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권의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인재교육]"질문하라"
[김용권의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인재교육]"질문하라"
  • 김용권 교육전문위원
  • 승인 2018.04.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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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생각과 행동

전통방식의 교육에서는 선생님이 설명하고 학생은 듣기만 했다. 선생님이 질문하고 학생은 대답했다. 선생님이 문제를 출제하고 학생은 답을 찾아 적었다. 이러한 형태는 학교만이 아니라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윗사람이 문제를 찾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지시대로 행동하기만 한다. 학교나 회사 모두 선생님이나 윗사람이 하라는 것만을 해야 했다. 남들과 같은 생각, 같은 행동을 하도록 강요하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어렸을 때는 질문을 많이 하던 아이들도 배움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점점 질문이 줄어든다. 전통적인 교육방식에서는 질문 없이 선생님의 말씀을 바르게 듣는 학생이 지식을 습득하는데 유리했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시험만 잘 보면 뛰어난 인재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훌륭한 학생이란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학생, 선생님이 하라고 하는 것만 하는 학생이었다.

질문이 없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어렸을 때 그 많았던 호기심, 흥, 재미, 집중력이 사라진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호기심이 질문을 만들고, 자신의 문제로 인식해야 질문을 하기 시작하며,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모르는 것은 무엇인지 자신의 상태를 알아야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배우고 있는 것이 앞에서 배운 것과 앞으로 배울 것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 생각할 때 질문을 한다.

미래사회는 과거사회와 같은 사회가 아니다. 그리고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는 사회가 아니다. ‘Think different’라고 스티브 잡스가 말했던 것처럼 미래사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새로운 방식의 생각과 행동이 이상하고 요상한 생각과 헤어스타일과 옷, 몸짓, 말투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이끌고 있는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등의 모습을 생각해 보자.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질문의 주체가 되는 일이다. 인류의 역사를 바꿔왔던 위인들은, 일반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했던 사람들이다.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나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 날개 없는 선풍기나 먼지봉투 없는 발명한 제임스 다이슨 모두 일반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인 것에 대해 질문을 했던 사람들이다.

마찬가지다.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리더가 되고 싶다면 질문의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다른 사람이 하는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찾으려고 하다가는,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원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놀라울 정도로 발전해 왔고 발전할 것이다. 아이들이 성장해서 어른이 되어 있을 때는 지금보다 더 발전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오랜 시간을 공부하여 의사가 되고 많은 경험을 통해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의사보다 IBM에서 만든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Watson)’이 더 빨리 더 정확하게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처방을 제시한다. 시간이 갈수록 더 발전할 것이다. 이처럼 인공지능 컴퓨터는 정해져 있는 답에 대해서는 사람보다 훨씬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답을 찾는다. 굳이 컴퓨터와 경쟁하려고 하지 말고 컴퓨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답을 찾는 일이 아닌 질문을 찾는 일을 해야 한다.

질문이 위대한 일을 만든다

회사 로비에 들어서면 자신들이 만들다 실패한 제품을 전시해 놓은 회사가 있다. 영국 웰트셔주 맘스버리(Malmesbury)에 있는 다이슨(Dyson) 회사다. 다이슨 하면 떠오르는 제품이 ‘날개 없는 선풍기’다. 선풍기라고 하면 프로펠러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1882년 선풍기가 발명되고 127년 동안 아무도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사용해 왔다. 적어도 2009년 다이슨이 ‘날개 없는 선풍기’를 만들기 전까지는 그랬다.

“선풍기의 프로펠러 때문에 어린이가 다치는데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이와 같은 질문은 누구나 한 번쯤 했을 것이다. 이러한 질문이 프로펠러에 철망을 덮어 사고를 막을 수 있게 했고, 철망 위에 나일론 실로 그물망 씌워 보다 안전하게 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선풍기에 프로펠러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프로펠러 없이 바람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제임스 다이슨은 아무도 하지 않았던 질문을 했다. 그리고 3년간의 개발과 1년간의 테스트를 거쳐 제품을 출시한다. 다이슨은 자신의 삶에 대하여 41년을 실패하며 살았다고 했다.

