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연의 Talk! talk! Talk!] 박은희 메이크업 아티스트 “내 행복으로 다른 이들까지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김보연의 Talk! talk! Talk!] 박은희 메이크업 아티스트 “내 행복으로 다른 이들까지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 김보연 기자
  • 승인 2018.05.17 13:36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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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한 사람 메이크업하는 자체가 행복… 재능기부, 행복을 나누는 뜻깊은 선물

[데일리경제=김보연 기자] 아름다움의 상징이 젊은 여자에게만 국한된다는 건 이미 케케묵은 말이다. 화장(化粧)하는 남자가 많아지면서 화장이 여성의 전유물이 아님을 알 수 있듯 아름다움 추구의 욕구는 남녀노소를 불문한다. 혼자 힘으로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를 해소할 수 없을 땐 전문가인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손길이 필요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분야는  다양하게 미적 표현에서부터 전문성을 요구하는 작업과 예술작품에까지 이른다.
박은희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전업주부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의뢰인의 미적 욕구를 채워감에 여념이 없다.

박은희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은희 메이크업 아티스트

본의 아닌 다른 삶 살게 돼

싱그러운 바람이 기분마저 상쾌하게 해주던 날 만난 박은희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우아한 카리스마를 돋보임과 동시에 향기로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의상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대학교에 진학했던 박 아티스트가 돌연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된 건 그의 나이 마흔 때였다.

“의류학과를 다니다가 가세가 기울면서 3학년 때 휴학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박은희 아티스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복학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과는 달리 당시 내 삶은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며 “좌절감에 빠져 잠시 방황하다가 생계유지를 위해 작은 회사에 입사하게 됐다”고 회상하듯 생각에 잠겼다.

본인의 꿈과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 박 아티스트의 생활이 즐거울 리 만무했다. 이에 그는 “진취적인 삶을 위해 변화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때 불현듯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졌다”며 “20여 년 전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생소한 직업으로 배울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러던 중 부산에 아카데미가 생겨 배울 기회가 생겼다”고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비싼 학원비를 충당하기 위해 직장 생활을 이어나가며 메이크업 아티스트 과정을 열심히 배웠던 박은희 아티스트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자격증이 개설된 건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았다. 당시 미용관련 자격증은 헤어디자이너 자격증밖에 없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수료증 개념일 뿐 합법적으로 일하려면 헤어디자이너 자격증이 필요했다”며 “하지만 ‘헤어디자이너가 내 적성에 맞을까’란 고민을 거듭하다 허송세월을 보냈었다”고 옅은 미소를 드리웠다.

꾸미는 것 자체를 즐겼던 박 아티스트는 우연한 기회에 헤어숍 원장을 알게 돼 헤어디자이너 자격증을 취득하자는 결심이 서게 된다. “20대 후반을 향하던 나이에 헤어디자이너 자격증을 취득한다는 건 다소 늦은 감이 있었다”는 그는 “하지만 제대로 하고 싶은 생각에 일과 자격증 준비를 병행하면서 6개월 만에 자격증을 취득했다”며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헤어숍 밑바닥 일부터 시작하게 됐다. 디자이너가 돼 있을 나이에 온갖 궂은일을 하려니 창피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열심히 배워나갔다”고 살포시 웃는다.

학생들에게 특강 중인 박은희 메이크업 아티스트
학생들에게 특강 중인 박은희 메이크업 아티스트

새로운 삶의 길 열려 

늦은만큼 미용기술 연마에 온힘을 다하던 28세의 어느 날 박은희 아티스트에게 뜬금없는 연락이 온다. 사실 그 연락이 박 아티스트의 인생을 다른 궤도로 달리게 한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누군지 기억에도 없는 사람이 내가 첫사랑이라고 말했다”는 그는 “초등학교 때 앞뒷집에 살았던 동창으로 10여 년을 날 찾았다고 연락이 왔었다”며 “생뚱맞긴 했지만 인천에서 석사 과정 수료 중이던 그 동창과 장거리 연애가 시작됐다. 1년 연애 끝에 결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인천에서 신접살림을 꾸렸다”고 담백하게 말했다.

