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목 정책마당] 수출중심에서 수출과 내수 균형이 필요한 때
[서상목 정책마당] 수출중심에서 수출과 내수 균형이 필요한 때
  • 서상목
  • 승인 2018.03.01 22: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방이 적신호인 한국경제

한국경제는 지금 수출 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내수도 위축되어 사방이 적신호뿐인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황’에 처해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해온 수출은 중국과 선진국 경제성장세의 둔화로 2015년 1월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경기부양책으로 잠시 반짝했던 내수마저 최근 추진된 주택대출규제 확대로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 결과 경기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경기종합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반면 물가는 국제유가의 하락과 경제성장세의 둔화로 연 1% 수준의 낮은 증가율을 보임으로써, 저물가와 저성장이 장기화되는 이른바 ‘디플레이션’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디플레이션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선진국들 모두 겪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아직도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면서 경기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고, 일본 역시 경기부양을 강조하는 ‘아베노믹스’의 추진에도 불구하고 경제활성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보여준 미국경제 역시 최근에는 경기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다. 반면 사상 초유의 하락세를 보이는 원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안정에 힘입어 대다수 선진국에서 물가는 전혀 상승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의 당면과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방금 지적한 경기부진과 저성장에 따른 일자리 부족상황인데, 이는 새로 고용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층의 높은 실업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년 3월 청년실업률은 11.8%로 최고치를 기록하였는데, 그 이유는 경기부진으로 일자리가 별로 늘지 않는 상황에서 50세 이상 중·장년층이 생계대책의 일환으로 취업전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청년들의 취업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또 다른 문제는 한국경제의 구조조정이다. 오랜 기간 한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던 조선, 철강, 석유화학, 해운, 건설 등의 기간산업들이 국제경쟁력 약화와 세계적 공급과잉현상으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 중 가장 문제가 심각한 부문이 조선과 해운업으로, 조선업종 상장사 중 34%가 만성적 적자현상을 보이는 이른바 ‘좀비 기업’으로 분류되고 있고, 해운업은 사실상 100%가 좀비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철강과 에너지 업종에서도 상장사 중 좀비 기업의 비중이 25%에 달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경제패러다임을 수출 중심에서 수출과 내수의 균형으로 전환

한국경제가 당면한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1960년대 초 이후 지속되어온 수출중심의 경제운용 패러다임을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전환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수출부문에서 주력을 이루는 제조업이 노동집약형에서 기술집약형으로 고도화되면서 수출부문의 고용창출효과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5년 한국의 수출부문을 주도하는 30대 그룹의 경우, 투자는 18% 늘렸지만 고용은 4,500명이나 줄였다. 반면 내수가 대종을 이루는 건설, 서비스산업은 상대적으로 고용창출효과가 크기 때문에, 내수산업이 활성화되어야 고용문제가 해결되고, 최근 새로운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양극화 현상도 동시에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보다는 기업이 중심이 되어 혁신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수출산업과는 달리, 내수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이유로, 한국은 오랜 기간 수출주도의 경제운용을 해왔기 때문에 수출활동에 대해서는 적절한 인센티브 제도가 이미 마련되어 있으나, 내수활동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는커녕 수많은 규제들이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 교육, 관광, 사회복지, 콘텐츠, 소프트웨어, 금융 등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대표적 서비스분야로 지적되고 있다.

 

가장 성장잠재력이 큰 보건의료산업

보건의료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장잠재력이 큰 분야로 지목되고 있다. 그래서 선진각국들은 이 분야의 발전을 위해 안간 힘을 쏟고 있다. 또한 보건의료산업은 BT와 IT를 포함한 각종 기술 분야는 물론 경제, 경영 등 사회과학분야의 지식이 융합되어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대표적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한국은 보건의료분야에서 상당한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100만명 이상의 외국인 환자가 치료를 목적으로 한국을 찾았고, 2015년 말 현재 한국 의료기관 141곳이 세계 18개국에 진출해 세계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우수한 의료 인력과 기술이 첨단 경쟁력을 가진 IT분야와 접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20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가장 충격적으로 느낀 것은 한국정부가 보건의료분야를 규제의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유망한 미래산업으로 육성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시각이 아직도 우리 정부와 정치권에 남아 있어 의료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의료서비스산업이 세계 최고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들이 조속히 제거되어야 한다. 의료비 절감과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역을 위한 원격진료도 허용되어야 하고, 제주도에만 허용하고 있는 투자개방형 병원도 점차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의료산업을 관광과 접목시키면 한국을 아시아 최고의 의료관광지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큰 틀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의료관광 사업의 범위를 현재의 성형과 질병 치료 위주에서 한방, 대체의학, 자연 치유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 등 대도시권은 단기 체류형 성형과 질병 치료 중심으로, 제주, 강원 등 자연친화도시는 장기체류형 대체의학과 자연 치유 중심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이와 아울러, 의료관광 관련 범부처적 행정체계를 조속히 구축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개혁적 조치들이 구현되려면 무엇보다도 의료계 스스로 미래지향적 비전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개방과 경쟁을 기꺼이 수용하려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개방과 경쟁은 모든 산업이 발전하는 기본적 요건이며, 보건의료분야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한국이 강한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는 보건의료분야를 개방과 경쟁이 두려워 ‘우물 속에 가두는’ 정책을 고집한다면, 한국 보건의료산업의 미래는 암담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의료계와 정치권이 자심감을 갖고 미래발전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개혁

앞에서도 지적한대로, 한국산업의 구조조정 문제가 매우 심각한 경제현안으로 부상되고 있다.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우선 특정 산업이나 기업이 일시적 유동성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부실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산업의 성장잠재력이 크고 국민경제적 중요성이 높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오히려 확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어려움에 처해 있는 조선, 철강, 해운업, 석유화학 등은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으로 국제경쟁력이 근본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경제의 저성장과 에너지 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경기순환적 불황을 동시에 겪고 있기 때문에 처방책을 마련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현재 구조조정의 0순위로 부상하고 있는 해운업과 조선업의 경우를 살펴보면, 해운업의 경우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부채 비율이 각각 2007%와 847%에 달할 정도로 재정상황이 심각해 한진해운은 결국 부도 처리됐다.

해운업이 장기적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국가의 중요한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두 회사를 합병하여 규모를 키운 후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추가적 지원을 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조선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세계 1위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이 이미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한 상태이며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을 분야별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에 분할 매각하고 독자 생존이 가능하도록 자구책 마련과 동시에 정부 차원의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확실히 함과 동시에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량실업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 기존의 문제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기하지 않고 단행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혁신이 지속적으로 일어나 이를 기업화할 수 있는 ‘창조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부터 ‘창조경제’를 표방하면서 지역별 ‘창조혁신혁신센터’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나가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오랜 전 세계적 경제학자인 조셉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를 강조하면서 “낡은 것은 도태되고 새로운 것이 창출되는 것이 시장경제가 활력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된다.”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당면현안인 구조조정 문제가 조속히 마무리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좀비 기업에 묶여있는 자금이 신성장 기업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조조정은 경제활성화를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