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연의 Talk! talk! Talk!] 여자복싱 세계 챔피언 최현미 선수, “개인종목 선수들에게 진심어린 응원 바란다”
[김보연의 Talk! talk! Talk!] 여자복싱 세계 챔피언 최현미 선수, “개인종목 선수들에게 진심어린 응원 바란다”
  • 김보연 기자
  • 승인 2018.04.24 03:3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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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뜀 속에서도 주위 둘러보는 최현미 선수… “마지막 빛이 되지 않기 위해 해외 진출 계획” 밝혀

[데일리경제=김보연 기자] 우리는 수없이 많은 날을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며 살아간다. 싸움의 분야는 각기 달라도 승리의 길로 향하는 마음만은 다들 비슷할 것이다. 시행착오로 좌절에 빠질 때도 있으나 승전고를 울린 후의 기쁨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그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힘겨운 도전을 거듭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펼치는 것이 아닐까.
10년 동안 여자복싱 세계 챔피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최현미 선수는 엄청난 운동량에 지칠 법도 하건만 오늘도 자신이 가야 할 길을 향해 쉴 새 없이 달린다.

여자복싱 세계 챔피언 최현미 선수
여자복싱 세계 챔피언 최현미 선수

타고난 승부욕… 복싱의 길로 이끌어

살랑거리는 바람이 향기로운 꽃내음을 전해주던 날, 시원시원한 성격과 눈웃음이 매력적인 여자복싱 세계 챔피언 최현미 선수를 만났다. 올해로 복싱인생 18년차인 최 선수는 11세 때 북한에서 뜻밖의 제의를 받아 복싱의 길로 들어섰다.

하루는 체육시간에 열중하며 뛰고 있는 그를 유심히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는 최현미 선수는 “체육교사의 친구이자 복싱감독이 날 불렀다. 운동에 소질이 있어 보이니 복싱을 해보지 않겠냐고 물었다”며 “하지만 몇 년 동안 아코디언을 공부했었고, 보수적인 북한사회에서 여자가 복싱은 엄두도 못 낼 운동이라 거절했다”고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최 선수의 떡잎을 알아본 복싱감독은 삼고초려(三顧草廬)를 마다하지 않았다. “부모님의 반대도 컸다”는 그는 “감독님이 체육관에 와서 또래 친구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도 싫으면 다신 찾아오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호기심으로 찾아간 체육관에서 스포츠머리를 한 내 또래 여자가 샌드백을 치고 있었다.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햇살에 땀이 튀면서 운동하는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카리스마 넘치고 섹시해보이기까지 했다”고 밝게 웃는다.

“복싱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는 극심했고 3개월 동안 체육관을 몰래 다녔다”는 최현미 선수는 “복싱을 3년 한 언니와 스파링을 하게 됐다. 종이 울림과 동시에 내 고개가 젖힐 정도로 맞았다. 그때부터 전의가 타올랐다”며 “그 싸움에서 내가 이겼고 감독님이 비디오를 들고 부모님을 찾아와 재차 설득한 후부터 반대는 없었다. 난 동네 언니 한 명 이겼을 뿐인데 이미 챔피언이 된 마냥 부모님께 ‘금메달을 걸어드리겠다’고 호기롭게 장담했다”고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복싱선수로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목표로 달리던 최 선수는 14세 때, 부모의 손에 이끌려 여행을 가게 된다. 사실 그는 여행인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이에 최현미 선수는 “어느 나라 국경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베트남까지 흘러가 가족이 흩어졌다. 아버지는 고위급 간부였기에 국정원에서 모시고 갔다”며 “아버지의 생사 여부도 모른 채 어머니는 점점 야위었다. 오빠는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4개월 동안 원치 않는 칩거 생활이 이어져 생명의 위협마저 느꼈다”고 그 기억이 싫은 듯 몸서리쳤다.

이내 마음을 다듬은 최 선수는 “2004년 7월 300여 명이 한국으로 입국했다. 가족이 모였다는 자체도 행복이었고 가족애는 더 강해졌다”며 “하지만 새터민의 생활은 순탄했다고 볼 수 없다. 가족 개개인의 고충이 있었고 나 역시 그랬다.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새터민의 문제인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WBA 슈퍼페더급 챔피언 5차 방어전 훈련 중 잠시 쉬고 있는 최현미 선수
WBA 슈퍼페더급 챔피언 5차 방어전 훈련 중 잠시 쉬고 있는 최현미 선수

자기와의 싸움, 더 큰 무대를 위한 도약

힘겨움을 극복하기 위해 다시 복싱을 시작한 그는 “내 인생은 둘로 나뉜다. 타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견뎌야만 했던 삶, 내가 선택한 길. 복싱은 부모님을 호강시켜 드리려 선택한 길이기도 하지만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은 아니다”라며 “온힘을 운동에 쏟아부어 세계 챔피언이 되니 부모님이 행복해하셨다. 자부심도 컸지만 알 수 없는 괴리감은 어쩔 수 없었다”고 쓴웃음을 드리웠다.

