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권의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인재교육]인공지능시대의 공부법"실패를 배워라" (1)
[김용권의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인재교육]인공지능시대의 공부법"실패를 배워라" (1)
  • 김용권 교육전문위원
  • 승인 2018.03.0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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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이력서

2016년 미국의 한 대학교수가 자신의 ‘실패이력서’를 웹사이트에 올려 화제가 되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영국의 명문대인 옥스포드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신경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박사후 과정을 거친 후 2014년 프린스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된 요하네스 하우쇼퍼(Johannes Haushofer)다. 프린스턴 대학교는 2017년 미국대학순위에서 1위를 한 명문대다. 그는 스위스 취리히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인재였고,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수십 편의 논문이 저널에 소개되었고 9개의 상을 받았으며, 7곳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을 정도로 뛰어남을 인정받은 인재였다.

그러한 그에게도 실패한 일이 있었다니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그의 실패 내용을 보면, 1998년 영국 런던경제대학에 입학을 하려다 낙방을 하였고, 2003년에는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하여 4개 대학교 대학원에 원서를 냈다가 낙방을 했다. 2008년도에는 스톡홀름 경제대학교 경제학 박사 과정에 지원했다가 낙방했으며, 2014년에 교수가 되기 위하여 많은 대학교에 지원했다가 탈락했었다. 장학금 지원이나 연구비 신청을 했다가 거절된 경우는 열일곱 번이었고, 저널에 논문을 투고했다가 거절당한 것은 열네 차례나 되었다.

프린스턴이라는 명문대학교 교수이기에 순탄하게 지내오고 하는 일마다 인정을 받으며 지내왔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러한 자리와 뛰어난 성과를 내기까지 남들이 모르는 실패와 시련, 그리고 고통을 이겨내는 더 값진 시간들이 있었다.

요하네스 하우쇼퍼 교수처럼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실패와 시련을 극복해내는 과정은 필수적인 일이다. 하지만 명문고나 명문대에 다니는 학생일수록 한 번의 실패에도 크게 낙담하고 좌절하는 사례가 많다. 이는 자라면서 늘 우수한 성적을 얻고 주위로부터 인정을 받아왔기 때문에 성공은 당연한 것처럼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코넬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잇달아 자살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2010년부터 학교의 의무는 전공지식만이 아니라 삶에 대한 지혜도 가르치는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코넬대학교와 같은 일은 스탠포드대학교에서도 ‘오뚝이 프로젝트(Resilience Project)’라고 하여 학생들이 실패나 좌절에서 일어설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하버드대학교에서는 거절당한 사연을 소개하는 ‘성공-실패 마주하기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프린스턴대학교는 실패한 일이나 고생한 일을 학생들이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법을 가르치는 ‘프린스턴의 관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한 펜실베니아대학교는 학생들이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멀쩡한 척하며 행복한 듯 가짜 표정을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펜실베니아 학우들의 진짜 표정(Penn Faces)’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데이비슨 칼리지에서는 학생들의 도전정신을 기르도록 하기 위해 ‘실패 펀드’라는 보조금 제도를 만들었다. 실패펀드는 아이디어는 있지만 돈은 없는 학생들에게, 아이디어의 성공가능성이나 실제 실행했는지 심사하지 않고 150달러에서 1,000달러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학생들이 교과서적인 부분에서는 뛰어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는 기본적인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스탠포드대학과 하버드대학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실패 결핍’이 있다고 하였다. 실패 결핍은 단지 미국 명문대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사회 분위기 또한 실패에 대해 좋은 시선을 갖고 있지 않다. 실패한다는 것은 무능력한 것이고 무책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리고 한 번의 실패에 대한 대가가 크다보니, 도전하는 일을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월가의 전설'이라 불리는 세계적인 금융 투자자 짐 로저스는 2017년 8월 KBS 명견만리 프로그램에서 나와 "한국은 더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다."라며, 그 이유가 젊은이들이 미래를 위해 도전하지 않고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기 위해 몰리는 현상을 지적했다. 사실 공무원이 하는 일은 인공지능이 매우 잘하는 일이기 때문에, 미래사회에서 사라질 위험성이 높은 분야다.

미래를 준비하고 미래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야 한다. 그리고 실패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문화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BMW와 패스트패선을 대표하는 의류회사인 유니클로에서 볼 수 있다. BMW에서는 매달 창의적인 실수를 한 직원을 선정해서 상을 주는 ‘이 달의 가장 창의적인 실수상’을 만들어서 직원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키우고 있다. 유니클로에는 9번 실패하더라도 1번 승리하면 된다는 유리클로의 ‘1승 9패’의 전략이 있다.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회장은, ‘빨리 실패하고, 빨리 깨닫고, 빨리 수습하는 것이 내 성공의 비결이다.’고 말할 정도로, 실패할 것 때문에 도전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일을 진행하면서 실패라고 판단할 경우 바로 중단하고 다른 방향을 찾도록 함으로써, 실패에 강해지고 실패를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

퀴즈프로그램 중에 문제에 대해 대답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점수가 낮아지도록 한 규칙이 있다. 퀴즈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은 실수할수록 손해이기 때문에 대답이 틀릴까 주저하고 대답이 틀리면 낙담을 한다. 학교에서 학생의 성적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 또한 한 번의 시험을 통해 성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실수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낀다. 더구나 대학을 가기 위한 수학능력시험은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삶의 방향에 큰 영향을 준다.

학생들이 많이 읽는 위인전의 내용 대부분은, 세상에 도움을 주는 업적이나 위대한 일에 대한 내용이다. 학생들이 위인전을 읽으면서 위인들이 성공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실패와 시련을 어떻게 극복하였는가 하는 교훈보다, 위인의 업적이 얼마나 위대하고 성공의 결과가 얼마나 달콤한가에 더 마음이 머무는 듯하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대추 한 알’이라는 장석주 시인의 시처럼, 성공이라는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실패와 시련을 겪어 이겨내야만 한다.

기술의 기하급수적인 발전과 변화로 지금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맞이할 미래에는 2년 반에서 3년 마다 직업을 바꿔야 하는 환경에서 살게 될 것이라 예측한다. 직업의 변화가 많은 만큼 실패를 많이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살아갈 학생들이 실패에 대하여 배우는 일은 미래를 준비하는데 매우 중요한 일이 되었다. 실패에 대해 배움으로써 실패에 강한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하며, 꿈을 이루는 과정 중에 실패를 겪게 될 때 잘 극복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위인들의 실패를 통해 실패요인을 찾아 실패 가능성을 줄여, 성공에 도달할 수 있는 확률을 높여주기 위해서 실패에 대해 배워야 한다.

모든 사람이 실패보다 성공하기를 원한다. 실패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이 신이 아닌 이상 성공을 향하는 과정에 실패를 만날 수밖에 없다. 실패는, 성공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멈춘 것을 가리킨다. 도전을 멈추지 않은 이상 실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분위기는 어느 한 순간만을 보고 실패라고 단정하여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 미국 야구 선수였던 요기 베라(Yogi Berra)의 말처럼, ‘끝날 때가지 끝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도 이스라엘의 ‘후츠파’ 문화처럼 누구나 실패할 수 있고 실패가 아니라 또 한 번의 도전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패 할 경우를 인정하고 격려하고 또 다른 도전을 위해 용기를 주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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