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구 칼럼] 북중관계 같지만 다른 길 가는 복잡한 속내
[강현구 칼럼] 북중관계 같지만 다른 길 가는 복잡한 속내
  • 강현구 교수
  • 승인 2018.02.14 2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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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시대.. "북중 관계는 특별하다?"

“특별하다”. 이 말은 곧, 김일성 시기 북중관계를 표현하는 핵심이다. 혈맹? 그들이 언제부터---? 김일성 시기 북중관계는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로 가득 차 있다. 먼저 김일성은 중국에 사전 통보 없이 기차에 올라타면서 방중을 통보하는 중국 외교사의 특별한 존재였다. 또 특별한 시기 김일성이 지나는 역 뿐 아니라 그가 방문하는 동안 중국 전역에서 그에 대한 환영 행사가 벌어졌었다. 지금 중국의 중년층 이상은 누구나 김일성 방중 행사에 참여해 본 경험이, 각 지역 별로 김일성 방중 선물을 준비해 본 경험이 있는 세대다.

1960년대를 기점으로 이 시기 북중관계는 말 그대로 특별함을 나타낸다. 일본 제국주의 패망 전 김일성은 중국에 있어서 그리 특별한 존재는 아니었다. 그저 중국 공산당 지류와 더불어 소련에 의탁한 조선족 부대의 일원으로 여겨졌다. 김일성이 중국에 특별한 존재로 다가서기 시작한 것은 조선인민공화국이 생긴 이후이다.

1948년 당시 중국은 국공내전의 한창이었고, 김일성은 이 시기 중국 공산당에 무기지원을 비롯 만주지역 전투의 후방기지이자 병참기지로 압록강에서 두만강에 이르는 지역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한다.

무력의 열세는 물론이고 소련의 정치적 지원마저 부재했던 만주 지역의 지난한 싸움에서 북한의 지원이 중국 공산당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는 부언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여기에는 북한과 중국의 무언의 동맹이 큰 역할을 한다. 중국 공산당은 당내 주요 분파인 조선족 무력 중 당의 입장에서 벗어난 부류를 북한으로 돌려보냈고, 김일성으로서는 연안파라 일컬어지는 그 무력 집단을 한국전쟁에서 알토란 같이 이용한, 그런 무언의 관계이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그 평가 과정에서 김일성은 전쟁 초기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연안파를 소련파, 남노당파와 더불어 전쟁 책임의 주역으로 몰아간다. 당연히 소련과 중국은 이에 의견을 제시하지만 이 둘의 입장은 조금 차이가 있었다. 김일성의 책임을 강조하는 소련과 김일성의 책임을 묻고 싶지만 자신들에게서 벗어나 조선으로 돌아온 연안파를 자국내 안정의 방해요소로 여긴 중국 공산당의 입장은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소련과 중국의 고문단이 국경을 넘는 날 발표된 노동신문의 반 사대주의 선언은 이런 배경하에서 현실적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김일성과 중국 공산당은 공히 연안파와 그와 연계한 세력의 무력화를 원했고, 스탈린이 죽은 현실적 정세는 이들의 이해가 공산주의적 원칙을 무시하고 현실 세력의 손을 들어주는 촉매로 작용했다. 여기서 김일성과 중국 공산당의 특수 이해가 탄생하게 된다. 중국 공산당은 결코 한국전쟁이 패전으로 기록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이 시기 마오쩌동은 스탈린 사후 세계 공산주의 운동의 유일한 지도자가 되기를 원했고, 그것을 현실에서 실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스탈린의 후예들은 그들이 스스로 부정한 스탈린 만큼이나 마오쩌동도 좌익소아병에 물든 위험인물 이었고, 중국 역시 견제해야만 하는 대상이었다. 소련은 중국에 대해 사회주의 특유의 불균등 무역에서 소련 자신과 더불어 희생해야 할 국가로 규정지었고,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사회주의 무역권의 양대 희생자로 지목을 했다. 스탈린 시기 사회주의권 무역에서 특수이익을 향유하던 중국은 당연히 반발했고, 아니 반발 전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고 이는 당시 중국 경제에 치명적인 위협이었다.