이어 박은희 아티스트는 “결혼 당시 남편은 박사 과정 수료 중이었다. 시댁에서 내게 헤어숍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지만 그때 내 실력으론 엄두가 안 났다. 결국 생활비는 벌어야 했기에 작은 액세서리점을 열었다”며 “가게는 생각보다 잘돼 바쁘게 지내던 가운데 큰 아이를 가졌다. 만삭이 될 때까지 액세서리점을 하다가 출산, 연년생으로 작은 아이를 낳곤 육아에 전념했었다”고 덧붙였다.

육아의 행복에 여념이 없이 보내던 박 아티스트는 두 아들의 등교 후 취미삼아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가 그에게 손을 뻗친다. 이에 박은희 아티스트는 “바리스타 자격증에 이어 네일아트 자격증 취득을 생각할 무렵 미용학원이 눈에 들어와 무작정 찾아갔다”며 “원장이 갑자기 학력을 물었다. 휴학, 그 이후의 힘겨움이 주마등처럼 떠올라 심난해졌다. 하지만 원장은 미용관련 교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평생교육원에서 학위 취득 후 교수가 되는 길이 있다”고 밝혔다.

그 길로 바로 입학원서를 작성한 박 아티스트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공부에 빠져들었다. “공부가 정말 재미있었다”는 그는 “나이 마흔에 무슨 공부냐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새벽부터 밤까지 열심히 공부해 2년 만에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며 “쉴 새도 없이 바로 석사 과정으로 들어갔다. 석사 과정 수료 중에 학원 강사는 물론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메이크업도 다시 배웠다”고 뿌듯한 듯 웃었다.

공연 메이크업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탄생시킨 박은희 메이크업 아티스트
공연 메이크업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탄생시킨 박은희 메이크업 아티스트

묘비명… ‘원없이 살다갔다’고 새겨지길
 
일과 공부로 인해 아이들의 교육을 등한시 할 수 없었던 박은희 아티스트는 “주말에만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던 찰나 한 방송국의 아나운서 메이크업이 눈에 띄었다. 내 나이 때문에 부담스러워했지만 그곳에서 꼭 일해야 한다고 날 어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됐다”며 “그 인연으로 한 뮤지컬의 공연 메이크업을 담당했고 배우들과 소통하면서 새로운 캐릭터를 탄생시켜왔다. 몇 년 전부터는 공연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연 메이크업과 제작 외에도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박 아티스트는 “각종 대회 심사를 비롯해 장애인복지관, 박람회, 특강, 그리고 새터민 행사장 등 크고 작은 행사장에서 재능기부를 행하고 있다”며 “재능기부 시 겸임 교수로서 학생들이 많은 분야를 접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동행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정말 재미있다”고 환한 미소를 보였다.
 
한편, 한 사람 한 사람 메이크업을 해주는 자체로 행복함을 느낀다는 그는 감사할 사람이 많다고 말한다. 이에 박은희 아티스트는 “인복을 타고 난 것 같다.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해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며 “특히 늦은 나이에 박사 과정까지 준비 중인 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남편에게 감사함을 전한다”고 밝혔다.

메이크업은 시대에 따라 변하므로 그 변화에 발맞춰 갈 수 있도록 긴장을 놓지 않을 것이라는 박 아티스트는 “메이크업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겉으로 보기엔 화려해보이지만 체력적인 부분과 그 외에도 힘든 부분이 상당히 많다”며 “화려함 이면도 생각해서 잘 선택하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묘비명에 ‘원없이 살다갔다’라고 새길 수 있는 삶을 살 것이라는 그는 지금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본인이 행복해야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시간을 잘 활용한다면 전업주부도, 경력단절녀도 자신이 목표로 한 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늦은 나이에 공부에 매진한 박은희 아티스트처럼 포기가 아닌 도전을 시도해보길 바라본다.

미용대회 심사 후 참가자들과 함께
미용대회 심사 후 참가자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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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학 2018-05-20 19:20:27
항상 열정적으로 인생을 사시는
모습 너무 부러워요
목표성취 하시길 파이팅!

문헌 2018-05-20 12:09:17
전업주부에서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해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는 열정이 너무 멋져요^^

강기원 2018-05-20 09:10:46
박아티스트님..넘 멋져요.
첫사랑을 만나 결혼한 아저씨도 멋지고요~

조영우 2018-05-20 07:47:39
맛진 모습 응원합니다 열정도 본 받구 싶구요

songsong 2018-05-20 07:45:10
멋진 모습 대단 하시네요 저도 본 받구 싶네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