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수난시대...산본, 3.3㎡당 1000만원선 붕괴
신도시 수난시대...산본, 3.3㎡당 1000만원선 붕괴
  • 최은경 기자
  • 승인 2009.03.1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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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경제]산본 신도시의 3.3㎡당 매매가격이 1000만원 선을 하회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2기 신도시의 출범과 경기침체의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1기 신도시에 드리워진 먹구름은 좀처럼 걷히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산본은 1기 신도시 5개 지역 중 가장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심리적 지지선인 1000만원의 붕괴가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1기 신도시의 3.3㎡당 매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산본이 3.3㎡당 997만원으로 5개 지역 중 유일하게 100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는 3.3㎡당 968만원을 기록한 지난 2006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2년4개여 월 만에 세자리 수 가격대에 재 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 이후 산본의 평균 매매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연초 1070만원으로 시작했던 3.3㎡당 가는 2008년 9월 둘째 주, 최고점인 1109만원을 기록했다. 이후 꾸준한 내림세를 보이다 2009년 1월에는 봄철 이사수요 움직임에 반짝 회복세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설 연휴 전후로 대부분의 급매물이 소진되고 봄 이사철 수요가 마무리 되자 3월14일을 기점으로 3.3㎡당 997만원을 기록, 2006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는 최고점을 찍은 지 불과 6개월 만의 일로 동일 단위당 112만원 가량이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산본의 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7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가을 수도권 전반에 걸친 가격 급등기를 거치면서 한껏 달아올랐던 산본. 하지만 이듬해인 2007년 2기 신도시 발표 및 단기 가격급등 부담감에 매수세가 감소하면서 점차 소강상태에 빠졌다.

산본은 신도시로써 기반시설이 잘 마련돼 있고 서울과의 접근성이 높아 소형위주의 인기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명성은 경기침체 및 가격 상승을 견인할 만한 개발호재의 부재 등의 이유로 점차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지난 2007년에는 금정역세권을 포함한 금정뉴타운 개발 계획이 발표된 바 있다. 하지만 불황을 타개할 만큼의 매수세 유인책으로써 영향력이 약하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자들의 전언이다. 산본동에 위치한 T중개업소 공인중개사는 “실수요뿐만 아니라 금융불안감에 투자수요자들의 발길도 매우 드문 편”이라며 “최근 들어 대형뿐만 아니라 중소형마저 거래가 어려워 시장에 매물이 쌓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게다가 2007년 초 동탄신도시의 입주가 시작되자 저렴한 가격과 새아파트를 찾아 원주민들의 이동이 이어졌다. 이에 신규 매수인을 찾기 위한 매물가의 하향조정은 꾸준했고, 이는 곧 시세로 자리잡게 됐다.

특히 동탄 뿐만 아니라 인근 수원, 용인, 과천 등에도 신규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매수인 찾기는 더욱 난제가 됐다. 굳이 노후단지에 머물 필요가 없어진 임차수요자들의 이동도 증가해 전세 가격의 동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산본동의 R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매수세는 약하지만 매물가격의 바닥 여부에 관한 문의는 꾸준하다”며 “매도, 매수인간 가격 조정 및 직주 근접형 주거 경쟁력으로 급매물 위주의 거래량이 증가한다면 곧 회복세를 탈 것”이라고 전망했다.

- 1기 신도시...중동만 ‘맑음’, 나머진 ‘흐림’

1기 신도시 5개 지역의 3.3㎡당 매매가격(2009년 3월 2주차)을 비교해보면 분당이 1701만원으로 가장 높고, 뒤이어 평촌 1356만원, 일산 1237만원, 중동 1039만원, 산본 997만원 순이다. 중동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2009년 연초보다 가격이 모두 하락했다. 특히 산본은 78만원 가량이 줄면서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분당은 연초 1716만원 보다 15만원 가량 하락한 1701만원으로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 2008년 강남발 가격 하락세 및 국제적인 경제침체 영향에 가격이 크게 하락했었지만, 올해 들어 급매물 위주로 빠른 소진을 보이며 하락세가 둔화된 모습이다.

특히 판교의 입주가 시작됐지만 기반시설 미흡으로 생활 불편이 예상되자 상대적으로 생활이 편리한 분당으로 매수세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이외에 일산과 평촌도 연초보다는 가격이 소폭 하락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동을 꺼리는 수요자들이 많아 거래량이 매우 저조하다. 일산은 봄 이사철을 맞아 1~2월에 걸쳐 학군수요의 움직임이 반짝 일어났지만, 소형 급매물에 매수세가 국한돼 있어 다시 제자리걸음이다. 일산은 연초보다 34만원, 평촌은 24만원 가량 3.3㎡당 가격 선이 내려갔다.

1기 신도시 중에서는 중동이 유일하게 가격 상승세를 나타냈다. 봄 이사철을 맞아 서울 직장수요 및 학군수요의 이동이 번지면서 소형 위주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난 것. 연초 1017만원이던 3.3㎡당 가격은 22만원이 올라 1039만원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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