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개발의 마지막 寶庫]서상목 정책마당 미얀마, 제2의 베트남 될 수 있나
[아시아경제개발의 마지막 寶庫]서상목 정책마당 미얀마, 제2의 베트남 될 수 있나
  •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
  • 승인 2018.03.1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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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경제개발의 마지막 보고(寶庫), 미얀마

 미얀마는 인도, 방글라데시, 중국, 태국 등과 국경을 마주대고 있는 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로서, 인구가 5천만 명이 넘고 국토면적도 한반도의 3.5배로 넓음은 물론, 농토가 비옥하고 천연가스, 옥, 목재 등 자원이 풍부하여 아시아에서 경제개발의 마지막 보고로 널리 알려져 있는 나라이다. 1962년 이후 군부집권세력에 의한 폐쇄적 경제정책으로 경제발전이 늦어졌으나, 2011년 이후 개방정책의 추진에 이어 2015년 11월 실시된 총선에서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야당의 승리이후 로힝야족 탄압으로 이미지가 퇴색되고 있다.

민주화와 개방화가 동시에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소수족인 로힝야 탄압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게 미얀마는 1983년 비극적 ‘버마사태’로 알려진 후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났으나, 5년 전 테인 세인 대통령이 이끄는 전 정부가 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 지금은 ‘전략적’ 개발협력대상국가로 부상하게 되었다.

 
한국의 개발경험을 수입하려는 미얀마

 현재 한국 정부는 미얀마에게 한국의 경제개발경험을 전수하는 데에 역점을 두면서, 각종 경제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새마을사업 경험을 전수하는 사업을 추진하는가 하면, 수출진흥사업을 다각도로 지원하는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와 같은 ‘미얀마무역진흥공사(Myantra)’는 물론,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하는데 있어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같은 기능을 수행할 ‘미얀마개발연구원(MDI)’의 설립을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강의 기적’으로 알려진 한국의 성공적 경제개발경험은 정치적으로는 권위주위적 행태를 유지하면서 시장원리와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강력한 수출드라이브를 전개함으로써, 단기간에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실질소득의 획기적 향상을 이룩한 것이 그 핵심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전문가들은 ‘박정희 패러다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공산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 개방정책의 추진에 성공하여 단기간에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은 한국의 ‘박정희 패러다임’을 중국 현실에 맞게 수정하여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986년 세계은행의 주선으로 태국에서 중국과 한국의 경제정책수립자 간 회의에서 중국 참가자들은 우리 대표단에게 개방과정에서 야기되는 많은 정책적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 질문공세를 밤늦게 까지 퍼부었고, 1988년 중국 상해에서 열린 산업정책에 관한 국제회의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는 사실을 이들 행사에 참석했던 필자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세계경제대국으로 부상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미국과 정치군사적 패권을 다투는 위치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한국의 ‘박정희 패러다임’은 다시 베트남으로 수출되었고, 그 결과 역시 매우 성공적이었다. 1986년부터 ‘새롭게 한다’는 의미의 이른바 ‘도이 머이(Doi Moi) 정책’을 추진한 베트남은 매년 연 6% 이상의 고도성장을 달성하여, 지금은 한국의 제4위 수출 대상국으로까지 부상하게 되었다. 베트남은 인구가 9,200만 명이나 되고, 교육수준과 교육열이 높아 성장잠재력이 매우 큰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5년간 미얀마 역시 군사정권의 주도로 개방정책을 추진함으로써 한국의 ‘박정희 패러다임’을 모방하려는 시도를 했다고 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연 7~8%의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등 나름대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미얀마는 대통령이 직접 한국 대통령에게 경제정책 싱크·탱크의 설립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한국의 경제개발경험을 배우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


경제발전, 민주화와 함께 이루어야 하는 미얀마

 아웅산 수지여사가 이끄는 야당의 승리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얀마는 어느 개발도상국도 성공하지 못했던 경제발전과 정치민주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되었다.

 정치적으로 가장 어려운 난제는 오랜 군사독재시대의 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권력과 관련된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것이다. 아웅산 수지 집권 이후 집권세력에 의한 부정부패 문제는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으나, 이미 옥(jade)과 마약 밀매 등 미얀마 경제에 구조화되어 있는 부패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지가 관건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군부를 포함한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무마해야하는 어려운 과제를 수지 정권은 안고 있다. 

 경제발전은 지속될 수 있는가?  

 수지 정권은  미얀마 국민들의 염원인 경제발전을 이룩해 빈곤문제를 해결하고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5년간 미얀마 경제발전을 이끌어온 전문가 그룹을 적절히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들 중 다수가 군부독재 시대에 외국으로 망명을 갔다가 테인 세인 정권이 개방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보고 귀국하여 대통령 자문관 등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새 정부가 이들의 협력을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더해 문민정부의 출범 이후 아직도 해외에 머물고 있는 고급인력들이 대거 귀국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를 풀어 공공차원의 지원 확대와 더불어 민간기업의 투자가 가속화될 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에 경제발전을 위한 대내외 환경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험에 비추어 염려되는 점은 급속한 민주화와 더불어 노사분규가 잦아지고 학생과 시민들의 시위가 격해져 정치사회적 안정이 무너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아웅산 수지 여사와 새로운 집권세력의 정치력은 물론 민주시민으로서 미얀마 국민들의 저력을 테스트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향후 한국과의 유망협력분야는 무엇인가?

 미얀마의 개방정책의 범위가 확대되고 속도가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에 서방세계의 미얀마 경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 역시 미얀마를 전략적 경제협력 대상국가로 인식하고,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는 물론 정치·외교·군사 그리고 사회·문화 분야에서의 협력을 보다 강화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국기업들의 대 미얀마 투자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지금까지 한국기업들의 투자는 1990년 대우전자가 가전제품 생산을 위해 투자한 후, 2009년에는 대우인터내셔널의 가스전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하여 2015년 현재 누적 투자금액이 24억 2천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한국기업의 직접투자 순위는 9위로 일본, 중국 등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경제단체 차원의 보다 적극적 투자촉진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미얀마는 제조업 근로자의 월급여가 100달러로 중국의 1/5, 베트남의 1/2 수준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높고, 적극적으로 외국인 투자유치정책을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유망 분야로는 인프라 개발, 노동집약적 제조업, 프랜차이즈 및 유통업, 자원개발, 자동차 및 부품, 농기계, 화장품 등이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개발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만들기

 필자는 1983년 ‘버마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에서 당시 동자부 장관이었던 큰 형님을 잃은 아픈 사연을 갖고 있어, 미얀마를 방문할 때마다 양곤 사고 장소에 최근 건립된 추모비 앞에서 참배를 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한다. 미력하나마 이러한 필자의 노력이 미얀마가 경제발전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이는 32년 전 먼 이국땅 아웅산 묘소에서 순국한 17명의 영혼이 기대하는 바라고 굳게 믿고 있다.

 지난 5년간 미얀마는 한국의 ‘박정희 패러다임’을 수입하였으나, 앞으로는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의 성공경험은 물론 실패경험으로부터의 교훈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부디 미얀마가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성공적으로 이룩하여 개발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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