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연의 Talk! talk! Talk!] 김수림 응용예술심리삼담사 "내가 받은 상처, 타인의 아픔 치유하는 삶으로 승화"
[김보연의 Talk! talk! Talk!] 김수림 응용예술심리삼담사 "내가 받은 상처, 타인의 아픔 치유하는 삶으로 승화"
  • 김보연 기자
  • 승인 2018.03.05 11:0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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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상처는 있어요..하지만,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야죠

[데일리경제=김보연 기자] 우리는 삶 속에서 예기치 못한 깊은 상처를 입을 때가 있다. 그 상처를 치유하지 않으면 흉터로 남아 자신을 평생 감옥에 가둬버릴지도 모른다. 반면 상처에 직면해 이겨나간다면 또 다른 삶이 열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심리상담사를 찾아가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자신이 받은 상처에 직면해 끊임없이 상처를 치유하고 타인의 상처까지 치유하고 있는 김수림 응용예술심리상담사를 만나봤다.

김수림 응용예술심리상담사
김수림 응용예술심리상담사

누구나 상처는 있다. 그러나 살아야 한다 

겨울과 봄의 경계에 선 어느 날 만난 김수림 응용예술심리상담사는 봄햇살처럼 화사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 미소만큼 화사한 행로를 걸었을 것 같은 김 상담사는 사실 학창 시절 큰 상처로 수차례 자살시도까지 했던 인물이다.

심리상담사이자 배우인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친구들과 놀러간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에게 몹쓸 일을 당했다. 그 상처로 문득문득 밀려오는 알 수 없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무렵 친한 친구에게 내가 당한 일을 말하게 됐는데 학교에 소문이 퍼지고 말았다”며 “그 이후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자아정체성이 생기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극에 달하게 됐다”고 당시 힘든 심경을 털어놨다.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가며 결석이 잦았던 김수림 상담사에게 고등학교 3학년 때 한줄기 빛이 다가왔다. 김 상담사는 “담임선생님이 갑자기 연극을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했다. 그 제안을 들었을 때 ‘이건 내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또 다른 삶을 살면서 내가 겪었던 일이나 힘겨움을 다른 삶에 대입해 해소할 수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서울예술대학교 영화과에 입학했다”고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에게 또 다른 상처가 찾아오고 만다. 김수림 상담사는 “졸업 후 22세 때 대전에서 직접 극단과 극장을 만들어 활동하던 중 열악한 환경 속에 극장에서 숙식을 해결해야만 했다. 그날도 새벽에 극장에서 자고 있는데, 술에 취한 건장한 남자 셋이 극장으로 와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말았다”며 “그때 용기를 내 그들을 신고했을 뿐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중학교 때 사건으로 힘들었던 내가 자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그 일로 난 직면이 치유에 도움이 된다는 이론을 스스로 체험하고 그 근거를 통해 확신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 상담사는 이어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한 연극 ‘어둠아기 빛아기’란 작품의 주인공인 명이를 연기한 적이 있다. 명이는 나와 환경은 달랐지만 동네 사람들에게 성폭행을 당한다”며 “내겐 너무 힘든 표현이었지만 그 작품을 한 후 내 자신과 더 직면하게 됐다. 항상 억압하고 외면하고 싶었던 아픔을 배역을 통해 표현하면서 의식이 달라졌다. 성격도 활발해지고 내 주장도 펼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상황별 치유기법 달라 “기본은 언어 상담”

죽음의 기로에서 살기 위해 선택한 연기는 그에게 삶 그 자체였다. 그러나 삶 자체였던 연기를 힘들게 이어나가고 싶진 않았던 김수림 상담사는 “경제적으로 허덕거리며 연기를 하고 싶진 않아서 다른 직업을 가져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때 내 눈에 들어온 게 보육교사 자격증이었다. 자격증 준비 과정 속에 아동심리나 심리 분야가 있었고 명지대학교에 입학해 사회복지와 아동학을 복수전공하며 심리상담사의 길을 걷게 됐다”고 밝혔다.

미술, 연극, 음악 등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 상담을 통해 내담자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김 상담사는 “내 경험을 토대로 했을 때 상담을 예술적, 정서적, 심리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분야가 예술이었다. 예술과 심리는 아주 밀접하다”며 “하지만 기존의 예술 치료는 단일 기법이었다. 미술은 미술만을 도구로, 음악은 음악만을 도구로 하는 등 그 방식이 기준이 돼 상담이 이뤄지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었다”고 응용예술심리상담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석 · 박사 과정을 수료하는 과정에서도 심리, 범죄,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상담일과 공부를 병행, 심리와 관련된 자격증을 다량 보유하게 된다. 이는 내담자의 상처 치유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심한 결과물이라고 봐도 무관하다.

