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목의 웰페어노믹스 정책마당]보편적 복지인가, 선별적 복지인가?
[서상목의 웰페어노믹스 정책마당]보편적 복지인가, 선별적 복지인가?
  •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
  • 승인 2018.03.16 0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차이는 무엇인가?

보편적 복지는 정부가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수준의 복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보편적 복지에 필요한 재원은 기본적으로 세수로 충당하게 되는데, 그 대표적 사례가 무상 의무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보편적 복지의 대상은 기초교육과 같은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경우에 적용한다.  반면, 선별적 복지는 복지수혜자를 취약계층으로 한정시키는 경우를 말하는데,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부조사업이 그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소득 및 자산조사를 통해 수혜대상을 선정하게 되는데, 보편적 복지에 비해 수혜대상자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소요예산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으나, 소득 또는 자산조사를 해야 하는 행정적 번거로움이 있다는 단점도 있다.

보편적 복지 또는 선별적 복지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는 기본적으로 사업의 성격과 국가의 재정형편에 따라 신축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우선 지적할 수 있다. 사업의 공공성이 강하고 국가의 재정사정이 좋으면 보편적 복지를 적용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 선별적 복지가 실용적일 것이다.  이에 더해, 국가운영의 기본철학 역시 복지를 보편적 또는 선별적으로 접근하는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영국 등 자유주의 전통이 강한 국가들은 대체로 선별적 복지를 선호하는 반면, 스웨덴, 덴마크 등 사회민주주의 전통이 강한 국가들은 보편적 복지 원칙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보편적 복지를 선호하는 경우 이를 뒷밭침하기 위한 재정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들 국가들은 선별적 복지를 선호하는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조세부담률을 유지하고 있다.   

누가 옳은가?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이분법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지적한대로, 사안과 당시 경제가 처한 형편에 따라 해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상황에 적합한 ‘맞춤형 복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기본적 입장이다. 특히 경제상황이 어려워 세수가 목표치를 크게 밑도는 현 시점에서 기존 복지정책의 효율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이전에 증세부터 논의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지금은 대선공약이라고 할지라도 그 내용을 다시 검토하여 낭비요인은 없는지, 더 나아가 좀 더 효율적 대안은 없는지를 살펴보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복지문제에 관한 여·야정치권의 입장은 지나치게 경직적이고 당리당략적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야당은 자신들이 먼저 공약한 무상급식은 절대 수정불가하나 여당이 이니셔티브를 취한 무상보육은 중앙정부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추진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무상급식은 지방교육청 차원에서 이루어진 공약이기 때문에 수정될 수 있으나, 무상보육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법적조치를 통해 약속한 사항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보다 대승적 차원에서 국가백년대계를 향한 복지전략을 여·야정치권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상보육, 문제점과 해결책은?

지난 2012년 대선과정에서 여·야 모두 0세에서 5세까지 무상보육을 약속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이를 법제화하여 2013년 3월부터 전국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대표적 무상복지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보육이 무상복지의 대상으로 선정된 것은 세계 최하위의 출산율을 좀 더 높여보려는 정책적 의지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2014년 현재 연간 소요예산은 무상급식예산의 거의 4배인 10조 4천억 원에 달하고 있다.  

