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연의 Talk! talk! Talk!] 가수 윤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추억할 수 있는 노래’ 부르고 싶어”
[김보연의 Talk! talk! Talk!] 가수 윤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추억할 수 있는 노래’ 부르고 싶어”
  • 김보연 기자
  • 승인 2018.03.27 15: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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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된 시련도 음악에 대한 갈구(渴求) 못 막아… 새로운 장르 도전, 밝은 음악으로 희망 전하고파

[데일리 경제=김보연 기자]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때로는 돌발 변수에 부딪혀 본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난관에 봉착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낙담만 하고 있을 순 없다. 누구에게나 숨 쉴 수 있게 하는 길은 있지 않을까. 파란곡절(波瀾曲折)을 겪으면서도 음악은 결코 놓을 수 없었던 이가 있다. 행복을 부르고, 추억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자 하는 가수 윤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윤오 가수
윤오 가수

타고난 미성(美聲), 빛을 발하지 못해 

겨울을 보내는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막바지 추위로 온몸이 움츠러들던 날 만난 윤오 가수는 편안한 미소로 따듯함을 전했다. 어린 시절부터 가수가 꿈이었던 윤 가수는 1998년 ‘이젠’으로 데뷔, 벌써 20년차 가수다.

30~40대들이라면 학창시절, 라디오를 들으며 음악에 심취하고 녹음까지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던 그 역시 그랬다. “라디오를 밤새 들으며 좋아하는 음악을 흥얼거렸다”는 윤오 가수는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장기자랑을 하면 반응이 좋았다. 선생님들은 각 반으로 불러 노래를 시켰다”고 수줍은 듯 미소를 드리웠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가수의 길을 걷기 위한 준비에 나섰던 윤 가수는 “노천극장 등에서 경험삼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인연을 맺게 된 첫 소속사를 통해 1집 발라드 ‘이젠’으로 데뷔하게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나 타고난 미성(美聲)이 장점이자 매력인 그의 가수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당시 기획사들은 배우 중심의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가수로서 활발히 활동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힘겹게 말문을 연 윤오 가수는 “그 무렵 큰 기획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옮겼고, 앨범을 준비하게 됐다”며 “하지만 실험적인 곡이 많아 난해하다는 결론으로 잠시 멈췄는데, 3개월 후 기획사가 부도나고 말았다”고 깊은 한숨을 토했다.

이어 윤 가수는 “큰 상심으로 음악을 접고 연예계 인맥들과 담을 쌓고 지냈다”며 “그 이후 숯불바비큐 가게와 PC방을 운영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음악에 대한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불가피하게 사업을 접게 됐고, 그때 마침 가수 활동 시절에 알고 지내던 이들로부터 음악 제의가 들어온다. 이에 윤오 가수는 “현재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동생이 R&B와 발라드 남성그룹의 일본 콘서트 투어 코로스를 제안해왔다”며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함께 일본 투어를 떠났고, 정말 재미있었다. 하지만 한국 콘서트 투어 때부터 나도 모를 자괴감에 빠지게 됐다”고 토로하듯 읊조렸다.

녹음실에서 새미 트로트 녹음 중인 윤오 가수
녹음실에서 새미 트로트 녹음 중인 윤오 가수

거듭된 시련… 버팀목은 ‘가족’과 ‘음악’
결코 음악을 포기할 수 없었던 윤 가수는 보컬트레이너로 학생을 가르치며 음반을 준비하던 중 청천벽력 같은 일을 겪는다. “고등학교 때부터 당뇨병을 앓았는데 30대 초반에 당뇨 합병증으로 신부전증에 걸려 투석을 받기에 이르렀다”는 그는 “3년 정도 일주일에 3번 4시간씩 투석을 받았다. 몸이 물로만 채워지는 데, 숨이 꼴딱꼴딱 넘어갈 정도로 고통스러웠다”며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음악밖에 없었다. 작은 작업실로 임대사업을 하면서 생활하다가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를 얻게 됐다”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선에서 만점이었다”라고 말을 이은 윤오 가수는 “매주 금요일이 녹화였는데, 하필 그 날이 내 투석일이었다. 그 방송 시스템의 경우 방송국 옥상에서 1박을 하고 작가들과 회의를 통해 다음 일정 때문에 밤을 샜다. 밤을 꼬박 새고 토요일 오전에 집에 왔는데 내 몸이 도저히 버티질 못했다”며 “팀 경연보다 더 중요한 1대 1 경연 때 목상태가 말도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이를 안쓰럽게 본 감독이 녹화를 다음 주로 미뤄줬지만 그 때까지도 목이 나오지 않아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렇게 좌절에 빠져 있던 윤 가수는 믿기 힘든 전화를 받게 된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는 그는 “신장이식자가 나타났다는 전화였다. 믿을 수가 없었다. O형의 경우 O형 혈액형만 이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길게는 10년도 걸린다. 하지만 난 기적같이 3년 만에 이식을 받게 됐다. 수술 후 입원기간 동안에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신장이식 후에도 12시간마다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 그에게 급기야 우울증까지 왔다. “신장이식만으로도 정말 감사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우울증에 휩싸여 견딜 수가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부모님 식자재 가게 창고에 작은 작업실을 꾸렸다”며 “음악 작업을 조금씩 시작하며 치유가 됐다. 가족의 힘도 컸다. 가족과 음악은 내 버팀목”이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음악에 대한 갈구는 더 커져갔고, 이를 해소하고자 사비로 음반 작업에 돌입했던 윤오 가수에게 또 다른 변고가 찾아왔다. 그러나 이내 극복한 윤 가수는 지난해 초 싱글앨범을 발표, 앞으로 새로운 장르인 새미 트로트에도 도전하려고 한다.

“음악의 여러 장르, 연기, 그리고 영상 작업도 공부해보고 싶다”는 그는 “난 내가 ‘행복을 노래하는 가수’라고 말한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노래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더 많다. 예전엔 슬픈 노래를 불렀지만 이젠 밝은 노래를 부를 계획”이라며 “아울러 내가 아이들을 좋아한다. 필리핀에 한 아이를 후원하고 있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과 노인들을 위해 힘닿는 데까지 봉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가수로서 오래 무대에 서며 ‘행복을 노래하는 가수’가 되고자 하는 윤오 가수는 “이문세 선배님처럼 ‘추억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말하며, “부모님께 늘 불효자였다. 부모님과 가족에게 치유가 되는 음악을 하고자 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달려 온 윤 가수의 앞날에 꽃길만 펼쳐지길 바람과 동시에 그를 통해 좌절에 빠진 이들이 다시 일어설 힘을 얻길 바라는 바이다.

윤오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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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운블로 2018-03-28 14:29:04
항상 응원합니다
꽃길만 걸으시길 바래요
화이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