김수림 상담사는 “예술 치료라는 것은 말 그대로 도구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상담은 언어 상담이 돼야 한다. 기본은 상담이 돼야 하는데 예술이라는 도구로 내담자의 무의식을 알고자 치료적으로 접근하는 건 서론없이 본론이 시작되는 느낌이었다”라며 “물론 예술치료 기법이 적합한 대상들이 있다. 하지만 병리적인 증상과 마음이 열려 있지 않은 사람들은 단일 기법만의 예술치료가 부담이 되거나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김 상담사는 “언어 상담을 기본으로 하고 상담하는 과정 중에 내담자를 효과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적합한 기법을 그때그때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예술을 응용한 기법, 응용예술심리상담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며 “상담하는 과정 안에서 내담자에게 적합한 기법을 적용하려면 그 기법들을 모두 알아야 한다. 그런 이유로 민간자격증 등록을 하고 양성과정을 통해 응용예술심리상담사를 배출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학교폭력예방교육 중인 김수림 응용예술심리상담사. 학교폭력이 행해질 수 있는 상황을 학생들이 토론해 상황극을 하는 교육이다. 상황만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발표함으로서 피해자의 입장에 서서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학교폭력예방교육 중인 김수림 응용예술심리상담사.
학교폭력이 행해질 수 있는 상황을 학생들이 토론해 상황극을 하는 교육이다. 상황만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발표함으로서 피해자의 입장에 서서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상담은 극복, 회복탄력성 도와 

진정성을 담은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그는 상담사로서도 내담자에게 진실로 다가간다. 상담에 있어 진정성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담사들도 상담을 함에 있어 힘겨울 때가 있다. 역전이(逆轉移)가 될 경우가 있어서다.

김수림 상담사는 “상담사 초반엔 역전이가 돼 힘들어지는 상황도 있지만 난 오랜 경력의 소유자이기에 역전이가 오진 않는다”라며 “다만 상담사는 냉철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상담을 할 때 이야기에 공감하지만 머릿속에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해야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물론 내담자와 상담하면서 가슴이 아파서 함께 눈물을 흘릴 땐 있다”는 김 상담사는 “상담사는 본인이 힘들 땐 상담을 하지 않는다. 상담을 하지 않아야 하는 게 맞는 것이다. 상담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힘든 감정에서 상담을 하는 경우엔 제대로 된 상담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희미하게 웃어 보인다.

반면 힘겨움보다 보람이 더 크다는 그는 기억에 남는 내담자들이 아주 많다고 말한다. “얼마 전에 문자를 한통 받았다”는 김수림 상담사는 “내담자였던 아내가 이른바 신병(神病)을 앓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꾸준히 부부상담을 진행했다. 남편이 문자를 보냈는데, 지금은 잘 지내고 있다고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다른 사례로 김 상담사는 “대학생 때 부친상을 당하고 모친의 권유로 상담을 받으러 온 여성이다. 유학을 다녀온 후에도 가끔 일이 있을 때마다 상담을 하고 있다”며 “이 여성의 경우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회에 막 발을 들이는 20대 초반에 상담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피력했다.

이에 그는 “상담의 개념은 극복이다. 상담사는 내담자가 방향을 찾아가고 극복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역할을 한다. 본인이 스스로 인생에 대해 정립하고 해결해나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작은 힘을 주는 것”이라며 “사람은 누구나 회복탄력성이 있다. 회복을 도와주는 게 상담사의 역할인 것이다. 스스로 다져진 경험을 다른 상황에 부딪혔을 때도 치유에 응용하고 활용해서 대처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기에 상담이 아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수림 상담사는 이 외에도 성모병원에서 알콜릭을 대상으로 상담한 일, 교도소에서 상담한 일, 치매환자, 1급 장애아동 상담 등 수많은 사람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밝게 웃는다.

‘공연형 강연’, 상담의 길 접근성 열어 

상담과 관련된 일은 평생 할 일이라는 김 상담사는 “교수 임용을 위해 5월까지 논문을 제출한다. 그 논문이 일단락되면 상담을 더 활발하게 이어나갈 것”이라며 “더불어 제자 양성을 위해 교육을 많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드러냈다.

또한 그는 “‘공연형 강연’을 내 콘텐츠로 정해 인문학 강의를 할 예정이다. 모노드라마의 형식으로 인문학 강의를 진행하면 접근성이 더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강연의 경우 개인의 성장 과정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삶에서의 상처를 극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길을 열고 싶다. 주제는 그때그때 다르겠지만 상처를 가진 이들에게 자기계발을 위한 강연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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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2018-05-09 18:13:34
공연형 강연! 멋져요!
그런 새로운 컨텐츠의 강연을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프라임프리 2018-03-05 20:59:15
저두 기대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전해주세요~~

이젼강 2018-03-05 20:53:54
공연형 강의 기대됩니다. 새로운 컨텐츠네요^^ 이런 새로운 시도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