무상보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엄마의 취업 여부와 관계없이 아동의 연령에 따라 월 22만원에서 75만 5천원까지의 보육비 지원이 이루어짐으로써, 한편으로는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보육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여 양질의 어린이집과 보육교사의 부족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전 사회적 논란이 된 어린이집에서의 아동학대 사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한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의 손길이 가장 절실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 2세 미만의 아동을 전업주부가 어린이집에 맡기고 자기는 친구들과 커피숍에서 잡담이나 나누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복지선진국인 북유럽국가들도 2세 미만 아동의 육아는 엄마와 아빠가 직접 담당할 수 있도록 보육지원보다는 아동 양육을 위한 유급휴가를 장려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엄마의 취업 여부에 따라 보육서비스 지원내용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전업주부의 경우 2세 미만의 아동에 대한 보육지원은 중단하는 대신, 현재 월 20만원 수준의 양육 수당은 오히려 확대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그리고 2세 이상의 아동에 대해서도 전업주부를 위한 하루 7시간  미만의 반일제를 도입하여 보육시설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예산도 절감하는 방안이 아울러 추진되어야 한다. 이에 더해, 보육 부문에 대한 획기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여 년간 합계출산율이 1.2 수준에서 거의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는 근본적 원인을 분석하고, 보다 효율적이고 근원적인 저출산 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초저출산의 원인과 대책은?  

저출산의 기본원인은 경제발전과정에서 한국인들의 인식이 지나치게 물질주의적이 되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세계가치관조사에 의하면 스스로를 ‘물질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응답자 비율이 한국의 경우 54%로 미국 21.5%, 영국 9.9%, 그리고 스웨덴 5.5%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기혼여성의 61.9%가 경제적 이유로 출산을 중단했다고 응답하고 있다. 이는 한국인의 물질주의적 사고가 저출산의 근본원인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육에 대한 재정지원만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저출산 대책은 한국인, 특히 여성들의 사고를 기존의 지나친 물질주의에서 가족과 삶에 대한 가치지향적인 방향으로 바꾸어나가는 데 역점이 두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과 삶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학교에서의 교육은 물론 대중매체를 통한 사회교육이 보다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대학등록금에 대한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 일본, 영국은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라 대학등록금을 부과하나,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고등교육도 기본적으로 공공재로 간주하여 국가가 등록금의 거의 전액을 부담하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반값등록금 정책은 고등교육에서 정부의 역할을 기존의 영·미식에서 유럽식으로 전환하자는 취지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2014년 현재 이와 관련한 정부예산은 3조 5천억 원 수준이며, 앞으로 지속적 증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막대한 규모의 소요예산 문제에 추가하여 쟁점으로 부상되는 정책과제는 낮은 등록금이 대학교육에 대한 가수요를 창출하여 이미 세계 최고수준의 대학진학률이 더욱 높아져 국가인력수급과정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대학등록금의 인위적 인하 또는 동결은 가뜩이나 문제가 되고 있는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더욱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에서 대학진학률은 71%로 이웃 일본 47%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으로, 고학력 인력의 과잉생산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립대의 경우 반값등록금 추진이후 지원자 수가 80% 정도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개인의 입장에서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수익률이 실업고 교육에 대한 투자수익률을 훨씬 밑돌고 있다는 것이 국내외 연구자들의 공통된 연구결과이기도 하다. 이에 더해, 반값등록금은 소득재분배는 물론 경제성장과 고용에도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되고 있다.

  이와 같은 무상복지의 사례에서와 같이,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에 한정된 선별적 복지를 정치권이 앞장서 중산층은 물론 고소득층까지도 확대하려는 것은 복지정책의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정부의 재정부담은 급속히 증가하였으나, 정작 취약계층에게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별로 크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선심정치의 대상이 된 기초연금

  기초연금이야말로 수혜대상을 지나치게 확대하여 소기의 정책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여당은 2013년 대선과정에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는 65세 이상 노인의 70%에게 월 4~10만원 수준의 연금을 지급하는 기존의 기초노령연금에 비해 획기적 조치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소요재원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국가재정상황을 고려하여 소득 기준 하위 70%의 노인에게 월 10~20만원의 연금을 주는 것으로 당초 공약을 축소 조정하여 2014년 하반기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에 소요되는 재정은 2015년의 경우 약 10조원을 조금 상회하고 있다.