복싱은 체급에 따라 나눠서 경기하는 종목으로 체급이 중요하다. 따라서 체중관리는 필수불가결할 수밖에 없다. 남북 남녀 최초로 페더급, 슈퍼페더급 두 체급을 석권한 세계 챔피언으로도 유명한 최현미 선수는 “일주일만의 체중 감량으로 대통령배 시합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한 적이 있다. ‘독한 사람’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운동량이 엄청나다”며 “운동을 좋아하지만 그 과정이 힘든 건 사실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처절하게 이겨내야만 더 큰 무대로 갈 수 있다”고 결의를 다졌다.
 
또한 일반적으로 여자선수라면 여성스럽기보다 중성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타고난 승부욕으로 링 위에서 상대 선수를 공격하는 최 선수의 모습에 강인한 이미지만을 연상시킬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여성스럽길 원하고 여성미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와 같은 성향은 최현미 선수의 공격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1라운드에서 여성적인 섬세함으로 상대방을 파악 후 2라운드 때부터 본격적인 공격에 들어간다. 

“내가 여자치곤 파워풀하긴 하다. 하지만 복싱은 무자비하게 때리고 맞는 거친 운동이 아니다”라는 최 선수는 “아시아권 선수들과 유럽 선수들의 신체조건은 분명 다르다. 그 사실은 받아들여야 할 부분 중 하나”라며 “이를 뛰어넘기 위해서 힘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나만의 복싱 기술을 더 우월하게 연마해야 하는 것이다. 난 아직도 각도, 테크닉, 디테일 등 배울 게 많다”고 강직함을 보였다.

한편 그는 “생활복싱은 활성화됐지만 복싱이 직업인 엘리트 선수와 국가대표는 사라져간다. 생계유지가 힘들다보니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개인종목 선수들을 한 번쯤 돌아봐줬음 좋겠다. 모든 선수들이 힘들다. 진심어린 응원을 바란다”고 토로했다.

운동 자체는 행복하나, 현실적인 난제가 존재한다는 최현미 선수는 “챔피언은 의무적으로 6개월에 한 번씩 방어전을 치러야 한다. 10년이란 시간동안 챔피언 자리를 지키면서 방어전 하나 끝나면 다음 스폰서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의 걱정으로 마음놓고 운동만 할 순 없는 실정”이라며 “사람의 한계를 시험하는 종목인 복싱을 하면서 링 위에서 가장 빛이 나고 즐거운 나지만 내가 명예롭게 세계 챔피언에서 은퇴했을 때 마지막 빛이 되는 건 아닌지 두려움이 없지 않아 있다”고 속내를 비췄다.

그러나 이에 굴할 최 선수가 아니다. “여러 차례 귀화 제의를 받았음에도 가슴에 태극기를 다는 것이 좋아 한국을 선택했다”는 그는 “6월 안에 방어전을 치러야만 한다. 그 시합이 성사되면 미국과 일본 진출을 계획 중”이라며 “복싱계에서 잔뼈가 굵었고 낙하산 줄 없이 한 단계 한 단계 밟아온 만큼 더 큰 무대에서 빛을 발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링 위에선 카리스마 넘치지만 평소엔 여성미를 뽐내는 최현미 선수
링 위에선 카리스마 넘치지만 평소엔 여성미를 뽐내는 최현미 선수

링 위가 아니라도 빛을 발하는 인생

쉴 새 없이 운동에 매진하며 운동밖에 모를 것 같은 최현미 선수는 “미래를 위한 준비를 악착같이 해왔다. 석사 과정을 수료했고 곧 박사 과정을 밟을 것”이라며 “후배를 양성하고 복싱계의 발전을 도모하고 싶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틈틈이 복싱이 아닌 다양한 운동을 즐기는 최 선수는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다. “내게 베풀어 준 마음을 나도 베풀면서 살고자 한다. 시간이 될 땐 대학생봉사단과 캄보디아 등 해외 봉사활동을 간다”며 “즉흥적일 때도 있다. 눈앞에 보이는 요양원 등에 방문해 노인들과 신나게 놀고 온다”고 특유의 눈웃음을 짓는다.

“대한민국 복서로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싶다”는 그, 링 위에서 여유로운 미소로 상대방을 압도하는 최현미 선수의 거침없는 행보가 현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에게 도전의 도화선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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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입니다 2018-04-24 17:03:58
최현미 선수 너무 멋있어요ㅠ 복싱에서 뿐만 아니라 마음도 챔피언이네요~!! 최현미 선수의 모든 것이 아름답습니다♡ 항상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파이** 2018-04-24 16:12:22
왕팬입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