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석유개발, 암초 걸리나..SK에너지 2차 입찰 탈락
이라크 석유개발, 암초 걸리나..SK에너지 2차 입찰 탈락
  • 이윤영 기자
  • 승인 2009.04.03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브닝경제]2차 자격심사(PQ) 탈락..SOC건설 연계사업 추진도 발목 잡히나

이라크 석유장관이 앞으로 이라크 중앙정부가 주관하는 유전개발 입찰에서 우리나라를 배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월에도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새 정부가 우리나라가 오래전에 확보한 해상유전 개발권을 무효화한 데 이어 중동의 이라크 정부까지 국내 기업의 유전개발에 제동을 걸고 나서 한국의 해외 자원개발이 또다시 벽에 부딪히게 됐다.

AP 등 외신은 2일(현지시각) 이라크 알-샤흐리스타니 석유장관이 하태윤 주 이라크 한국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석유공사와 SK에너지의 이라크 내 쿠르드 자치정부간에 맺어진 유전개발 계약이 불법임을 지적하고, 앞으로 이라크 내 유전개발에 있어 한국기업의 입찰 배제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알-샤흐리스타니 석유장관은 이어 “자국 영토 내에서 벌어지는 석유 관련 산업은 중앙 정부의 법과 승인 아래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쿠르드 자치정부와 맺은 석유 개발계획은 불법”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이라크 석유장관의 발언은 쿠르드 자치정부의 유전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기업들의 대한 이라크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석유공사와 SK에너지 등은 2007년 말 바지안 광구를 시작으로 쿠르드 측과 현지 유전개발에 나선 이후 이라크 중앙정부가 "중앙정부를 거치지 않은 계약은 불법"이라며 SK에너지 측에 원유 수출 중단을 요구했다.

특히, 지난해 중앙정부 주관으로 실시된 이라크 유전개발 1차 입찰자격심사(PQ)에서 두 회사를 배제하는 등 항의의 뜻을 직간접적으로 표했다.

하지만 꾸준한 외교적 접촉 등으로 SK에너지가 지난해 말 더 이상 쿠르드 지역 유전개발에 나서지 않는 조건으로 원유수입을 재개했고, 최근에는 쿠르드 유전개발 문제로 인한 양측간에는 다소나마 풀리는 조짐을 보여 왔다.

특히 이런 움직임은 지난 2월 우리나라를 국빈방문한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 이라크 남부 바스라 지역 유전개발과 현지 SOC 건설을 연계하는 35억5천만 달러 규모의 사업에 합의하고 MOU에 서명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이에 청와대와 정부도 "MOU 체결은 당초 회담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라며 "생산광구에 대한 계약체결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기까지 했다.

한편, 지식경제부도 양 정상의 합의에 따라 이라크의 에너지자원과 우리의 경제지원(SOC)을 상호교환하는 MOU 이행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석유공사와 SK에너지 등 국내 기업들의 이라크 유전개발 입찰 참여를 적극 유도했었다.

그러나 이라크 중앙정부의 유전개발과 관련해 SK에너지가 최근 2차입찰에서 사전 가격심사(PQ)조차 통과하지 못했으며, 이라크 중앙정부가 반대하는 쿠르드 유전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석유공사에 대해서는 입찰에서 배제시키는 등 국내 기업들의 이라크 유전개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이라크 정부의 이런 태도는 이라크 내부의 정치 사정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 이라크 정부는 기본적으로 시아파와 쿠르드족 간의 연립정부 성격이 강한데다가 탈라바니 대통령은 소수파인 쿠르드족 출신이며 말리키 총리 등은 다수인 시아파 계열로, 권력을 분점하고 있는 상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라크 중앙정부의 움직임이 한국 전체가 아니라 쿠르드 개발에 참여한 기업으로 한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쿠르드 개발에 참여하지 않은 한국가스공사의 경우는 지난해 실시된 1차 PQ를 통과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이라크 석유부가 주최한 1차 PQ 통과기업 상대 설명회에도 참석하는 등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지경부, 이라크 유전개발 문제없다..“SK 자격미달로 탈락”
정부,. MOU 이행 협상단 이달초 바그다드 파견

하지만 이런 이라크의 태도에 대해 정부 측 입장으로서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는 분위기다. 정부 측은 알-샤흐리스타니 석유상의 갑작스런 입찰배제 발언에 내심 당혹하면서도 "시간을 갖고 해결할 문제"라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는 모습이다.

우리 측으로서는 쿠르드지역과 바스라를 비롯한 남부지역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라크 내정문제를 조율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SK에너지는 자격미달로 탈락한 것으로 최근 양국이 합의한 이라크 유전개발 사업은 이번 건과는 별도로 문제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에 대해 김정관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갖고 “이라크 SOC 건설 사업은 이라크가 필요에 의해 먼저 제안한 MOU로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라크 정부가 우리의 SOC능력을 인정한 만큼 쿠르드 유전도 포기하지 않고, 특히 사업과 관련한 협의 과정에서 SK에너지와 석유공사의 참여가 불가피하다고 설득하곘다”고 밝혔다.

그는 "양해각서 이행을 위한 이라크 중앙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이 참여하게 될 지 논의될 것"이라며 "우리 입장에서는 석유공사와 SK에너지 등의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잘 설명하면 이라크 정부의 입장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중앙정부와의 새로운 관계를 유지하는 '양면전략'을 세워서 이라크 남부유전에 진출하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지난해 SK에너지가 쿠르드 자치정부와 계약 때문에 이라크로부터의 원유 수입을 제한받다가 올해 들어 재개된 것만 봐도 이라크 중앙정부의 앙금이 이미 풀렸다는 신호가 아니겠냐"며 "이번 석유상의 발언은 하태윤 대사가 부임 인사차 방문한 자리에서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제지원(SOC) 상호교환 MOU 이행 점검과 이번 사태의 원인 파악을 위해 실무조사단을 조만간 이라크에 파견할 예정이다.

정부는 가급적 빠른 시간인 4월초에 바그다드를 방문해 이라크 관계자들과 만나 석유공사나 SK에너지 등 국내업체의 유전개발 참여에 대한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국제공개입찰이나 수의계약을 통해서 이라크 중앙정부의 유전개발에 적극 참여할 뜻을 전하기로 했다.

이후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추진단의 방문도 추진하는 등 이라크 SOC 건설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라크 유전개발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이라크 중앙정부가 필요로 하고 있고, 우리가 강점이 있는 전후복구와 SOC 개발 등의 매력적 프로젝트를 제시하면서 지속적인 관계 개선을 해나가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