“먼지봉투가 없으면 진공청소기를 사용할 수 없을까?”

제임스 다이슨이 1979년 어느 날 진공청소기로 집안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진공청소기 소리만 요란할 뿐 먼지가 제대로 빨리지 않고 있었다. 원인을 찾아보니 진공청소기 안에 있는 먼지봉투가 먼지로 막혀 있었고, 필터 또한 막혀 있었다. 그때 진공청소기의 흡입 성능을 떨어트리는 먼지봉투가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후 제임스 다이슨은 창고에 틀어박혀 연구를 시작했다. 먼지와 공기를 분리한다면 먼지봉투 없이도 진공청소기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우연하게 찾아간 제재소에서 ‘싸이클론(Cyclone)’ 기술을 이용해서 공기와 톱밥을 분리하고 있는 것을 본 제임스 다이슨은 싸이클론의 원리를 청소기에 적용했다. 원심력을 싸이클론 기술을 이용해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만들기 위해 5년 동안 5,126번의 실패를 했다. 1984년 드디어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발명했다.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라니 그게 말이 되냐! 소비자들이 이런 제품을 사겠느냐? 그랬다면 후버(Hoover)에서 이미 만들었을 것이다.”

동업자들조차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 여러 회사를 다니며 아이디어와 제품을 설명했지만 거절당한다. 그러다 소형 가전제품을 만드는 일본의 아펙스에서 로열티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특허를 사들인다. 그렇게 해서 출시된 제품이 ‘지포스(G-FORCS)’다.

1993년 제임스 다이슨이 자신만의 회사를 설립하고 ‘다이슨 DC 01’라는 이름의 진공청소기를 만들었다. 제품이 나온 지 1년 6개월 만에 영국에서 판매 1위를 차지한다. 다이슨 회사는 전체 직원의 3분의 1이 엔지니어다. 판매를 통해 얻어진 전체이익을 세금을 내고 남은 이익의 중 30%를 연구·개발에 사용하고 있다. ‘제품이 제대로 작동할 때만 아름답다’는 신념으로 끊임없이 기술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의 삶이 그렇듯이 ‘계속 실패하라, 그게 성공에 이르는 길이다’고 직원들에게 실패를 권장하고 있다. 실패할 것을 두려워하면 도전을 하지 않을 것이고, 도전을 하지 않으면 기술개발에 성공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다이슨 회사를 ‘영국의 애플’이라고 부른다. 제임스 다이슨도 스티브 잡스처럼 1979년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무수한 실패 끝에 발명한 혁신적인 제품들은 제임스 다이슨이 스티브 잡스보다 더 뛰어난 역량과 창의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원용 수레 볼배로우(Ballbarrow, 1974년),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1993년), 2개의 드럼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세탁기(2000년), 열을 발생하지 않고도 손을 말리는 손 건조기(2006년), 날개 없는 선풍기(2009년)와 같이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제임스 다이슨의 혁신적인 발명은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생각한다는 것은 한 번 쯤 머릿속에서 잠시 떠올리는 것과는 다르다. 그리고 생각하는 것은 질문하는 것과 다르다. 책이나 방송을 보거나 길을 가면서도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한다. 그 많은 생각을 하면서 질문도 함께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많은 생각을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은 질문은 질문이 아니라 의구심이나 호기심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거나 답을 찾지 않았어도 질문은 질문이다. 다만 질문을 한 목적을 이루지 못했어도 질문 자체만으로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질문은 또 다른 질문을 만들어 가면서 질문의 답을 찾아간다. 어떻게 보면 질문을 한다는 것은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포함하기도 한다. 질문을 한다는 것이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기도 하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선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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