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연의 Talk! talk! Talk!] 지혜인 성우, “본질은 지키되 나만의 ‘色’을 표출하고 싶어”
[김보연의 Talk! talk! Talk!] 지혜인 성우, “본질은 지키되 나만의 ‘色’을 표출하고 싶어”
  • 김보연 기자
  • 승인 2018.03.14 18:29
  • 댓글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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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과 통통 튀는 목소리로 감정 전달… 지혜인 성우만의 매력

[데일리경제=김보연 기자] ‘뚜껑으로 막아 신선함이 꽉! 냄새없이 꽉! 마실 때마다 새 우유같다’, ‘착한 내 눈에 하루 종일 수분 촉촉’, 우리사이느은~의 ‘우진아 나 가영이~’, 그리고 ‘이 집 저 집 그 집 모두가 열광하는~’ 등의 광고 문구를 기억하는가. 정갈하고 정돈된 느낌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기존 성우와 다르게 친숙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성우가 있다. 만물은 오감(五感)을 지니고 있듯, 인간 역시 오감을 통해 감정을 느낀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무엇하나 중요하지 않은 감각은 없으나 목소리로 청각을 자극해 편안함을 주는 지혜인 성우의 인생을 들여다봤다.

지혜인 성우
지혜인 성우

우연한 기회, 새로운 인생 열어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3월의 어느 날, 단아함과 통통 튀는 매력을 겸비한 지혜인 성우를 만났다. 90년생인 지 성우가 성우 일을 시작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다. 배우가 꿈인 그는 우연찮게 지인에게 성우 일을 권유받으면서 성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첫 녹음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는 지혜인 성우는 “국민참여재판 라디오 광고의 딸 역할이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떨렸다. 하지만 내 목소리가 전파를 통해 흘러나간다고 생각하니 신기하고 재밌었다”며 “처음엔 드문드문 일을 했고 대학교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한 후부터 본격적으로 성우 일을 하게 됐다. 더불어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전성기를 누리던 2010년 다양한 광고를 촬영했었다. 그 광고에 내 목소리를 입히며 성우로서 조금씩 입지를 굳혀 나갔다”고 설렘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1,000여건의 광고 녹음을 하면서 첫 작품 외에도 유독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는 지 성우는 “한 보험사에서 소리공학 기계를 개발했다. 말을 하지 못 하는 엄마는 딸에게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너무 하고 싶었다. 엄마가 수화를 하면 기계가 언어로 전달하는 시스템이었고 동작을 인식해 음성으로 전송하는 것이었다”며 “‘엄마의 선물’이라는 주제로 딸이 ‘엄마 목소리를 들어서 정말 행복해요’라고 말한다. 이 광고에서 내가 내레이션을 맡았는데, 실제 인물들의 영상을 보면서 녹음하는 일이 정말 힘들었다. 일에 있어서 감정이 앞서면 안 되는 것인데 자괴감에 빠졌었다”고 고개를 떨궜다.

이내 마음을 가다듬은 그는 “그 당시 가슴 속에서 뜨거운 감정이 올라왔다. 내가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좋은 목소리와 좋은 느낌으로 전달하는 것이 정말 영향력이 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뭉클함에 힘들긴 했지만 뿌듯함과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정말 잘 해야 되겠다는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됐다”고 살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보통 성우라 함은 정갈하고 정돈된 느낌의 목소리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성우 전공자가 아닌 지혜인 성우는 기존 성우와는 다른 친숙한 목소리로 듣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준다. 그런 지 성우의 목소리가 그만의 매력인지도 모른다.

스튜디오에서 녹음 작업 중인 지혜인 성우
스튜디오에서 녹음 작업 중인 지혜인 성우

포기아니다. 전진을 위한 후퇴일 뿐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만 본다면 순탄한 길만 걸으며 귀하디 귀하게 자랐을 것 같은 지혜인 성우에게 시련과 역경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내가 힘들었던 부분을 말할 때 누군가는 불편해질 수도 있기에 그 말 자체가 조심스럽다”고 말하는 지혜인 성우에게서 남다른 배려심이 엿보였다.

한편, 누구나 역경에 부딪힌다. 저마다 극복하는 방식도 다르다. 지 성우는 대부분 밝고 귀엽고 어린 이미지의 녹음을 한다. 이에 그는 “내 이미지와 반대인 녹음을 요청받을 때가 있다. 그 작업에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다”며 “하지만 내가 못한 부분에 대해 좌절하지 않는다. 이건 ‘내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수긍한다”고 옅은 미소를 드리웠다.

이는 지혜인 성우가 모든 일을 쉽게 포기하는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지 성우는 포기하는 게 아니다. 당장 하지 못하는 일에 대해 순간순간 알아차리고 자신을 잘 들여다보기 위한 명상의 시간을 가진다. 어려운 과정이긴 하나, 수긍하며 ‘내 것’을 찾아가는 각고의 노력을 통해 극복하는 게 그의 방식인 것이다.

더불어 성우 일을 병행하며 ‘자신만의 색’을 가진 배우가 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 지혜인 성우는 두 가지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고 말한다. “심리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지 성우는 “대학교 다닐 때 심리 수업을 들었다. 심리를 통해 사람을 알게 되고 동시에 나란 사람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는 게 흥미로웠다. 연기를 함에 있어서도 도움이 많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두 번째 도전 과제는 언어다. 한글이 예쁘고 좋다. 하지만 외국어의 표현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한글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을 외국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아직 실행하진 못했지만 곧 실행하려 한다”고 결의를 다졌다.

또한 “나만의 색을 가진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는 그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되 나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려 한다. 본질은 지키되 나날이 발전되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길고양이, 무료급식, 장애우, 해외 등 후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후원만으로는 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지혜인 성우가 본인만의 ‘色’으로 암울한 시대에 훈훈함을 전하길 바라본다. 

지혜인 성우
지혜인 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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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2018-03-15 11:10:41
말도 안되지만 벌써 일억캔~~~~~
너무 예뻐요~~~~

길군 2018-03-15 11:17:53
포기아니다! 전진을 위한 후퇴일뿐! 항상 응원합니다!

치원 2018-03-15 11:33:38
라디오 광고, 목소리 도배 주인공이시구나!!
목소리만 하루 종일 들어서 이젠 친숙하네요^^

이나 2018-03-15 11:35:45
누군지 알았으니 이제부터 응원할께용~~~^^

hjinworld 2018-03-15 11:39:17
오 목소리 자주 들어봤어욬ㅋㅋㅋ얼굴도 이쁘시네욯ㅎㅎ성우로써도 배우로써도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