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대기업 재벌 지배구조 전문가 김상조 위원장, 다음 타깃은 '대기업 공익재단'
[이슈]대기업 재벌 지배구조 전문가 김상조 위원장, 다음 타깃은 '대기업 공익재단'
  • 배원숙 기자
  • 승인 2017.12.2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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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합병관련 가이드라인 변경..삼성SDI 보유지분 5200억대 매각 압박
김상조 위원장
김상조 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가습기살균제 처리에 있어서 공정위의 처리절차등에 일부 잘못이 있었다며 사과한데 이어 삼성물산 과 연관된 합병 신규 순환출자 금지 법 집행 가이드라인의 오류를 인정하고 재차 사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2015년 12월 24일 발표한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이하 ‘기존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기로 결정하고 예규로 제정해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논란이 된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은 지난 2015년 7월 주주총회를 통해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결의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한 2대주주로 합병에 따라 제일모직의 최대주주(22.24%)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되는 효과를 누렸고, 이에 반발하는 주주들의 민사소송등이 이어졌으나 민사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합법적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기존 가이드라인 작성 당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재판 결과와 2017년 10월 국정감사에서의 지적 등에 따라 새롭게 검토절차를 진행한 결과로 풀이된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 규정 이후 일부 기업집단에서 계열사 간 합병에 따라 순환출자 변동이 발생하자 통일된 해석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가이드라인을 작성․발표했으나  최근 법원에서 2017년 8월 기존 가이드라인 작성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판결이 있었고, 나아가 국회에서도 기존 가이드라인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국정감사 지적이 제기된 것을 계기로 입장을 번복하게 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관련 뇌물공여죄 1심 판결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따라 발생한 순환출자 변동에 대해 유권해석 과정에서 가이드라인이 작성된 경위와 그 적용에 대해 삼성의 청탁이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내용으로 판시했다.

국회에서도 기존 가이드라인이 부당한 외압에 의해 결론이 바뀐 의혹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변경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며 아울러 적절한 법적 형태를 갖출 것도 요구하는 등 가이드 라인 변경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로 인해, 순환출자를 보유하고 있는 다수 기업집단의 예측가능성이 저해되고, 공정위의 법 집행도 불확실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이번 결정에 앞서 외부 7명, 내부 1명에 달하는 8명의 법률 전문가에 의뢰해 심도 있는 자문결과를 제공받았고, 두 차례에 걸친 전원회의를 통해 기존 가이드라인과 관련된 각종 쟁점을 포괄적으로 검토했다.

기존 가이드라인 변경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되는 기업집단 '삼성'에 대해서는 예규(안)이 최종 확정되는 시점에 변경된 유권해석 결과를 통지하고 이를 준수할 수 있도록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같은 가이드라인 변경 필요성을 논의하는 전원회의에서 3가지 쟁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의했다.  기존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3가지 유권해석 기준과 가이드라인의 적절한 법적 형식, '삼성'에 대한 후속 조치 가능 여부와 조치 방식 등을 논의한 것.

먼저, 순환출자 고리내 계열회사 간 합병에 따라 발생하는 3가지 유형의 순환출자에 대해 어디까지 적용에서 제외할 것인지가 논의됐다. 기존 가이드라인은 위 3가지 유형 모두 적용제외에 해당한다고 발표했으며, 이번 전원회의에서도 동일하게 판단되었다.

기존 고리내 합병이기만 하면 합병에 따른 추가적인 계열출자 발생여부, 순환출자회사집단 수의 증감여부, 합병 당시 회사간 인접여부 등에 따라 달리 판단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고, 공정위가 이미 2013년'신규순환출자 금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기존 순환출자 고리 내 합병은 제한 없이 허용한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다음 쟁점으로 순환출자 고리내 소멸법인과 고리밖 존속법인이 합병하는 경우 순환출자 강화인지 형성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두 순환출자 강화에 해당한다고 발표했으나,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이를 변경해 일부 순환출자 형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고 이는 외부전문가 의견도 일치했다.

기존 순환출자 고리 내에 있지 않았던 존속법인은 법문상의 계열출자대상회사로 해석될 수 없으며 소멸법인과의 합병을 통해 비로소 순환출자 고리 내로 편입되는 것이므로 합병 결과 나타난 고리는 새롭게 형성된 순환출자 고리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경제적 실질의 동일성을 기준으로 순환출자 형성‧강화를 판단하는 것은 법 해석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고, 법 적용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 측면에서도 타당하지 않다고 보았다.


이를 토대로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건에 대해서도 적용하게 되어 순환출자 규제와 관련한 법률은 삼성 합병 당시와 현재가 동일하므로 그 해석기준의 변경은 소급효와는 관계가 없으며, 기존의 순환출자 규제 관련 법률 해석이 잘못된 것이었다면, 해석을 바로 잡아 정당한 처분을 다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내렸다.

공정위는 변경된 해석기준을 적용할 경우 처분대상 주식 수가 증가할 수 있으므로 그 이행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해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하기로 하였으며, 유예기간 경과 후에도 처분하지 않은 경우 시행명령 등 후속조치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삼성물산 출자 지분 전량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지난해 2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으로‘순환출자 강화’에 해당하는 삼성물산 지분 500만주(약 7600억원)을 처분한 삼성SDI는 가이드라인 변경에 따라 잔여보유지분 404만3000주, 약 5200억원 규모를 처분해야 한다.

한편, 취임당시 소수 재벌그룹에 쏠린 부의 집중현상을 완화해 재벌개혁을 이루겠다고 선언한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취임전까지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지내면서 국내 재벌의 순환출자 방식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인물이다.

이번 공정위 결정은 신뢰보호의 원칙이 깨졌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으나 김위원장이 누구보다 재벌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점을 잘 알고 있고, 개혁의지가 강해 다음 조치로 공익재단 운영 실태에 대해서도 제재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미 공정위는 공익재단이 기업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실태조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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