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포스코 권오준 사임, KT 황창규 회장 경찰 조사..예견된 수순?
[취재수첩] 포스코 권오준 사임, KT 황창규 회장 경찰 조사..예견된 수순?
  • 안민재 기자
  • 승인 2018.04.18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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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한 포스코 권오준 회장
사임한 포스코 권오준 회장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포스코 권오준 회장이 사임의사를 밝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권회장은 18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사의가 받아들여짐에 따라 지난 2014년 3월 8대 포스코 회장으로 선임된 이래 연임에 성공했으나 잔여임기를 2년정도 남긴 상태에서 물러나게 됐다.

권 회장은 이사회에 "회사의 다음 50년 비전에 대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사퇴의지를 알렸다.

권회장은 지난 2일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100년 기업으로 성장한 시점에 연결매출 500조원, 영업이익 70조원의 경영 실적을 달성하도록 할 것”이라며, “1968년 제철보국의 창업 이념으로 출발한 포스코가 지난 50년 동안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이끌어 지금의 눈부신 도약을 이루었듯이, 글로벌 100년 기업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자”며 새로운 50년을 향한 임직원들의 정진을 당부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런 권회장이 사퇴한 이유는 무엇일까.

권회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임명된 정준양 전 회장의 뒤를 이어 박근혜 재임 시절인 2014년 포스코의 좌장이 된 이래 현재까지 회장직을 이어왔다.

포스코 회장의 임기는 3년으로 2017년 3년의 임기를 채우고 회장연임에 성공해 다음 임기가 2020년까지 보장되어 있었다.

권회장은 리튬개발과 관련, 실체없는 사업을 방만하게 진행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리튬사업은 권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을 꼽으며 지난해 리튬 상업생산에 들어간 바 있다.

지난달 27일 MBC 'PD'수첩이 포스코 해외자원 개발 사업중 하나인 리튬사업의 실체와 의혹에 대해 보도하면서 실상이 알려졌다.

PD 수첩은 포스코의 리튬사업 배경으로 2010년경 볼리비아 대통령의 방한 때 리튬개발에 참여하는 MOU 체결을 꼽고 있다.

MB정부 당시 리튬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를 돌아보며 리튬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이상득 전 의원과 정준양 회장 재직시절 탄산리툼 제조 기술사업단을 출범시켜 리튬개발을 시작할 당시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의 총 책임자로 있던 권오준 회장이 개발주체였다는 보도는 파문을 일으켰다.

권오준 회장은 2014년 회장 취임 후에도 더 적극적으로 리튬사업을 추진했으나 결국 볼리비아에서 소득없이 철수했고, 이 과정에서 낭비된 액수만 공식적으로 약 1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수익률은 3%도 되지않는 36억 정도라는 추정도 제기되었다.

권회장은 박근혜 체제에서 포스코 회장에 임명된 이유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연루의혹도 일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권회장 임명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특검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권회장의 연임 주총을 앞두고  "포스코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각각 30억원과 19억원을 출연할 당시 회사 대표이사로 출연증서에 날인한 장본인이 권오준 후보"라고 주장하면서 "회사 재산을 정당하지 않은 용도로 사용하고 정경유착으로 회사 평판을 훼손한 책임이 크다"고  권회장 재선임에 반대했다.

권회장은 이같은 세간의 의혹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회장 직무를 계속 수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KT 황창규 회장에 대한 경찰 조사가 이루어지는 등 전 정권 시절에 선임된 공기업 CEO로서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사퇴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KT황창규 회장
KT황창규 회장

권오준 회장의 사임에 따라 KT 황창규 회장의 직위 보전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황창규 회장 역시 최순실 게이트 연관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1월 19일 더불어민주당 김종훈 윤종오 의원은  KT 황창규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부역자라며 황창규 회장 연임을 반대하면서 "그가 있어야 할 곳은 광화문 KT 회장실이 아니라 특검 조사실"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한 것이다.

이들 의원은 황 회장이 2015년 미르・K스포츠 재단에 18억 원을 출연했고, 차은택 측근 낙하산 인사를 받아들여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 원 규모의 광고를 몰아줬다는 주장을 폈다. 게다가 최순실 소유 기업을 밀어주기 위해 스키팀을 창단했다가 비선실세 논란이 불거지자 중단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황 회장은 18일 KT 전 현직 임원들 명의로 국회의원 90여명의 후원회에 회사 자금을 내도록 지시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황 회장이 임원들에게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사도록 한 뒤, 이를 돈으로 바꿔 정치 후원금을 내도록 지시하는, 이른 바 '쪼개기 후원'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됐고 금액이 4억 3천여만원에 이른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관련법상 법인이나 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 정무위원회나 미래 창조 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속한 위원들에게 후원금이 전달 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황창규 회장은 혐의가 드러나면 기소될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그런 이유로 황 회장이 KT회장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래저래 최순실 불똥은 포스코와, KT라는 거대 기업집단 CEO의 거취를 결정짓는데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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