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몸집줄이기 본격 가동'..하반기 M&A 봇물 터질 듯
대기업, `몸집줄이기 본격 가동'..하반기 M&A 봇물 터질 듯
  • 이윤영 기자
  • 승인 2009.04.13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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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은행들, 주채무계열 평가 착수

최근 과도한 부채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일부 대기업들이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맞아 몸집 줄이기를 시작으로 구조조정에 나섰다. 채권은행들이 이달부터 대기업에 대한 평가에 착수하면서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현금 확보를 위해 대기업들이 계열사나 부동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어 올 하반기에는 인수·합병(M&A)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은 이달말까지 45개 대기업 그룹에 대한 채권은행들의 재무구조 평가를 경기상황을 감안, 완료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5월초부터 재무평가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대기업은 주채권은행과 강도높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는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주채무계열 순위 5위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생명 매각과 보유 자산 처분 등 다양한 유동성 확보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는 게 문제다.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인수과정에서 풋옵션(put option) 계약을 체결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해, 현금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주가가 오는 12월 3만4000원을 밑돌 경우 주식을 되사주는 조건으로 향후 투자자들이 권리행사에 나설 경우 현재 주가 수준으로 볼 때 3조원을 물어줘야 한다.

산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여신한도도 막힌 상황.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은행이 새로운 지원방법을 결정해줘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채무계열 7위인 두산그룹의 방위사업 부문인 두산DST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17위인 동부그룹은 동부메탈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주채무계열 24위인 대한전선그룹도 올해 대한ST·트라이·한국렌탈 등 자회사를 팔아 3천억 원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키로 했다.

또한 유진그룹(31위)도 보유 중인 부지 매각 등을 우선 추진한 뒤 내년 이후 핵심 자회사의 매각과 하이마트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외 대우조선해양(13위), 하이닉스반도체(23위), 현대건설(27위) 등의 대기업들의 매각 여부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 채권단은 이달 중 매각 작업을 개시할 예정이지만 원활한 매각을 위해 매각제한 지분을 50%+1주에서 35~37%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도 증자 등을 통한 1조2천억 원의 자금 조달과 함께 조만간 지분 매각 시기와 방법 등을 논의키로 했다.

대우차판매도 올해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되긴 했지만, 산업은행의 지원이 절실한 곳이다.

한편, 은행권은 지난해 9월 말 재무제표로 약식 평가한 결과 5~6개 그룹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연간 실적으로 평가할 경우 재무구조 개선 약정대상 그룹이 10개 안팎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평가 대상인 대기업그룹 45개 중에서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곳은 12개로 전체의 30%에 달한다.

대기업 재무평가의 핵심지표인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상당수 대기업도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다. 최근 이들 대기업들이 잇따라 '구조요청'을 해왔다. 산은은 무엇보다 이들 대기업들에게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지난 9일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불필요한 자산을 과감히 팔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며 "구조조정을 위해 내놓은 자산은 완전히 계열 분리를 해야한다. 이를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사들여줌으로써 구조조정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PEF를 통한 M&A 때 의결권 제한 규제를 5년간 풀고, 금융부채 상환을 위해 자산을 파는 기업에 법인세와 양도소득세의 분할납부 등 세제혜택을 줘 M&A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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