  기초연금의 도입과 연금수준의 인상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OECD 국가 중 노인빈곤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2013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계층의 상대빈곤률은 48%로 OECD 평균 13.3%에 비해 세 배가 넘는 수준이고, 절대빈곤률 역시 37.1%로 매우 높다.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 기초노령연금제도가 도입되었으나, 수혜대상을 전체 노인의 70%까지 확대하였고 지원수준은 월 10만원 미만으로 매우 낮기 때문에 노인빈곤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08년 이후 노인빈곤률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잘 입증한다고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번에 새로 도입된 기초연금 역시 같은 전철을 밟고 있기 때문에, 막대한 재정적 소요와 국민적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사실 해결책은 비교적 간단하다. 우선, 기초연금의 대상을 현행 70%에서 상대빈곤층 또는 절대빈곤층으로 대폭 축소하는 것이다. 빈곤층의 비율은 2013년의 경우 상대빈곤 개념을 적용하면 65세 인구의 48% 수준이고, 절대빈곤 개념을 적용하면 38% 수준이다. 수혜대상자의 급작스러운 축소가 정치적으로 어려우면, 5년 정도의 조정기간을 정해 단계적으로 대상을 줄이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현재 빈곤층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기초생활보호제도에서 65세 이상 대상자를 분리시켜 기초연금제도로 통합·운영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이른바 ‘부양의무자’ 조항을 삭제하여 본인의 소득과 자산 상태만을 기준으로 기초연금의 대상자를 선정하고, 연금액은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확대하는 조치도 취해야 한다. 이와 같은 개편안이 추진된다면, 한국에서의 노인빈곤 문제가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크게 해소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념적이고 당리당략적 접근을 지양하고 보다 실용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루속히 한국의 정치권이 당리당략적 차원의 ‘복지포퓰리즘’이라는 늪에서 벗어나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으로 무장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약용 선생은 “무릇 자기가 베푼 것은 말도 하지 말고, 덕을 주었다는 표정도 짓지 말며,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도 하지 말 것이다.”라고 하면서 공직자의 겸손함과 진정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홀아비, 과부, 고아, 늙어 자식 없는 사람을 사궁(四窮)이라 하는데, 이들은 궁하여 스스로 일어날 수 없고, 남의 도움을 받아야 일어날 수 있다. 수령이 사궁을 선정할 때 살펴야 하는 세 가지 기준이 있으니, 첫째는 나이요, 둘째는 친척이요, 셋째는 재산이다.”라고 하면서 정부의 구휼은 자립하기 어려운 계층에 국한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정약용 선생의 구휼에 관한 원리는 가장 빈곤한 사람들의 복지에 대해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한다는 존 롤스(John Rawls) ‘정의론’의 두 번째 원칙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복지정책도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보다 큰 혜택이 돌아가는 동서고금의 상식이 적용되는 관행을 하루속히 정착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경제적 형편이 좋을 때에는 보편적 복지를 고려할 수도 있으나, 지금과 같이 경제상황이 어려울 때에는 복지혜택을 취약계층에게 국한시키는 선별적 복지를 선택하는 실사구시 정신의 구현이 불가피하다고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 서상목은 누구?

서상목은 지난 40년간 경제와 복지 분야에서 연구 활동과 정책 만들기에 앞장 선 정책전문가다. 1974년 미국 스탠퍼드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학위를 받고, 세계은행(WORLD BANK)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경제·복지정책 연구에 전념하였다.

1988년 정계에 입문하여 제13, 14, 15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1993년에는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입법부와 행정부에서 경제·복지정책전문가로 활동하였다.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 (사)21세기교육문화포럼 이사장, (사)도산안창호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등을 맡고 있으면서 대학에서 후진 양성과 청소년을 위한 인성교육 확산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자본주의의 위기》(1989), 《말만 하면 어쩝니까, 일을 해야지요》(1996), 《시장을 이길 정부는 없다》(2003), 《정치시대를 넘어 경제시대로》(2004), 《김정일 이후의 한반도》(2004), 《도산 안창호의 애기애타 리더십: 사랑 그리고 나눔》(2010)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