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연의 Talk! talk! Talk!] 자기 고백을 붓으로 그리는 주하나 작가, “캔버스와 대면하며 날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행복”
[김보연의 Talk! talk! Talk!] 자기 고백을 붓으로 그리는 주하나 작가, “캔버스와 대면하며 날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행복”
  • 김보연 기자
  • 승인 2018.04.09 11:15
  • 댓글 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장하는 자화상’, 겉모습 치장이 내 자신까지 속이는 결과 초래… 오늘도 내 안의 무궁무진한 날 찾아간다

[데일리경제=김보연 기자] 사는 것 자체가 녹록지 않다. 각자 처한 상황과 환경은 달라도 모두가 살아가는 게 힘들다고 말한다.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며 살기란 더 어렵다. 인내와 가식을 강요받으며 스스로를 감춰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자신을 과도하게 포장하고 다른 이들을 속이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자기 자신을 속이진 말아야 하지 않을까.
타인의 시선에 갇혀 진짜 ‘나’를 잃어간다는 걸 느낀 주하나 작가는 화장하는 자화상을 그리며 끊임없이 자신을 알아가고 있다. 주 작가의 작품 세계는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우리의 모습인 듯하다.

지난 연말 단체전에서의 주하나 작가
지난 연말 단체전에서의 주하나 작가

180도 다른 삶 살게 돼

거리 곳곳에 즐비한 형형색색의 꽃들이 저마다 화려한 자태를 뽐내던 날, 짙은 물감 향기가 풍기는 작업실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내뿜는 주하나 작가를 만났다. 작가의 길을 걸어 온 사람들은 보통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재능이 뛰어났거나 그림 그리는 것을 배워서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주 작가는 25세 때 붓을 들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이 마냥 즐겁고 행복해보여 연예인이 꿈이었던 그는 “어렸을 때부터 혼자 지내는 게 익숙했다. TV가 친구였고, 그 곳에 있는 사람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연예인의 꿈을 꿨었다”며 “하지만 불우했던 가정형편과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이른 나이에 철이 들었고 꿈도 접게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연예인을 꿈꾸다가 그 꿈을 포기하게 되니 모든 게 무의미하게 느껴졌다”는 주하나 작가는 “어머니는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지원해주셨지만 내가 지구력이 약했는지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돼가고 있었다”며 “내적 갈등이 심했지만 학교에선 친구들이 개그우먼을 하라고 할 정도로 밝았다. 사실 그 모습은 모든 면에서 내 진짜 모습을 감추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씁쓰름한 표정을 지었다.

꿈도 없이 무의미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학에 갔으나, 주 작가에게 그 삶이 의미가 있었을까. 그는 휴학을 하고 무작정 생활전선에 뛰어든다. “빨리 돈을 벌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절실했고 닥치는대로 일을 했다”는 주하나 작가는 “그러던 중 25세 때 지병과 치매를 앓던 아버지가 연로한 연세를 못 이기고 돌아가셨다”며 “모든 게 공허하고 허무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대론 안 되겠다는 생각이 솟구쳐 뭔가를 배워 볼 결심을 하게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고민에 빠져있던 주 작가에게 어느 날 문득 동네의 한 미술학원이 눈에 들어온다. 그 순간 그는 어렸을 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기억이 뇌리를 스쳤고, 미술학원의 문을 두드린다. 주하나 작가는 그 두드림이 자신을 180도 다른 인생으로 이끌게 될 것이라는 걸 그땐 미처 몰랐다. 

취미로 미술을 시작하게 된 주 작가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을 뿐, 내게 재능이 있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 곳에서 뜻밖에 스승님을 만났고, ‘감각이 좋다’며 미술 공부를 적극적으로 권하셨다”며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지만 내가 잘 하는 게 있다는 것에 벅차올랐고, 그 이후 스승님의 많은 도움으로 현재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작품 작업에 몰입 중인 주하나 작가
작품 작업에 몰입 중인 주하나 작가

끊임없는 성찰로 나를 만나다 

작가의 길을 걸으며 자신만의 색을 찾기 위해 거듭된 고뇌에 빠졌던 그는 독특한 화풍으로 ‘화장하는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타인의 시선에 갇혀 진짜 자신의 모습을 잃어간다는 걸 느낀 주하나 작가는 “존재감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치장을 하는 날이 많았다. 겉모습을 포장하다 보니 언행까지 거짓이 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실이 다져져 있지 않으니 사람들에게 100%의 내 모습을 내보이진 못했다. 화장을 통해 내 자신을 감출 뿐이지 그건 진짜 내 모습이 아니었다”고 상념에 빠진듯한 표정을 드리웠다.