이 시기 중국과 북한은 한국전쟁의 결과론으로서의 혈맹이 아닌 당면한 경제적 이익의 동맹이 되었고, 여기서 맺어진 특수 이해관계는 조중우의라는 표현 그대로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성역으로 변해갔다. 조중우호조약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김일성 사후 김정일 시대.. 중국은 개혁개방 초기..힘겨루기의 연속

김일성 사후 김정일은 그의 아버지가 가진 조중관계의 특수성을 그대로 이어 받기를 원했다. 하지만 세월은 이미 변해 있었다. 김일성 시기 말기 시도한 나선지구의 개방 정책은 중국의 취약지역인 동북지방의 특수 이해를 방해하는 것이었다. 중국 개혁개방 초기의 이런 상황은 김정일이 집권하던 시기 이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난 20년 간의 눈부신 경제발전 성과에 힘입은 중국은 북한을 자신의 의도대로 변화시키려 했고, 김정일 시기 북중관계는 이 힘겨루기의 연속이었다. 아버지의 나선 개방 실패를 거울 삼아 미국과 일본이 아닌 유럽 자본을 끌어들여 새로운 개방 시대를 열려했던 김정일은 유럽에 연을 둔 중국인 양빈을 앞세워 신의주특구라는 회심의 카드를 빼든다. 하지만 신의주특구는 나선보다 더 중국의 특수 이해를 침해하는 것이었다.

특히 지금은 몰락했지만 당시 중국 태자당의 떠오르는 별이었던 요령성 서기 보시라이의 입장에서 김정일의 그러한 시도는 중국의 미래 뿐 아니라 지신의 앞날을 가로막는 불장난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양빈의 주 근거지는 요령성의 성도인 심양이었다. 김정일의 야심찬 계획은 양빈의 체포라는 아주 간단한 한수로 무산되어 버리고 만다.

이때부터 중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김정일과 그것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중국 사이의 긴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김정일은 방중 카드를 만지락 거리며 자신들의 이해를 지키려 발버둥을 치고, 중국은 석유와 식량을 매개로 북한을 압박하는 김일성 시기와는 전혀 다른 이익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결국 궁지에 몰린 김정일이 중국의 백년 숙원이었던 동해의 부동항 나선항을 중국 자본에 넘기고서야 이 긴 밀고 당김은 끝난다. 사실상 김정일의 백기로 끝난 이 싸움에서 중국은 나선항이라는 백년의 숙원을 쟁취했을 뿐 아니라 북한 전역에 대한 자원을 위시로 한 자본 공세의 발판을 마련한다. 북한의 중국화가 시작된 것이다.

김정은은? 장성택 처형등 기존 중국인맥 통제..북중관계 냉랭

김정은 시기 북중관계는 김정일 시기와는 좀 더 다른 양태로 이어진다. 그의 아버지와는 다르게 김일성 시기 북중관계의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김정은은 정권을 잡으며 친중 인사에 대한 전면적인 인책과 정리를 통해 중국에 스스로가 주체적임을 보이려 하고 있다. 또 김정일 시기에 비해 조금은 나아진 경제 상황을 기반으로 중국에 대해 보다 이익 우선의 실리적인 관계를 맺으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의 처형을 시발로 최룡해 카드의 적극적인 활용 등 전통적인 중국 인맥을 통제하면서 중국에 대해 보다 많은 이익을 취하려는 김정은의 행동에 중국의 대응은 사실상 냉정 일관이다. 이미 중국은 북한 내 핵심 이권을 손에 넣은 상태이고 이를 방해하는 요소는 김정은의 몽니뿐이라는 입장으로 보여 진다.

김일성 시기 특수 관계, 김정일 시기 압박을 통한 실리 추구의 시기가 지나 이제 김정은의 몽니를 막고 북한에 대해 전면적인 이익 행사에 나선 것이다. 물론 북한 체계의 특성 상 김정은의 몽니 역시 정책화되어 나타나면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중국의 많은 기업이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로 많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몽니는 몽니일 뿐이다. 이런 일시적이고 단발적인 정책이 중국 우위의 이해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북한만큼이나 우리의 대북 정책도 선택의 여지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일성에게 우리가 그래도 가능성은 있는, 김정일에게 우리가 실질적인 카드로 쓰일 수 있었다고 한다면 지금 김정은에게 우리는 쓸 수 없는 카드일 뿐이다.

국제 정세에 있어서 별 선택의 여지가 없는 북한에게 우리마저도 변수가 되지 못 할 때, 그 몽니 정책의 끝은 한국 사회의 주류가 바라는 투항이 아닌 중국에로의 경도일 수밖에 없다. 김정은 시기 북한이 중국에 백기투항하는 것이 우리의 이해에 맞는 것일까? 코너에 몰린 그들을 보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우리 민족이니 하는 말은 하지 않겠다. 북한은 바로 우리 옆에 있다. 친구로 만들지 못할지언정 적으로 만들면 안 된다는 것, 그게 인류의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교훈이 아닐까? 내 주의의 적을 만들지 마라! 우리의 미래를 위한 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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