, 뇌에 산소를 실어 나르는 혈액을 상대적으로 감소시킨다. 뇌로 공급되는 혈액의 압력은 중력가속도가 1G 증가할 때마다 약 23mmHg 가량씩 떨어진다. 뇌 속 혈액이 감소하면 시야가 좁아지거나 시야가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뇌의 혈류량이 더 감소하면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어버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전투기 조종사가 전투기 안에서 느끼는 소음은 110dB로 사이렌 소리와 같다. 이는 일반 여객기 안에서 느끼는 소리 50~60dB의 두 배에 해당한다.

2014년 12월 5일,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화성 탐사 시험을 목적으로 한 차세대 우주선 ‘오리온’이 발사되었다. 시험발사였던 만큼 오리온에는 우주인이 탑승하지 않았지만, ‘오리온’의 발사 속도는 마하 26.119(32,000㎞/h)였다. 이와 같은 속도는 전투기 조종사가 마하 2.02의 속도로 느끼는 신체적 변화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만일 우리가 마하 80이 넘는 비행 물체에 타고 있다면 우리의 신체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마하 80의 비행 물체는 물론, 마하 2속도의 F-16 전투기에 일반인이 탑승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마하 87속도 움직이는 비행 물체에 타고 있다면 과연 믿을 수 있겠는가?

지구 둘레는 40,192km다. 40,192km인 둘레를 24시간에 한 번씩 돌고 있으니 한 시간에 1674.66km/h(마하 1.368)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도는 공전의 속도는 107,160km/h(마하 87.549)다. 현재 지구는 전투기나 우주비행선의 속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러한 속도를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생활하고 있다. 변화를 알아차리기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기 때문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리기 위해서 최대한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찾아보거나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에 대하여 살펴봐야 한다. 변화의 시작은 언제나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변화를 이끄는 사람들은 무엇이 다를까

역사는 변화를 통해 생명을 이어왔다. 불이란 물질의 발견으로 석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바뀌었고, 기계와 도구의 발명으로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었다. 그리고 기계와 도구의 발명은 생산하는 방식까지 바뀌게 하였다. 신분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은 봉건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바뀌게 했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민주주의나 공산주의, 사회주의처럼 사회를 운영하는 방법을 바꾸게 하였다. 후추나 흑연, 희토류와 같은 물질은 시대나 상황에 따라 가치가 달라졌고, 윤리나 규범도 시대에 따라 바뀌어 왔다.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뀌었고, 물질의 최소단위도 분자에서 원자로 원자에서 미립자로 바뀌듯, 많은 변화들이 인류의 역사를 다채롭고 흥미롭게 발전시켜 왔다.

무수한 변화로 역사가 채워져 오는 동안에도 변화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역사가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 일정한 규칙 안에서 움직여왔다는 점이다. 변화 또한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들처럼 특정한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져 왔지만, 변화의 출발선에는 언제나 변화를 처음 인식하고 준비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변화를 처음 받아들이고 시도했던 그 사람들에 의해, 역사의 변화 방향이 정해졌고 변화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정해졌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가 한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와서는 토네이도가 되는 것처럼, 작은 일조차도 지나고 보면 역사를 바꾸는 거대한 것이 되어 있었다. 거대한 변화를 만드는 작은 일이란 변화하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변화를 인식하는 것은 신분이나 권력, 부의 유무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보니 변화가 특별한 사람들만의 전리품은 아니었다.

변화를 인식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평범함과 특별함을 구별할 수도 있다. 변화를 인식하고 변화를 준비하는 일이 미래를 위한 기회를 만드는 일이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변화를 인식하고 변화를 준비하려고 행동하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평범한 사람들은 변화 자체를 싫어하고 옛날 방식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변화에 관심이 없거나 둔감하고, 변화를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거나 낯선 것을 부담스러워하며 귀찮아한다. 변화가 이루어져 모두가 알게 된 상황이 돼서야 인식하지만, 변화한 상황에 맞게 행동하기 바꾸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변화를 인식한다는 것은 변화를 위해 행동으로 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변화를 인식만 하고 행동으로 실제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변화를 이끄는 사람들은 바로 변화를 인식하면 변화를 준비하기 위해 행동으로 실천한다. 또한 새로운 물질이나 도구, 방법 등을 발명하여 변화를 만들며 변화를 이끌기도 한다. 지금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창업자나 CEO를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변화는 시작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인터넷이 일반인에게 상용화된 때가 1994년 6월 20일이다. 한국통신(현 KT)이 '코넷(KORNET· 'Korea-telecom interNET')'이라는 이름으로 전자우편, 파일 전송과 같은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07년 1월 9일, 스티브 잡스가 샌프란시스코 맥월드에서 아이폰을 소개하면서 본격적으로 모바일 시대가 열렸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페이스북과 같은 SNS와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Mobile Instant Messenger: MIM)에 대한 사용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졌다. 더불어 아이폰3Gs가 우리나라에 처음 출시된 2009년 11월, 아이폰 제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밤을 새우는 이례적인 모습이 보였다.

카카오는 아이폰이 출시되고 4개월 후 2010년 3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톡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누적 회원 수 1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리고 1년이 되는 2011년 4월 누적 회원 수 1,000만 명을 기록했다. 회원 가입은 폭발적으로 이어져 2011년 6월 3,000만 명, 2012년 6월 5,000만 명, 2012년 12월 7,000만 명, 2013년 7월에는 1억 명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2014년 7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휴대폰 음성 통화량이 2012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카카오톡과 같은 앱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동안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반면, 인터넷에서 모바일로의 변화는 세상의 변화가 비로소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것에 불과하다. 더불어 다양한 모바일 앱이 쏟아져 나와 어떤 앱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다.

생명체나 물건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센서와 인터넷을 통한 통신 기능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물인터넷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 변화는 2016년 3월, 구글 계열사인 딥마인드(DeepMind)가 만든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크게 이루어졌다. 그동안 공장에서 육체적인 노동을 대신하는 로봇은 친숙했지만, 인간의 지적능력을 대신하는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찰스 다윈이 “오래 살아남는 종은 강한 종도 아니고 가장 똑똑한 종도 아니다. 그 종은 변화를 가장 잘 받아들이는 종이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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