이어 주 작가는 “내 진짜 모습을 계속 감추려하다 보니 정작 내 자신까지 속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공허함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그때부터 ‘적어도 내 자신에게만은 솔직해지자’는 생각으로 캔버스와 1대1로 대면하기 시작했다”며 “캔버스는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니라 내가 하는 것에 따라 나온다. 내가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시간이 그림 그리는 시간이다. 그림은 유일하게 편견없이 내가 그리는 대로 나오는 것이기에 나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시간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그 이후 그에게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한다. 자기애가 강하다고 생각했던 주하나 작가는 캔버스와 대면하면서 자기애가 아닌 스스로에 대한 집착이고 구속임을 알게 된다. 이에 주 작가는 “내 자신에 대해 정립이 되고 자아존중감이 있어야만 내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결코 쉽진 않지만 계속된 자기성찰로 하루하루 달라져 가는 날 만나고 있다”고 밝혔다.

2회 개인전에서의 주하나 작가
2회 개인전에서의 주하나 작가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의 날 그리다

여러 차례의 전시회를 펼치며 감상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감동이라는 그는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이든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좋다”며 “부정의 아이콘이었던 내가 그림을 그리며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힘든 과정들조차도 즐겁고 행복하다. 그림에 대한 고민도 행복한 고민”이라고 밝게 웃는다.

또한 자신을 찾아가기 위해 늘 캔버스와 대면하면서도 미술 관련된 공부 및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는 주하나 작가는 “사람은 매순간 변하고 경험하는 것에 대해 생각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신을 찾아가는 길은 끝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난 내가 완성되길 바라기보다 하루하루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의 내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캔버스 앞에 선다”고 확고한 신념을 드러냈다. 

평생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주 작가는 “지금은 날 위한 그림을 그린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내 그림을 보고 위로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항상 깨닫는 사람이 돼가며 내 자신의 무궁무진한 작품 세계를 많은 이들과 더불어 나누고 싶다”고 결의를 다졌다.

그림은 보는 방법이 따로 없다. 감상자의 느낌이다. 그의 그림을 보는 감상자들도 마찬가지다.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주하나 작가의 그림을 보며 타인의 틀에 자신을 맞추며 살진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9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홍한울 2018-04-11 15:53:17
좋아하는 작가님이라 직접 다녀온 전시였는데 기사가 났네요. 작가님 말처럼 삶이란 자꾸 뭘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던 전시를 만나 즐거웠습니다.

이혜진 2018-04-10 21:08:20
이런 멋진 신념을 가지고 계신 작가님을 보니 작품에서도 그런 확고하고 열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듯하네요 앞으로도 더 기대되네욤 응원합니다!!

최민정 2018-04-10 19:05:44
작품을보고 무슨생각을 하신걸까 궁금했는데
글을보고 작품을 다시보니 더욱더 와닿고 감동이 전해지네요
앞으로의 활동 정말 기대됩니다
감동을 주는 작품 많이 보여주세요~

최진우 2018-04-10 17:18:50
직접가서 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색채도 이쁘고 구도도 흥미롭고. 무엇보다 작가님이 많은 생각을 하고 그리신게 보여서 가볍게 보이지 않아서 눈도 마음도 즐거웠어요. 또 다시 보고싶네요

이현주 2018-04-10 17:15:30
무작정 이쁘게만 그림이 아니라 좋았어요. 성찰을 기본으로 이루어진 토대에 깊이감이 느껴지게 되네요. 저 자신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거울 같은 그림이랄까.. 앞으로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