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한 마리가 P 지점으로부터 출발하여 남쪽방향으로 3km 걸어갔다. 그리고 나서 방향을 바꾸어 동쪽으로 3km 걸어갔다. 그리고 나서 다시 왼쪽으로 돌아 북쪽으로 3km 걸어 출발한 지점 P에 도착하였다. 곰은 어떤 색깔일까요?
고교시절 보았던 정석이라는 수학참고서의 머리말에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12년간 수학을 배웠지만 실생활에 쓸모가 없다고 믿는 사람들은, 비록 공식이나 해법은 잊어버렸을 망정 수학학습에서 얻어진 논리적 사고력은 그대로 남아서, 부지불식 중에 추리와 판단의 발판이 되어 일생을 좌우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이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었지만, 시간이 흘러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스탠포드대학의 폴리아교수의 저서인 How to Solve It : a new aspect of mathematical method (1957)에 보면 문제의 이해, 계획의 작성, 계획의 실행, 반성의 순서로 문제 해결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문제의 이해에 들어있는 구할 것은 무엇인가? 주어진 조건은 무엇인가? 구할 것과 주어진 조건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는가? 비슷한 문제를 풀어 본 기억이 있는가? 를 보면서 아하, 그렇구나 하고 무릎을 탁 치고 말았습니다.
생각해보니 구할 것과 주어진 조건을 보고 관련성을 찾아 문제 해결력을 길러주는 과목이 수학과목이었구나~. 그렇기때문에 인문계 학생들에게도 반드시 수학을 가르쳐야만 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우스개 소리로 『인생은 BCD 이다.』 라고 합니다.
즉, 인생은 탄생(Birth), 선택(Choice), 죽음(Death)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을 간단히 한 것이지요.
이 중에서 선택은 내가 원하는 것(구할 것)을 나에게 주어진 환경이나 능력(주어진 조건)을 이용하여(연관성을 찾아서) 성취하는 방법을 정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대학에 간다면 어떤 학과에 갈 것인가?
전문기술을 배운다면 요리, 컴퓨터, 정비기술, 대형차운전면허 등등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논리적 사고력(문제해결능력)을 키워주는 과목이 수학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거대한 목표가 있는 교육과목이 수학이지만 재미가 없는 문제부터 시작한다면 전하고자 하는 것을 잘 전수하기 힘들겠지요.
처음에는 재미있는 문제로 접근하고 점점 난이도 있는 문제에 접근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할것입니다. 그리고 열심히 고민해서 답이 나왔을 때의 쾌감을 맛보게 해 주는 것이 수학교육의 목표라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풀이 방법이 다른데도 결국 같은 답이 나오는구나.
이런 방법으로 풀면 간단히 풀리는 구나!
신기하다.
오호, 재미있는데.
이런 말이 나온다면 수학 감상법을 터득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처음 내드린 문제는 폴리아교수의 저서 말미에 들어있는 문제인데 흥미롭게 푸셨습니까?
엄청난 직관력으로 바로 답을 구하신 분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다시 한번 얘기해 달라고 했었습니다. 즉, 읽으신 분은 다시 한번 읽었다는 것과 같겠지요.
구할 것과 주어진 조건이 곧바로 연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구할 것인 곰의 색깔과 주어진 조건인 이동경로를 보고 어떤 연관성이 보이세요?
곰의 색깔은 곰이 사는 지역에 따라 다르니까 이동경로에 대한 조건을 보고 살고 있는 지역을 유추하면 답이 나오겠구나. 아하 그렇구나!
지구본(지구의)을 본적이 있으시죠?
정답은 "흰색" 입니다.
북극곰은 분명 흰색만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추신< 저는 문제를 풀어서 해설의 답보다 간단하면 혼자서 웃고, 즐거워하고, 만세부르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 막 자랑합니다.
좀 유치하지요~! ^^
■ 칼럼니스트 이기휘
· 고려대학교 수학교육학 석사
· 입시학원 수학강사 경력 28년차
· 고등학교 수리논술 방과후 수업지도 경력 8년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